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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바다에서 건져 올린 위대한 인류의 역사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바다에서 건져 올린 위대한 인류의 역사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바다에서 건져 올린 위대한 인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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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바다에서 건져 올린 위대한 인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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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다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볼 시간이다.
영원한 항해자, 인류의 모든 시간을 함께한 바다의 역사

우리는 역사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는 모두 육지의 관점에서 다루어졌다. 바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미지의 공간이다. 하지만 전쟁, 신대륙의 발견, 제국의 탄생 등 세계사를 뒤바꾼 큰 사건의 배경에는 항상 바다가 있었다. 우리가 바다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사이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의 찬란한 역사는 캄캄한 심해 속에 숨어버렸고, 개발의 한계점에 다다른 육지에서 인류 문명은 갈 곳을 잃었다.

이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 달리 철저하게 바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저자는 육지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단 하나도 없었던 시절부터 바다가 흘러온 역사뿐만 아니라 바다가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꽃피우고, 발전시키고, 때로는 삼켜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인류는 그런 바다를 이용하고, 정복하고, 누리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이 책을 통해 바다와 세계사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함으로써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가 바다에 남긴 인류의 보물 같은 이야기를 건져 올릴 수 있길 바란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Sep 2, 2019
ISBN9791187142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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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 헬렌 M. 로즈와도스키

    시인과 보통 사람 모두 바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지만 바다는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지 않는다. 바다는 그저 거기 있을 뿐이다. 물론 그저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다는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바다를 시간을 초월한 영원하고 항구적인 공간으로 보는 대체적 시각과 반대로, 오히려 바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다. 지구 탄생 이래 40억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바다는 생명을 돌보고 생명의 다양성을 키우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풍성한 생명의 산물인 인간은 처음에는 진화를 통해 바다와 관계를 맺었다. 따라서 바다의 자연사는 인간과 바다가 일구어 온 오랜 인연에 대한 이야기의 첫 장을 담당한다.

    액체인 물은 우리의 푸르른 지구를 태양계 다른 모든 행성과 구분지어 주는 특징이기 때문에, 바다의 형성은 우리의 긴 이야기에서 첫 장, 혹은 프롤로그로 등장한다. 분자 형태로 붙어 있던 우주 속 먼지 입자에서 형성된 물은 초창기 지구의 암석에 갇히게 된다. 이 시기 기온 상승으로 암석이 녹으면서 표면으로 나온 물은 수증기로 발산되었을 테고, 물을 가두어둘 대기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지구뿐만 아니라 혜성과 소행성도 물을 함유하고 있었다. 소행성은 그 물을 지구로 운반했는데 지구의 기온이 떨어지고 대기가 형성되면서 물이 지구에 머물게 된 것으로 보인다. 냉각과 비, 소행성의 폭발로 인한 밀도 높은 수증기의 형성, 그리고 냉각으로 인한 비가 여러 차례 되풀이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약 40억 년 전에 바다가 나타났다. 행성 자체가 형태를 띠기 시작한 지 5억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처음엔 바다가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덮고 있었다. 침수된 암석에서 녹은 광물과, 화산 및 간헐온천에서 방출된 기체가 바다로 들어가 지구화학 주기를 가동시켰고, 이 주기 덕에 바다의 화학성분은 10억 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육지가 등장하기 한참 전, 원시바다에서 암석이 형성되었다. 암석은 38억 년 전 생명체가 진화해 광합성 능력을 획득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그린란드Greenland 남부에서 발견된 이수아 퇴적암Isua sediments은 고대 해저에서 형성된 암석으로 지구 내부가 아니라 지구 표면에서 형성된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암석이다. 실제 박테리아의 미화석微化石¹은 35억 년 전의 암석에서 발견되었다. 가장 오래된 화석은 에이펙스 처트Apex Chert라는 이름의 호주 서부 암반층에서 발견되었다. 탄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이 암회색 암석은 화산 근처의 물길을 따라 쌓였고 화산의 용암은 해저로 흘러넘쳐 화석을 지금의 자리에 가두어 놓았다. 실처럼 가늘고 긴 열한 가지 종류의 미생물 중 일부는 과학이 알지 못하던 것, 또 일부는 살아 있는 남세균cyanobacteria²과 비슷한 것들로서 바다 환경이 지구 역사의 초창기부터 이미 다양한 생명체의 숙주였음을 드러낸다.

    1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화석.

    2 광합성 독립영양으로 생장하는 세균.

    39억 년 전까지 지구는 우주 물질의 폭격에 시달리고 있었고, 불과 6500만 년 전에 소행성이 지구로 충돌하면서 공룡의 시대가 끝장났다. 지구 역사 초창기에 등장했던 생명체는 무엇이건 쉽게 파괴되었을 테니 지구상에는 생명체가 생겨나기 시작한 사건들이 무수히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화학적으로 거의 동일하므로 이들의 뿌리는 동일한 부모의 세포 계통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지구가 변화를 거듭하던 시기의 어느 한 상서로운 순간, 특정 생명체가 출현했고 그 생명체가 지구 전체를 장악하는 세력이 되었을 법하다. 반면 생명체가 발생하기 전에 일어났던 진화는 일부 소행성상에서도 이루어졌을 확률이 높으므로, 이는 생명 발생에 물이 중요했음을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생물에서 생물로의 진화는 과학의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고대의 바다가 이 태고의 드라마에서 주요 지원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가장 저명한 진화의 대변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영국의 식물학자 조지프 후커Joseph Hooker에게 유기 분자가 살아 있는 유기체를 만들어 냈을 만한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의 유명한 ‘따뜻하고 작은 연못’ 가설에서 언급한 현재의 지구와 다른 특징을 가진 수중 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다윈의 추정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가설과 비슷했다. 유기화합물이 풍부한 호수 인근의 작은 늪지대, 호수, (비 온 후의) 물웅덩이, 지하수 그리고 바다가 대기 중에 노출되고 전기에 자극을 받으면서 아미노산, 당 그리고 생명체의 다른 구성체를 생산해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바다가 생명의 요람으로 기능했다는 점을 오늘날에는 다들 확신하지만, 바다의 어떤 구역에서 이 중대한 혁신이 일어났는지는 분명치 않다. 후보는 많다. 심해 환경은 우주의 융단 폭격을 피하게 해 줄 은신처를 제공했을 것이다. 해저나 해저 인근 구역에는 암석에서 녹아내린 제1철ferrous iron이 존재했을 것이다. 제1철은 유기화합물 합성의 필수적인 촉매제다. 1977년에 해저에서 심해 열수구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생명체가 뜨거운 물과 기체를 방출하는 심해 열수구 근처에서 진화했다는 가설이 나온 것이다. 열수구는 유기물 합성에 필요한 탄소의 원천으로 기능했을 것이고, 이 열수구들은 약 1000만 년마다 바다 전체의 부피에 맞먹는 부피의 물을 휘저어 놓으면서 바다의 화학물질 구조를 조절했을 것이다.

    30억 년 넘는 세월 동안 지구상의 생명체는 단세포나 세포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들은 미생물 매트를 형성해 해저를 덮고 있었다. 일부 박테리아가 광합성 능력을 발전시키고 나서야 지구의 대기 중에 산소가 생겨났다.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되고 최종적으로 산소가 바다 전체를 순환하게 되면서, 유독한 산소 속에서도 생존 및 번성이 가능했던 다세포 유기체의 무대가 마련되었다. 5억 4000만여 년 전에 시작된 캄브리아기의 화석들은–물론 그 이전의 화석도 발견은 되었지만–생명체가 지구 전체로 마구 퍼져 나갔음을 입증한다. 물론 그들은 전부 바다 생명체였다.

    여러 지질학 시기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를 포용했던 바다의 역할은 우리의 긴 이야기에서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주제이다.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시기에는 생명체가 급증하여 오늘날의 분류집단 중 많은 것들의 첫 대표 주자가 태어났다.

    초창기에는 절지동물인 삼엽충trilobites이 전 지구로 퍼져 나갔다. 장갑을 두른 듯 외골격으로 덮인 이 동물은 2억 7000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따스하고 얕은 바다에 모여 살면서 포식자로, 죽은 동물을 먹는 청소부동물로, 그리고 플랑크톤을 먹는 존재로 다양한 생태공간을 채웠다. 또 다른 생명체인 조류, 무척추동물, 극피동물, 그리고 연체동물이 형성되었지만 아직 척추동물, 육상식물과 동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다 인근의 육지는 비교적 메말라 있었다. 민물에는 아직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특이할 정도로 화석이 잘 보존되어 있는 덕에 캄브리아기 생명체에 대해서는 몸의 딱딱한 껍질과 속의 부드러운 부위까지 많은 사실이 알려져 있다. 1909년, 캐나다 로키산맥의 버제스Burgess 혈암지대에서 화석을 발견한 고생물학자 찰스 월컷Charles Walcott은 여러 해 동안 여름마다 이곳에서 수천 개의 표본을 수집했다. 수십 년 후 과학자들은 그가 수집한 표본 중에서 다양하고 낯선 동물군을 발견했고, 버제스 혈암은 진화 연구의 자원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1989년 저서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궁리, 2018)에서 캄브리아기에 오늘날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고유한 계보를 가진 생명체 중 많은 것들이 멸종했기 때문에 이 시기가 진화상의 궁지를 나타낸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또한 캄브리아기의 찬란한 화석 기록은 바다의 밑바닥인 해저가 영구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얕은 바닷속 식량 경쟁이 심화되면서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찾기 위한 해저 퇴적층 이용이 급속히 발달했다. 천공동물burrowing animals³은 처음에 해저를 뒤덮고 있는 미생물 매트를 먹이이자 보호막으로 이용했다. 수직으로 굴을 파는 이 동물들은 매트를 부숨으로써 해저의 위쪽 층을 더 부드럽고 축축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작용으로 산소가 해저 표면 아래로 뚫고 들어갈 수 있었고, 해저 환경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생물 매트에 의존하던 유기체들이 멸종했고 새로운 환경 조건에 적응한 새로운 종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미래의 고생물학자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해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버제스 혈암처럼 화석을 기막히게 보존했던 조건의 종말을 의미했다.

    3 목재·암석·산호·조개껍데기 등의 고형물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총칭.

    캄브리아기 이후의 생명체는 급격한 변화를 겪은 해저보다는 안정적이고 얕은 해양 환경에서 번성했다. 약 5억 년 전 최초의 척추동물이 출현했다. 턱이 없고 두 개의 지느러미에 원시 등뼈와 머리, 꼬리가 달린 뱀장어처럼 생긴 동물이다. 수영이 불가능했던 이 동물은 아마 해저의 진흙 위에서 뒹굴며 여과섭식filter feeding⁴을 통해 작은 먹이 입자를 흡수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5억 4300만 년 전부터 2억 4800만 년 전까지인) 고생대Paleozoic era 동안 최소한 두 강綱의 무악류jawless fish⁵가 진화와 분기를 거치다가 거의 멸종했다. 이 시기에 출현했던 다른 어류강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현재 바다에 사는 칠성장어lamprey와 먹장어hagfish들은 시체식scavenging에서 여과섭식까지 광범위한 생활양식을 진화시켜왔다. 이들의 분류학상의 지위는 논란의 대상이나 이들이 고대의 무악류강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4 특화된 여과 구조를 가지고 물을 통과시켜 물속의 음식 입자나 부유 물질을 걸러 먹는 것.

    5 고생대 전기의 초기 어류로서 위, 아래 양 턱이 발달하지 않은 척추동물.

    상어와 가오리, 홍어를 비롯한 연골어류cartilaginous fish는 뼈가 아닌 연골로 만들어진 골격을 갖고 있고, 부레와 허파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경골어류와 다르다. 이들은 공룡보다 약 2억 년 먼저 생겨났고 지금도 살아남아 우리를 매료시키고 있다. 상어는 4억 년 전에 나타났고 그 이후의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에 널리 퍼졌다. 일부 상어종은 주요 멸종을 초래하고 다른 해양생명체를 끝장냈던 바다의 거대한 변화를 뚫고 살아남았다. 현대에 남아 있는 상어는 공룡이 돌아다니던 시절 바다를 처음 헤엄쳤지만 공룡이 멸종한 후에도 살아남아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로 꼽히고 있다.

    현재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경골어류에는 양서류로 진화한 종種도 포함되어 있다. 양서류는 고생대 말기나 되어서야 겨우 육상으로 올라갔다. 고대와 현대의 양서류는 모두 물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들은 수중 유충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알을 낳고 성체의 피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습한 환경이 필요했다. 파충류는 바다와 이어진 끈을 끊어버리는 특징을 진화시켰다. 딱딱한 껍질을 가진 알과, 습기를 머금고 있는 비늘 달린 건조한 살갗은 파충류와 조류, 그리고 포유류를 내륙에 이어 세계로 뻗어 나가 온갖 환경에 살 수 있게 해주었다.

    해저가 확산되면서 초대륙 판게아Pangaea가 별개의 대륙들로 찢어졌고 갈라진 땅덩어리들은 지금의 위치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더 작은 분할로 바다와 접한 육지가 더욱 늘어났다.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 사이에 바다가 생겨났고, 이 바다는 1893년에 오스트리아의 지질학자 에두아르트 쥐스Eduard Suess에 의해 테티스해Tethys Ocean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테티스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의 자매이자 배우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테티스해는 대륙 이동에 의해 없어질 때까지 2억 5000만 년 동안 존재했고, 오늘날에는 중동과 서아프리카 연안, 남미 동부에 석유 매장지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세계 원유의 60-70퍼센트를 함유하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암석들은 과거에 이 사라진 바다의 서쪽 끝에 있었고, 백악기 말에는 오늘날의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북미의 중서부 평원의 광대한 일부 지역까지 뒤덮을 만큼 넓었다. 해수면은 테티스해의 해저가 융기하면서 높아졌고, 결국 이 해수면 상승의 절정기 때는 지구의 82퍼센트가 바닷물로 뒤덮였다.

    파충류의 시대인 중생대Mesozoic era에는 두 건의 멸종 사건이 포진해 있었다. 지구 역사상 존재했던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은 2억 5200만 년 전에 발생했고, 이 사건으로 육상종의 70퍼센트와,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던 삼엽충을 비롯하여 해상종의 90퍼센트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새로운 생명체가 퍼졌고 공룡은 1억 3500만 년 동안 지구를 다스렸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공룡의 시대는 잘 알지만 지질학상 이 시대가 엄밀히 말해–물론 매력은 훨씬 덜하지만–‘굴의 시대Age of Oysters’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시의 해양 먹이사슬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존했다. 이들은 햇빛을 양분으로 바꾸고 동물성 플랑크톤에게 양분을 제공하는 1차 생산자다. 코콜리드coccolith, 규조류, 고공충, 방산충 등을 포함한 새로운 종류의 미세식물과 원생동물이 이때 출현했다. 이들은 모두 껍데기나 외각을 만들었고 오늘날 흔히 발견되는 다양한 형태의 해저 퇴적물이나 백악질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연체동물, 특히 조개류와 달팽이류가 퍼져 나갔다. 해저 퇴적층에 굴窟을 파 중생대 바다의 수많은 포식자를 피해 살아남을 수 있던 종류가 그러했다. 그러나 굴의 단단한 껍질은 대개 게와 바닷가재의 강력한 집게발을 충분히 피하지 못했고, 불가사리의 흡착식 발은 조개류의 껍질을 비집어 열만큼 셌다. 연체동물은 해저 위쪽에 사는 포식자 또한 피하지 못했다. 해상 파충류 중에는 판치류placodont가 넓은 이빨을 이용하여 굴과 삿갓조개의 껍질을 부숴버렸다. 일부 상어와 가오리, 심지어 특정 어류종은 연체류 중 많은 종의 외각을 분쇄해 쌍각류bivalve와 완족류brachiopod 등 특정한 종들의 완전한 멸종을 초래했던 듯하다.

    앙리 드 라 베슈Henry de la Beche의 〈태곳적 도싯의 풍경Duria Antiquior〉(1830). 지질학적으로 오래된 연대를 그린 최초의 그림.

    난투극이 벌어지는 요란한 해저 위 망망대해에는 두족류cephalopod가 살고 있었다. 오늘날의 오징어, 문어와 나우틸로이드nautiloid⁶만 속한 분류군이다. 나선형 껍질을 가진 암모나이트가 급속한 진화를 거쳐 바다 전체로 퍼져 나갔다. 대부분 헤엄을 잘 쳤고, 먹이를 찌르고 분쇄할 수 있는 턱을 가진 무시무시한 포식자였다. 수중 다양한 깊이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것들도 있었다. 암모나이트는 크기가 25센트 동전만 한 것부터 무려 2미터나 되는 것들까지 다양했고 생태계의 많은 곳에 서식했다. 여러 곳에 풍부하게 존재했던 덕에 이들은 탁월한 지표화석index fossil이 되었고, 지질학자들은 암모나이트가 발견된 암석층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암모나이트는 아름다운 외관 때문에 수집가들의 애장품이 되기도 했다.

    6 고생대의 오징어화석.

    대중문학에는 대개 위의 그림과 같은 삽화가 들어 있었다. 위의 그림은 1874년에 프랑스의 삽화가 에두아르 리우Édouard Riou가 이크티오사우루스와 플레시오사우루스가 서로 머리로 밀치기를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암모나이트도 바다에 함께 살았던 해양 육식 파충류에 비하면 난쟁이에 불과했다. 19세기에 어룡인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s나 이크티오사우루스icthyosaurs의 거대 화석이 발견되어 대중을 매료시켰고 유명한 과학자들은 바다괴물이 아직 존재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이크티오사우루스는 형태상 돌고래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⁷의 놀라운 사례로 간주되었다. 그들은 이동을 위해 잘 발달된 물갈퀴와, 물고기를 잡기 위한 이빨이 달린 긴 부리를 갖추고 중생대 바다에 기막히게 적응했다. 오늘날의 해양포유류처럼 이크티오사우루스 역시 육상 기반의 종에서 진화했다. 대부분의 이크티오사우루스는 길이가 3-5미터에 불과했지만 15미터나 되는 것도 있었다. 플레시오사우루스는 고래 같은 몸통과 짧은 꼬리, 배를 젓는 노 모양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다. 네스호Lock Ness의 괴물, 네시Nessie라는 만화 이미지를 닮은 목이 긴 형태가 대중문화에서는 가장 익숙하다. 가장 작은 종들은 길이가 대략 2미터였던 반면 가장 큰 것들은 20미터나 되어 오늘날의 향유고래만하다. 이 거대한 해양 포식자들은 어류와 상어와 이크티오사우루스와 공룡과 다른 플레시오사우루스를 쫓았다.

    7 계통적으로 다른 조상에서 유래한 생물 간 또는 분자 간에 유사한 기능 또는 구조가 진화하는 현상. 어류와 고래는 직접적인 공통 조상은 아니지만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는 방향으로 적응한 결과, 형태상의 유사성이 생기도록 진화했다.

    이집트의 카이로 남서쪽에 위치한 고고학 발굴지역인 와디 알-히탄Wadi Al-Hitan, 일명 고래계곡에서 발굴된 초창기 고래 골격 화석.

    중생대는 공룡의 멸종이라 알려진 대규모 멸종으로 드라마처럼 막을 내렸고 살아남은 것은 새들로 진화하게 될 종뿐이었다. 약 6600만 년 전에 일어났던 소행성 충돌–이 충돌로 유카탄반도Yucatan Peninsula의 칙술루브 분화구Chicxulub Crater가 생겼다–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속屬에 속한 동물의 50퍼센트가 지질학상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사라졌다. 바다를 지배했던 이크티오사우루스와 플레시오사우루스, 그리고 암모나이트 전부, 많은 종의 극미 플랑크톤과 완족류, 어류, 육상식물이 멸종동물에 포함되어 있었다. 인류가 등장한 지질학 시대인 신생대Cenozoic era에는 육상 기반의 동물인 포유류가 바다동물로 진화했다.

    포유류는 왜 바다로 돌아갔을까? 아마 해산물이 답일 것이다. 해양포유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에오세Eocene로, 지구의 온도와 바다의 초기 생산성이 높아졌을 때였다. 따라서 모든 동물은 수중섭식에 맞게 적응했다. 에오세가 끝나고 테티스해가 닫혀 호주가 남극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북쪽을 향해 멀어져가면서 남극해Southern Ocean의 일부가 열렸다. 남아메리카가 남극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이동하면서 남극해의 나머지 해역까지 열렸고, 극지 주변의 해류가 생겨났다. 바다가 서로 이어져 바닷물이 섞이면서 수중 생산성이 증가했다.

    5000만 년 전, 매너티manatee라는 이름의 바다소의 조상, 그리고 고래들이 강과 연안에 출현했다. 4000만 년 전에는 해양 환경에 온전히 적응한 포유류가 유라시아 남쪽과 카리브해 서부 열대 지역의 바다에 서식하게 되었다. 이집트 사막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는 바람에 휩쓸린 모래와 암석에 끼어 갇혀 버린 이 바다의 과거를 보게 해 준다. 예기치 않은 발견이었다. 고래계곡을 의미하는 와디 알-히탄에는 해양포유류의 골격 수백 개가 남아 있었는데, 그것들은 뒷다리를 잃는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해양포유류의 것들이다. 이들은 4000만 년 전에서 3900만 년 전 사이에 쌓인 상어, 경골어, 악어 그리고 바다거북의 뼈들과 같이 발견되었고, 얕은 해양 서식지의 증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초창기 많은 해양포유류 표본을 기준으로 볼 때 이 얕은 서식지는 빙하분리를 통해 생긴 해역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바다에서 생겨난 찬란할 만큼 다채로운 생명체들은 어떤 경우에는 극한의 조건에, 또 다른 경우에는 평범한 환경에 적응했다. 생명은 바다 전체에 걸쳐 각각 다르게, 그리고 이 긴 이야기의 또 다른 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건에 고유한 방식으로 대응하며 진화했고 현재도 진화하고 있다.

    해양포유류의 화석은 극지방에서 열대지방까지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지만 가장 흔히 발견되는 곳은 북부 온대지방이다. 오늘날의 해양포유류는 전 세계에 드문드문 산재하고 있다. 양분은 용승upwelling 작용을 통해 수면에 도달한다. 용승은 바람으로 인한 순환으로 더운 수면의 물을 해변에서 멀리 밀어낼 때 아래쪽에 있던 차고 밀도가 높으며 영양분 가득한 물이 위쪽으로 치고 올라오는 작용이다. 용승지대는 대개 대륙의 서쪽 끝이나 해산海山⁸, 혹은 산호초 주변에 분포하며, 어류와 포유류를 비롯한 해양 동물이 들끓는 서식처다. 크릴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은 매일 수직 이동vertical migration을 한다. 밤에는 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수면으로, 낮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심해로 내려가는 그들을 따라 다른 해양 동물들도 이동한다.

    8 심해저에서 1,000미터 이상 솟은 바닷속 산.

    산재성散在性은 육지처럼 바다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지구 표면의 71퍼센트, 거의 4분의 3을 바다가 뒤덮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바다가 지구상 서식 가능한 공간의 9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모른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바닷속에 포진한 다양한 공간이 거대한 산맥과 제멋대로 뻗은 열대우림, 광활한 평원과 사막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서식처를 제공한다. 그러나 바다 생명체의 분포는 전혀 균일하지 않다. 심해 약 2,000미터까지 추락하는 고래의 사체는 수십 년 동안 대양저 일부 구역에 사는 기회주의적 심해 유기체에게 먹이를 제공하며, 심해저 생태계를 부양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많은 해양생명체는 영양이 풍부한 연안의 얕은 둑, 차갑고 양분이 많은 용승지대, 플랑크톤이 가득한 남극 주변의 공해, 암초 같은 지형이 있는 바다, 대륙붕단shelf break이나 해산, 그리고 깜깜한 심해의 신비로운 열수구 등 생산성이 높은 장소에 무리지어 산다.

    1977년에 해저가 활성화되어 있는 지대에서 열수구가 발견되면서 분출이 활발한 이 구역 근처에 사는 고도로 특화된 진기한 동물군과 만날 길이 열렸다. 해저에 금이 간 곳을 통해 스며든 물은 열암을 만나 온도가 높아지고 화학성분이 변하며 빠져나올 수 있는 경로를 따라 온천으로 뿜어져 나와 바닷물에 녹아 있는 무기물질과 섞인다. 생명체가 발견된 최초의 열수구–장미정원이라는 시적인 이름이 붙었다–는 2미터가 넘는 거대한 관벌레tubeworm로 뒤덮여 있었다. 끊임없이 분출이 일어나는 주변으로 처음에는 게가 모여든다. 게는 매트처럼 깔린 박테리아를 먹이로 삼는다. 그 다음 관벌레, 홍합, 조개, 갑각류, 혹은 다른 무척추동물의 군락지가 발달한다. 이들은 섭씨 350도나 되는 뜨거운 물 반경 불과 수밀리미터 이내에 산다. 이곳의 물이 증발하지 않는 이유는 심해 깊은 곳의 압력 때문이다. 이곳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미생물은 지구의 다른 생태계와 달리 햇빛에 의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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