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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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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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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과학이 교양과 상식이 된 시대!
일상 속 사소한 호기심부터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까지
대중문화 속 한 장면으로 풀어보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대중문화 속 ‘그때 그 장면’으로 전문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제3편 《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가 출간되었다. 법률을 다룬 1편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경제를 다룬 2편 《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와 같이 이번에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 작품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쥬라기 월드〉, 〈엑스맨〉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혹성탈출〉 시리즈 등 대중에게 친숙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또 〈라이온 킹〉, 〈몬스터 주식회사〉, 〈시간을 달리는 소녀〉, 〈아이, 로봇〉 등 성인과 청소년, 어린이를 막론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등에서 소재를 찾아 과학적 지식을 쌓게 해준다.
영화 〈쥬라기 월드〉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정말 쥐라기 때 살던 공룡인지, 다양한 초능력을 펼치는 히어로들인 엑스맨처럼 멀게만 생각하는 돌연변이는 어떻게 생겨나는지, 또 돌연변이는 그저 비정상적인 존재일 뿐인지 살펴보고,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뿐인지, 동물과 AI는 인격체라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대중문화 속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평행우주는 무엇인지 등의 이야기를 다루며 기본적인 과학 상식을 알게 해주고 과학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에 대해 고찰한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과학 이야기로 다수의 저서를 펴낸 저자는 단순히 대중문화 속 과학 기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예측을 아우르는 흥미로운 시선을 더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다”라고 책머리에 밝혔듯 생명공학, 유전공학, 로봇공학, 천체물리학, 의학, 뇌과학, 인공지능 등 대중문화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의 사례들을 만나는 재미가 풍성하고 새롭다. 또한 영화에서 발견한 과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인류와 인간이 만든 문명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제안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애플북스
Release dateNov 20, 2019
ISBN979115771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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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 박 재용

    지은이 박재용


    과학저술가이자 커뮤니케이터. 대학을 들어갈 땐 물리를 전공하고자 했으나 중간에 그만둔 후, 여러 다른 길을 걷다가 다시 과학과 만났다. 현재 과학, 과학의 역사, 사회에 대한 글을 쓰면서 강연을 하고 있다. 새로운 책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매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시리즈의 《멸종》, 《짝짓기》, 《경계》를 대표 집필했고,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를 썼다. 서울시립과학관에서 ‘부모가 먼저 배우는 과학’ 강연을 하고 있으며, ‘생명 진화 40억 년의 비밀’, ‘과학, 인문에 묻다’, ‘수식이 있는 물리 강의’, ‘과학사 강의’ 등의 강연을 진행했다.

    * 이미지 제공

    Albert Robida,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Brian Wowk, BrokenSphere, chris Doornbos, Daksh121, Defense Imagery Management Operations Center, Doc. RNDr. Josef Reischig, CSc, Funkmonk, Jens Bludau, jgmarcelino, Kansascity.com, Nobu Tamura, null0, Oregon State University, Philip Leonian, Rosalee Yagihara, U.S. Navy / Shutterstock

    C  O  N  T  E  N  T  S

    프롤로그  이 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다.

    1장 영화, 생명의 진화와 멸망을 그리다

    1 티라노사우루스는 정말 쥐라기 때 살았을까?

    〈쥬라기 월드〉로 보는 공룡의 숨겨진 진실

    2 심바는 정말 초원의 왕이 되었을까?

    〈라이온 킹〉으로 보는 동물의 세계

    3 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엑스맨〉으로 보는 생물의 진화

    4 내일 온 세상이 망한다면 무엇 때문일까?

    〈나는 전설이다〉로 보는 지구 종말 시나리오   

    5 지구로 소행성이 날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겟돈〉으로 보는 소행성 충돌

    2장 기술, 인간의 몸과 마음속으로 들어오다

    1 우리가 먹는 케이크는 GMO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로 보는 식물의 진화

    2 사이보그 기술로 어떻게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까?

    〈여인의 향기〉로 보는 생체공학  

    3 암에 잘 걸리는 나이가 따로 있는 이유는 뭘까?

    〈버킷리스트〉로 보는 암 치료의 발전

    4 치매 같은 뇌 질환은 왜 치료하기 힘들까?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보는 뇌 과학 

    5 캡틴 아메리카는 어떻게 냉동 상태에서 멀쩡히 깨어났을까?

    〈캡틴 아메리카〉로 보는 냉동인간 기술 

    3장 AI, 인간, 그리고 인격을 말하다

    1 테오도르는 AI와의 사랑보다 실업문제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녀〉로 보는 AI와 미래의 일자리  

    2 혹성탈출 원숭이는 인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혹성탈출〉로 보는 비인간 인격체 

    3 로봇은 인간과 자신 중 누굴 먼저 지켜야 할까?

    〈아이, 로봇〉으로 보는 로봇 윤리

    4 안드로이드는 어떻게 우리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바이센테니얼 맨〉으로 보는 미래의 로봇

    4장 과학, 바다와 하늘을 너머 우주로 가다

    1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은 왜 그토록 험난했을까?

    〈율리시즈〉로 보는 바닷길의 발전

    2 타이타닉호는 왜 그렇게 크게 만들었을까?

    〈타이타닉〉으로 보는 증기기관의 등장

    3 맷 데이먼은 왜 화성에 감자를 심었을까?

    〈마션〉으로 보는 최후의 미개척지 개발 

    4 다른 차원 우주에 사는 존재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몬스터 주식회사〉로 보는 차원 이동

    5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구하려는 친구는 과거와 같은 사람일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보는 평행우주

    프롤로그

    이 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다.

    이과 출신의 어떤 이가 달은 초창기 지구와 테이아(Theia)의 대충돌로 만들어졌다라고 하니, 옆의 문과 출신이 이과도 별수 없네. 달이 대충 돌로 만들어졌다니. 돌로 만들어진 걸 누가 모른담이라 했다는 농담을 들었다. 이런 식의 농담이 오고 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과와 문과는 서로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과는 문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문과는 이과를 설득하지 못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한편,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이과적 태도와 문과적 태도를 겸비해야 한다고, 융합이며 통섭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과도 인문학을 알아야 하고, 문과도 과학을 알아야 한다고들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서로의 분야에 대해 담을 쌓고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학문 간의 간격을 좁히고, 벽을 허물기 위해 얼마 전부터 다양한 대중서적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을 펴낸 취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도구’로 영화를 선택했다. 다양한 영화를 보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과정은 힘도 들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가령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2001: A Space Odyssey, 1968)〉을 가지고 우주 탐사를 이야기하고, 〈그래비티(Gravity, 2013)〉를 가지고 중력을 이야기하는 식이면 너무 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이야기에 반전을 두지는 않았지만 나름 반전의 재미를 넣고자 했다.

    사실 무슨 이야기든 잘 읽다 보면 그 속에 과학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없다. 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반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은 모두 인문학이다. 과학마저도 마찬가지다. 어떤 눈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를 뿐이리라. 가령 피카소가 그린 〈우는 여인(Weeping Woman)〉을 보면서 ‘왜 우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인이 우는 이유나 원인을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따져볼 수도 있고,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또는 여인이 처한 사회적 현실로부터 유추할 수 있고, 여인의 심리적 불안으로부터 연유를 찾을 수도 있다. 어떤 접근이든 모두 대답은 된다. 다만, ‘왜 우는가’란 질문의 목적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뿐이다.

    이 책은 과학의 눈으로 영화에서 발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우리를 다시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썼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시대에 대해, 생태계의 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묻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해선 답을 미루기도 한다. 답을 말할 사람이 내가 아니라 독자와 나 자신을 포함한 인류 전체인 경우도 있고, 아직 답을 내리기 섣부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책에서 제기하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으면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각 질문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글은 내가 영화의 등장인물이 되어 그들이 느낄 법한 생각이나 감정, 겪을 법한 상황을 상상한 것이다. 일부는 실제 대사이기도 하지만 내가 꾸며낸 것도 많다. 어떤 내용이 실제 영화에 담긴 것인지 알아가는 일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즐겁게 읽으시고 그동안 몰랐던 과학적 사실 몇 가지를 더 알고 지식을 얻어 과학적 사고방식과 친해질 수 있다면 더 큰 바람이 없겠다.

    2019년 10월,

    글쓴이 박재용

    티라노사우루스는

    정말 쥐라기 때 살았을까?

    〈쥬라기 월드〉로 보는 공룡의 숨겨진 진실

    티라노사우루스: 랩터야, 랩터야, 너 꼴이 심하게 웃긴다. 깃털은 다 어디로 가고 비늘을 뒤집어쓰고 있냐. 클클.

    랩터: 어이, 티라노. 남 말 할 때가 아닌데. 꼬리를 축 늘어트린 꼴이라니. 뛸 때마다 땅에 꼬리가 쓸려서 어쩌냐. 나도 그렇지만 너도 엄청 이상해.

    티라노사우루스: 맞아, 웃을 때가 아녀.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저 인간들 정말 맘에 안 들어. 대지를 울리며 달리던 내가 꼬리를 늘어트린 꼴이라니. 꼬리 밑이 쓸려서 다 까졌어. 억지로 꼬리를 들고 다니려니 영 힘들어 죽겠다니까. 저것들 데려다가 중생대 시간 여행이라도 한번 시켜줬어야 했나 봐.

    랩터: 그러게 말야. 중생대 최고의 패셔니스트이자 가장 날쌘 사냥꾼인 나 랩터를 비늘 덮힌 도마뱀 꼴로 만들어놓은 건 또 뭐냐.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형형색색으로 빛나던 깃털. 그게 바로 내 존재의 의미였는데.

    티라노사우루스: 근데 랩터야. 너 깃털이 빠지니 몸이 반쯤 줄어들었어. 마치 털 뽑힌 닭 같아. 그래서야 먹잇감들이 너를 보고 겁이라도 먹겠냐.

    랩터: 생각하면 할수록 성질이 뻗쳐서 못 참겠군. 어이 티라노. 저 인간들 한번 혼쭐 내야지 않겠어?

    티라노사우루스: 좋지. 나도 마침 그럴 생각이었네. 어디 활극 한번 찍어볼까?

    공룡에겐 비늘 대신 깃털이 있었다

    공룡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친구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다. 어린이집에 들어갈 즈음부터 공룡 이름을 하나둘 외기 시작해서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면 한 반에 공룡 전문가가 몇 명씩 나타난다. 물론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공룡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 사라지고 이름도 다 까먹는다. 흔히 공룡 곡선이라고 부르는 주기가 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영화에 나온 대표적인 공룡의 이름 몇 개 정도만 기억하는 데 그치곤 한다. 대부분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공룡의 제왕으로 나오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사실 백악기 후기(6,700만 년전 ~ 6,500만 년 전)에 살았다.

    이 이름들을 기억하는 것도 사실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¹ 시리즈를 본 덕분이겠다. 대부분 시리즈 전체는 아니라도 최소 한 편 이상은 봤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한 목적 때문에라도 전부 봤다. 그런데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이 각 편마다 조금씩 다른 걸 눈치챘는가. 공룡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공룡의 원래 모습을 이전보다 훨씬 더 잘 알게 되었고, 그 내용들이 영화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1 ‌‘쥬라기’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쥐라기’로 써야 하지만, 영화 제목에 한해 혼용해 사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화석으로 공룡을 처음 접했을 때 많이 당황했다. 그토록 거대한 뼈를 가진 생물을 본 적이 없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각자 자신의 마음대로 상상을 했고, 그 결과 희한한 복원도들이 그려졌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하면서 점차 커다랗고 괴상한 뼈의 주인공들이 중생대에 살았던 파충류의 일종인 공룡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룡이 파충류라는 것은 두개골 화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육상 척추동물의 두개골에는 눈구멍 외에도 구멍이 또 있다. 파충류는 모두 좌우에 하나씩 측두창이라는 구멍이 있고 포유류는 모두 하나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구멍이 두 개인 녀석들을 이궁류(diapsid)라 하고, 하나씩인 녀석들을 단궁류(synapsid)라고 한다. 이궁류나 단궁류라는 이름을 따로 붙인 이유는 파충류나 포유류의 방계조상쯤 되는 화석들에도 구멍이 있었는데, 이들을 딱히 파충류나 포유류라고 부르긴 애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현세에 두개골에 구멍이 두 개인 녀석들은 오로지 파충류와 조류뿐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포유류는 두개골에 구멍이 한 개다.

    화석의 주인공들이 파충류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사람들은 파충류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을 동원해 복원도를 만들었다. 현재의 파충류처럼 재현을 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 복원된 공룡은 몸의 표면은 비늘로 덮여 있고, 차가운 피를 가지고 있으며, 네 다리로 어슬렁거리듯 굼뜨게 걷는 모습을 하고 있다. 또 꼬리는 길게 늘어져 땅에 질질 끌리고, 긴 목도 중력을 이기지 못해 앞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단순히 지금의 도마뱀을 백 배 정도 확대한 모습이었다. 무기력하고 굼뜨고 어기적거리고 기어 다니는 커다란 도마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생물학자들이 새로운 공룡의 뼈를 계속 발굴하고, 골격에 대한 역학적 연구가 거듭되면서 공룡의 모습은 놀랍게 바뀌었다.

    우선 척추가 곧추서게 되었다. 많은 육식 공룡들은 자신의 상반신을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골반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공룡의 뒷다리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효율적이었다. 복원도에서도 굽었던 등이 펴지고 꼿꼿해졌다. 두 눈의 위치는 두개골이 평소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를 나타낸다. 초식동물이든 육식동물이든 눈은 적과 먹잇감을 최대한 잘 살필 수 있는 방향에 위치하게 마련이다. 공룡 두개골로 확인할 수 있는 눈의 위치는 그들이 머리를 꼿꼿이 들고 서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머리가 큰 녀석들도 그렇다.

    게다가 보존 상태가 좋은 공룡의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지금의 새와 마찬가지로 공룡이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공룡과 새의 깃털은 파충류의 비늘에서부터 진화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깃털은 공룡이 새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먼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21세기 들어서 새롭게 발굴된 공룡 화석 중에는 깃털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는 것들도 많았던 것이다. 

    공룡이 깃털을 가지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여겨진다. 바로 보온과 성 선택이다.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는 지금보다 따뜻하고 산소농도도 높았지만, 밤이 되면 조금 서늘하기도 했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나 고산지대는 더 추웠을 것이다. 체온을 보존하려면 좋은 단열재가 필요할 것이다.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깃털은 가장 좋은 단열재 역할을 했다. 동물 윤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구스다운이나 덕다운 같은 겨울철 외투가 인기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깃털은 가는 털 사이사이에 공기를 듬뿍 보관할 수 있어서 단열효과가 아주 높다. 그러니 공룡들도 추운 겨울밤 체온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겨울을 나는 새들도 마찬가지다. 가지 위에서 흠뻑 눈을 맞으면서도 여유 있게 살아가는 겨울새들의 모습은 깃털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벨로키랍토르 역시 백악기 후기에 나타났던 공룡으로, 그 이름은 ‘날랜 사냥꾼’, ‘날렵한 도둑’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체온을 보존한다는 말은 반대로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뜻이다. 즉, 공룡이 우리가 기존에 알던 것처럼 변온동물이 아니라 정온동물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냉혈동물이란 말도 자주 쓰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변온동물이란 외부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을 말한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동물의 피도 따뜻해지고, 외부가 추울 때는 동물의 피도 차가워진다. 항상 냉혈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찌 되었든 과학자들 사이에서 공룡은 친척 파충류인 도마뱀이나 악어, 거북과는 달리 정온동물이었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공룡의 습성을 통해 체온 변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영화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2015)〉에서 벨로키랍토르는 엄청난 빠르기로 달린다. 주로 먹이를 사냥할 때 여럿이 집단으로 달려가 사냥감의 경동맥을 물어 숨통을 끊는 방법을 쓴다. 그렇게 움직이려면 대단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물질대사가 활발해야 한다. 물질대사가 활발하려면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 좋다.

    그런데 도마뱀이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양지의 바위 위에 올라가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모두 체온을 올리기 위한 행동이다. 체온이 올라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잠을 자는 뱀은 옆에서 건드려도 제대로 움직이질 못한다. 체온이 낮아서 그렇다.

    체온이 너무 올라가도 위험하다. 우리도 여름 한낮에 땡볕에서 일하다가 일사병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도마뱀들도 아주 더운 한낮에는 그늘에서 쉬곤 한다. 그러나 덩치가 큰 공룡은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이때 깃털이 있다면 좋은 방어책이 될 수 있다. 깃털은 외부의 높은 기온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막아준다. 사막의 베두인 사람들이 긴 천으로 온몸을 감싸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효과는 더 좋다.

    깃털의 또 다른 효용은 성 선택에서 찾을 수 있다. 닭의 경우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하다. 볏도 있고, 깃털의 색깔도 다양하다. 공작도 수컷은 대단히 화려한 데 비해 암컷은 수수하다. 수컷이 이렇게 화려한 이유는 암컷의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컷 새들이 ‘무리하게’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화석을 분석해본 결과, 공룡들의 수컷도 화려하고 다양한 깃털을 가지고 암컷을 유혹했을 거란 주장이 정설이 되고 있다. 공룡은 머리 위에 빨간 볏이 달려 있고, 짧은 앞발에는 새의 날개처럼 길고 환한 깃털이 달려 있었다. 등에도 척추를 따라 깃털이 솟아올라 있었다. 고개를 들고 ‘꾸애액!’ 하고 고함을 지르며 육중한 뒷다리로 지축을 박차고 달렸을 것이다. 꼬리에도 예쁜 깃털이 솟아나 있어서 달리는 동안 몸의 균형을 맞추며, 방향을 바꿀 때도 몸이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해주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공룡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어쩌면 다음에 제작되는 공룡 영화에서는 이렇게 화려한 공룡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마치 새처럼 깃털이 달린 모습을!

    바다와 하늘에는 공룡이 없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중생대(Mesozoic Era), 특히 쥐라기(Jurassic Period)와 백악기(Cretaceous Period)에 살았던 거대 파충류는 모두 공룡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공룡은 지상을 지배했을 뿐이다. 당시 하늘과 바다를 지배했던 파충류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공룡과는 많이 다른 녀석들이다.

    우선 하늘을 지배한 파충류는 익룡(pterosaurs)이다. 공룡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생대 초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다. 당시 지상의 왕자는 공룡이 아니었다. 중생대 후반의 포유류가 공룡에 눌려 지냈던 것처럼 중생대 초기의 공룡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정도였다. 바로 그때 익룡이 하늘을 날았다. 익룡은 공룡과는 달리 하늘을 날기 시작하자마자 하늘의 제왕이 되었다. 이전까지 하늘을 날던 건 곤충뿐이었기 때문이다.

    백악기 후기에 살던 익룡 케찰코아툴루스. ‘날개를 가진 뱀’이라는 뜻으로, 크기는 11미터에서 13미터에 이르렀다.

    익룡의 조상은 작은 파충류였다. 처음에는 천적을 피해 나무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그곳에서 땅으로 내려가기보다는 주변 나무로 뛰어가는 것이 훨씬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래서 활강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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