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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의 종착역: 돌도끼
추상화의 종착역: 돌도끼
추상화의 종착역: 돌도끼
Ebook152 pages1 hour

추상화의 종착역: 돌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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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책 소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뜻깊고 재미있게 펼쳐놓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26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었으며 각 소설 마다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목인 추상화의 종착역은 이 책의 구성 소설 중 한 제목을 선택하였습니다. 적극적인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좋은 반려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건과 자연과 인간관계에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풍요로운 정신세게를 개척하시기 바랍니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유페이퍼
Release dateAug 20, 2023
ISBN9791171294084
추상화의 종착역: 돌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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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상화의 종착역 - 송재섭

    소설

    추상화의 종착역

    지은이 송재섭

    목차

    1 인형

    2 고려청자

    3 돌도끼

    4 천국에서 온 편지

    5 위기의 탱고

    6 사랑의 귀결

    7 물고기 바다로 가다

    8 내 마음의 별

    9 봉사하는 마음

    10 보물찾기

    11 다이아몬드 클럽

    12 갈림길

    13 부메랑

    14 술방울과 땀방울

    15 사랑의 조건

    16 짝퉁

    17 흔들리는 가로등

    18 추상화의 종착역

    19 마라톤 세레나데

    20 부활의 조건

    21 다람쥐의 소원

    22 위 하 여 !

    23 어둠을 헤치고

    24 세월호의 그림자

    25 늪을 건너 요람으로

    26 영혼 거래

    1 인형

    혜라는 창우를 만난 지 1년이나 되었어도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기대와 설렘에 함께 젖어 든다. 혜라는 오늘도 창우를 기다리고있다. 오늘은 더욱더 마음이 한껏 들떠있게 만드는 것이 창우와의 특별한 약속이 있다. 전화 음이 울린다.

    ‘창우다!’

    혜라, 잘 있었어? 6시까지 너희 회사 정문으로 갈게.

    혜라는 부산스럽게 하던 일을 정리하고 얼굴화장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옆에서 후배가

    언니는 벌써 웬 시집가는 SMELL이 난다.

    하고 한마디 거든다.

    얘들아, 나 먼저 나간다. 안녕!

    하고 혜라는 사무실을 나선다.

    회사를 나서자 창우가 기다리고 있다. 창우가

    어서와! 혜라야!

    빨리 왔구나! 잘 있었어?

    오늘은 더욱더 창우가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오랜 친구와 같이 느껴진다.

    요즘 회사 일은 잘 돼 가니?

    응, 이번 프로젝트는 상당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너는 어때?

    하고 혜라가 묻는다.

    응, 나도 친구 놈이랑 일을 벌여 놓았는데 열심히 하고 있어.

    차는 이미 경춘 국도로 접어들고 있었다.

    혜라야, 우리 중간에 저녁 식사나 하고 가자!

    그래. 막국수가 맛있다고 하던데 막국수 먹자.

    그래. 하고 차는 구부러진 국도를 달리는데, 혜라는 순간적으로 앞차 운전자의 얼굴이 눈에 스치며,

    창우야!

    하는 외마디의 괴성이 나오는 순간

    ‘꽝!’

    하고 역주행 하는 앞차와 함께 두 대의 차가 부닥치고 말았다.

    혜라는 중환자실로 실려 가서 대수술을 받았다. 혜라는 정신을 못차리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가끔

    창우야, 창우야.

    를 되뇔 뿐이다. 그럴 때면 혜라의 오빠는

    응, 응.

    하며 혜라를 달래곤 했다. 그러면 혜라는 정신없이 손을 허공에 휘젓다 잠이 들곤 한다. 혜라가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혜라의 친구들이 병문안을 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릴 적 같이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찾아 왔다. 아직 혜라는 친구를 알아볼 정도가 못 되어 친구들은 저희끼리 이야기하다 가곤 한다. 가우루를 따라다니던 주희가 말한다.

    가우루야, 너 애인이니, 네가 좀 자주 와라.

    그래, 내가 자리를 지킬 테니, 너희들은 잘 놀다 가고 다음에 또 와!

    라고 말한다.

    가우루는 어릴 때부터 혜라와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고등학교 때까지 같이 다니곤 했다. 가우루는 혜라를 좋아했으나 서로의 생각 차이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서로의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가우루는 혜라를 막역한 친구처럼 생각하고 혜라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가우루는 혜라가 저렇게 많이 다쳤으니 만약에 혜라가 잘못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가우루는 아예 직장에 휴직하고 혜라 곁에서 간호하기 시작했다. 혜라의 식구들은 딱히 간호할 사람이 없었다. 혜라의 어머니는 노환으로 주로 집에만 계시고 혜라의 오빠는 직장과 가정으로 바쁘게 생활했다.

    혜라가 중환자실에 들어온 지도 1개월이 다 되었지만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초점 잃은 눈망울로 허공에 손을 내저으며

    창우야, 창우야.

    하다가 잠이 들곤 한다. 그러다 가끔은 의식을 찾고

    창우는 어디 있어?

    하고 묻는다. 그럴 때면 가우루는

    저기 앞쪽 건물에 입원해있어.

    라고 대답하면 혜라는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머금고 다시 잠들곤 한다. 가우루의 지극한 정성으로 혜라는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혜라가 어렴풋이 사태의 윤곽을 잡아가자 혜라는 창우를 더 찾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가우루는 저기 앞쪽 병실에 있노라고 얼버무렸으나 이제는 혜라가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가우루의 대답이 궁색해지자, 혜라가 정신적으로 안정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맞은편 입원실에 창우와 닮은 인형을 만들어 눕혀 놓기로 하고 병원 사무실에 들렀다. 병원 사무장은 안 된다고 했으나 나우루는 끈질기게 설득을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혜라가 영영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요즘은 입원실이 여유가 있으니 2개월 정도만 편리를 봐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결국 입원실에 창우의 모형을 만들어 눕혀 놓았다. 혜라는 차츰 의식이 조금씩 맑아지고 그럴수록 여전히 창우를 더 찾고 있었다. 이제는 가우루도 알아보기 시작하고

    가우루야, 너는 왜 여기 와 있니?

    하고 묻는다. 가우루는

    응, 병원에 아는 분이 입원해서 왔는데, 네가 있다고 해서 당분간 돌봐 줄게.

    하고 대답했다.

    창우는 어디 있어?

    하고 여전히 혜라가 되물으면 가우루는

    저기 맞은편 입원실에 있어. 창우가 다리를 많이 다쳐서 움직일 수가 없어.

    라고 말했다. 그러면 혜라는 몸을 억지로 돌려서 맞은편 입원실을 한참이나 쳐다보고는

    창우야, 창우야.

    를 입속에서 되뇌고는 눈물을 글썽인다.

    혜라는 몰라보게 회복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앉을 수가 있게 되었다.

    가우루야, 창우오빠 좀 만나게 해 줘.

    하고 조르기 시작한다.

    가우루는

    조금만 더 기다려 네가 회복이 좀 더 되어야 움직일 수가 있지.

    라고 말했다.

    옆에 있는 환자는 가족이 여러 명이 찾아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회복도 빠르다. 혜라도 이제는 빠르게 회복이 되어 목발에 의지한 채 조금이나마 걸을 수가 있게 되었다. 혜라는 더욱더 가우루를 재촉한다.

    가우루야 창우 얼굴만 보고 올게. 한 번만 가자.

    하고 조른다. 가우루는

    조금만 더 걸으면 가자.

    라고 하면, 혜라의 얼굴에는 실망과 슬픔의 그림자가 가득 번진다.

    이제는 혜라가

    나 혼자라도 창우오빠를 만나러 갈 거야.

    하고 큰소리치며 막무가내다. 가우루는 이제 더 이상 혜라를 막을 수가 없다.

    그래, 내일 창우를 만나러 가자.

    라고 말하자 혜라도

    그래.

    하고 대답하면서 기쁨의 눈물이 두 줄기 흘러내린다.

    오늘은 혜라가 창우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혜라는 아침 일찍부터 상기된 얼굴로 마음이 들떠서 즐거워했다. 가우루는 시간을 끌다가 점심이 되어서야 나타나

    해라야, 우리 점심이나 먹고 가지.

    라고 말하자, 혜라는 완강히 지금 가겠다고 우긴다.

    혜라야, 지금은 진료시간이야, 점심 먹고 가자.

    라고 말하였으나 혜라는

    아니야, 지금은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단 말이야. 진료하면 문 앞에서 기다릴 거야.

    라고 말하며 끝까지 우겼다.

    이에 가우루가

    혜라야, 제발 내 말도 조금만 들어줘.

    하며 애원하다시피 달랬다. 혜라는 거의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겨우 혜라를 달래서 병원 근처 식당으로 데려갔다.

    식당 옆 가게에서 나나무수꾸리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흘러나온다. 가우루는 참담한 심정에 지금 혜라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길거리에 꿇어앉아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따라 기도라도 하면 조금이나마 자신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자리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그러나 오랜 친구로서 혜라의 고통을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가우루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식당에 들어서고 식사가 나오자 드디어 가우루가 혜라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입을 열었다.

    혜라야, 마음을 크게 먹고 내 말을 잘 들어! 세상에는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우리는 자신의 생활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듯이,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서도 슬기롭게 견뎌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야.

    이렇게 말하자 혜라의 두 눈에 두려움과 절망의 빛이가득했다.

    가우루야, 제발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하고 초점 잃은 눈동자로 가우루를 쳐다본다 가우루가 드디어 무겁게 입을 열고

    혜라야, 창우는 없어.

    하고 말하자,

    혜라는

    왜?

    하며 이미 현실을 떠난 듯이 허상을 보는 허황한 눈빛으로 가우루를 두렵게 쳐다보았다.

    혜라야, 그건 인형이었어.

    하고 가우루가 말하자,

    가우루야, 거짓말이지? 창우는 살아있어! 여태껏 봤잖아! 나는 창우가 움직이는 것도 봤단 말이야! 내가 직접 가서 만나볼 거야!

    라고 울부짖으며 목발을 한 채 정신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혜라야, 창우는 없어.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해.

    라고 말하며 가우루가 만류했으나 혜라는 창우를 바라보던 병실로 울면서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혜라가 그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인형을 발견하고는

    창우야!

    하면서 인형을 끌어안고 엉엉 소리내 서럽게, 서럽게 울다가 실신하고 말았다.

    가우루는 다음 날도 혜라 곁을 지켰다. 혜라는 수액주사를 맞고 오후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혜라는 눈을 뜨자마자

    내가 왜 여기 있어?

    하고는

    창우가 슬프면 나도 슬픈 거야, 나는 창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해, 창우가 기다린단 말이야.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우루의 만류를 뿌리치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목발에 의지한 채 창우의 고향으로 발길을 옮겨 놓았다. 가우루는 저 멀리 한없이, 한없이 작아지는 혜라의 뒷모습을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2 고려청자

    조용한 산골에 쨍그랑쨍그랑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여보, 허구한 날 도자기를 그렇게 깨버리면 우리는 무얼 먹고 살아요?

    설희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걱정을 한다. 이럴 때면 삼새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훌륭한 도자기를 만들어 줄 테니 걱정 말아요.

    하고 대꾸한다. 그러자 설희는

    여태껏 안 만들어진 훌륭한 도자기가 갑자기 만들어지나요. 그리고 이제는 인생도 다 가고 그냥 좀 편히 삽시다.

    하고 말을 이었다.

    삼새기는 부모로부터 도자기 빚는 법을 배우고 제1가마도 물려받았다. 삼새기는 설희와 결혼해서 40여 년이 지났으나 여태껏 크게 다투는 일 없이 서로가 지극히 아끼는 사이로 소문이 자자하다. 삼새기와 설희는 옆 동네에 살면서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다. 그런 만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왔다. 그러나 삼새기가 도자기를 만들기는 하나 큰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도자기 주문이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하지만 그보다 삼새기가 좋은 도자기를 넘어서 훌륭한 도자기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랫마을 강부자가 도자기를 사러왔다. 강부자는 삼새기로부터 도자기를 사서 자신이 쓰기도 하고 건넛마을에 비싼 값에 되팔기도 한다. 강부자는 주섬주섬 고와 보이는 도자기를 열댓 점 모아 놓고는

    삼새기 이건 얼마면 되겠는가?

    하고 묻자.

    낱곡 두 가마만 주십쇼.

    라고 한다. 강부자는

    그러지 말고 한가마로 하세.

    라고 말하면서 도자기를 소달구지에 싣는다. 삼새기는 딱히 다른 사람이 사러 온다는 보장도 없고 곡식이 다 떨어져 가기 때문에 말릴 엄두가 나질 않아서 그냥 내버려둔다.

    설희는

    여보, 저렇게 좋은 도자기만 골라 가는데 다섯 가마는 받아야죠.

    하며 역정을 낸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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