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단편 한 입

By 에밀 졸라

\'내가 정말 죽은 걸까? 아니면 영혼이 나를 떠나지 않는 걸까?\'
죽은 듯 누워 있는 한 남자의 곁에서 그의 아내가 서럽게 울부짖고 있다. 남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몸은 가위에 눌린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강직증에 걸렸지만 죽은 것으로 착각해 결국 생매장 된 한 남자의 이야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에밀 졸라의 이 매혹적인 단편소설은 죽음이라는 끔찍한 주제를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 속으로
아내의 목소리는 아주 멀리서 나는 것 같았지만 똑똑히 다 들렸다. 빛 속에 보이는 모든 물체가 마치 빛 속에서 녹아내리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었으나 왼쪽 눈은 아직 희미하게나마 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 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마치 벼락에 맞은 사람처럼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의지가 소멸한 것처럼 손 하나 까딱하지 못 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 Language: 한국어
• Publisher: 책보요여
• Release date: Jul 24, 2023
• ISBN: 9791193209059

Book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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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흘 동안 앓다가 죽은 것은 어느 토요일 아침 6시였다. 이불을 찾으려고 짐을 뒤지고 있던 아내가 일어나 돌아서서 맥박이 뛰지 않고 눈을 뜬 채  딱딱하게 굳은 나를 보았다. 내가 기절했다고 생각한 아내는 달려와 내 손을 만지고 내 위로 몸을 굽혔다. 그러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고는 말을 더듬었다.

세상에, 세상에! 죽었어!

아내의 목소리는 아주 멀리서 나는 것 같았지만 똑똑히 다 들렸다. 빛 속에 보이는 모든 물체가 마치 빛 속에서 녹아내리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었으나 왼쪽 눈은 아직 희미하게나마 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 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마치 벼락에 맞은 사람처럼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의지가 소멸한 것처럼 손 하나 까딱하지 못 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지에는 아무 힘이 없었지만, 느릿느릿 굼뜨긴 해도 정신은 여전히 또렷한 상태였다.

가련한 마르그리트는 울고 있었다.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애달프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죽었어! 세상에, 죽었어!

사고 기능은 멀쩡한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 이상한 마비 상태가 정말 죽음이었을까? 영원히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영혼이 잠깐 떠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부터 나는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키곤 했는데, 그때 두 번이나 열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다. 차츰 주변 사람들이 으레 나를 병약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파리 도핀느 가의 싸구려 모텔에 도착하던 날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아내에게 의사를 부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약간의 휴식만 취하면 곧 괜찮아질 것이다. 여행 독으로 견디기 힘든 피로를 느끼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뭔가 평소와는 다른 불안감을 느꼈다. 우리는 다소 갑작스럽게 살던 곳을 떠났다. 매우 가난해서 내가 직장에서 첫 달 월급을 받을 때까지는 가까스로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날벼락 같은 발작이 날 죽음으로 모는 것인가!

정말 죽음이었을까? 내가 상상했던 것은 더 어두운 밤과 더 깊은 침묵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미 죽음을 두려워했다. 허약해서 모두가 동정심으로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졌기에 나는 단명하여 곧 무덤으로 갈 거라고 믿었고, 차디찬 땅에 묻혀 있는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이 밤낮으로 밀려와 나를 괴롭혔다. 나이가 들어서도 똑같은 공포에 계속 시달렸다. 때때로 스스로를 오랜 시간 설득하고 나서야 마침내 내가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생각하곤 했다. 결국 뭐가 그렇게 중요해? 사람은 언젠가 죽을 테고,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야. 누구에게나 죽음이 운명이라면 더 좋고 더 쉬운 죽음이란 게 있을까?

그 후부터는 죽음을 대담하게 직시할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거대한 손이 나를 어두운 심연에서 잡아 흔드는 것 같아서 갑자기 전율로 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