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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 ‘별점인생’ 이야기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 ‘별점인생’ 이야기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 ‘별점인생’ 이야기
Ebook195 pages1 hour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 ‘별점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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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별점 하나에 울고 웃는,
나는 플랫폼 노동자다!

배달, 가사 서비스, IT 아웃소싱, 강사, 전문직 프리랜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주문한 물건이 이튿날 새벽에 배송되고, 외출한 사이에 가사 서비스 매니저가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며, 펫시터가 예약된 시간에 강아지와 놀아 주고, 늦은 밤 클릭 몇 번이면 1시간도 안 돼 따끈따끈한 야식이 배달되는 편리한 시대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플랫폼 경제의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이끌려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사람들의 삶은 모두 장밋빛만은 아니다. 2020년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사람을 실업 상태로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 시장에 일하려는 사람이 넘쳐나면서 노동자끼리 출혈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열악한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AI 인공지능 시스템은 고객의 별점과 후기만으로 노동자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즉 고객의 별점은 노동자의 수익과 직결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지만, 정작 별점의 기준이나 잣대는 모호하기만 하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에서 미처 보여 주지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은 책이다. 저자인 유경현 PD와 유수진 작가는 1년 동안 동행 취재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으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과 ‘이달의 PD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배달, 가사 서비스, 대리 운전, 펫시터, IT 아웃소싱, 강사 등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10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별점 평가’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별점 평가’, ‘건당 일자리’, ‘주 80시간 노동’ 등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키워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만 나뉘는 노동 구조 속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인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을 함께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할 해법에 가까이 다가가 보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애플북스
Release dateSep 17, 2021
ISBN979119064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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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유 경현

    유경현 KBS PD

    아직도 읍사무소가 있는 경북 포항의 조그만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TV만 본다며 부모님께 많이 혼났지만, 다행히 그 경험으로 지금의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0년 KBS 시사교양 PD로 입사해 <세계는 지금>, <소비자 고발>, <추적 60분> 같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했다.

    세월호 참사, 탄핵 촛불 집회,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등을 취재했으며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 카메라 뒤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2021년 6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됐고, 여전히 카메라 뒤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유수진 방송작가

    어느덧 15년 차 방송작가.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글을 쓴다.

    KBS <인간극장> 자료 조사를 거쳐 <추적 60분>, <명견만리>, <천상의 컬렉션>, ,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 등의 프로그램을 집필했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롤로그

    우리의 새벽잠을 깨우는 건

    신문 배달원이 아닌 새벽 배송 기사다

    토요일 오전 7시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울린다. 어젯밤 주문한 식재료와 생수가 문 앞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한숨 돌리려는데 이번에는 초인종이 울린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4시간짜리’ 플랫폼 청소 서비스다. 청소가 끝나면 청소 서비스에 대한 별점을 매겨 달라는 핸드폰 알람음이 울린다. 오후 6시, 냉장고 문을 열어 보니 저녁거리가 마땅치 않다. 배달 앱을 켜고 별점이 높은 중국집을 골라 짜장면을 주문한다. 50분 이내 배달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배달 기사의 별점이 한눈에 보인다. 배달 기사가 문 앞에 두고 간 짜장면에는 주문하지도 않은 군만두가 서비스로 담겨 있었고 거기에는 별 5개 꼭 부탁드려요라고 손글씨로 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밤 11시,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오전에 필요한 등산 스틱을 고른다. 로켓 배송, 내일 새벽 도착 보장이라는 문구를 믿고 주문한 뒤 안심하며 잠을 청한다.

    그야말로 플랫폼 기업의 자본주의 시대다. 이제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드는 순간까지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하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연일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플랫폼 기업을 조명하고 창업자의 성공 신화를 소개한다. 매년 조사하는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회사’를 보면 국내 굴지의 제조업 회사들이 플랫폼 기업들에게 1위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모두가 이용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플랫폼 기업의 성공 신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더욱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신화 뒤에는 별점 평가에 가려서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별점에 울고 웃는 사람들, 바로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은 앱,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을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노동자의 이야기를 1년 동안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하는 ‘별점 평가’ 제도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그들이 처한 현실과 고충을 생생히 담아내고자 했다. 배달, 배송, 가사 서비스, 대리 운전 등 노동의 형태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체감하는 문제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 날씨 좋은 날 소풍 가듯이, 드라이브하듯이 일한다.는 플랫폼 기업의 광고처럼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을까?’,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 낸 일자리는 안전할까?’, ‘그들은 어쩌다가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었을까?’ 등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다행히도 다큐멘터리 <별점인생>은 거시적인 전망과 성공담에 치중한 4차 산업혁명 다큐멘터리와 달리, 플랫폼의 별점 평가 제도가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노동자의 관점에서 통찰력 있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0년 4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과 ‘이달의 PD상’을 동시 수상했다.

    이 책에는 다큐멘터리 <별점인생>에서 자신의 소중한 삶을 허락해 준 출연자들의 뒷이야기와 방송 이후 새롭게 취재한 또 다른 플랫폼 노동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상으로 밥벌이하는 사람이 카메라가 아닌 펜을 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상으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활자로나마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출간’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됐다.

    이 책을 준비하며 지난 1년간 촬영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인터뷰 영상 기록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 중에는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별점 평가’ 외에도 ‘건당 거래되는 부스러기 일자리’, ‘주 80시간 노동’, ‘비정규직 사장님’, ‘1 VS 99 사회’처럼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키워드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일상을 그들의 언어로 가감 없이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능력이 부족한 탓(?)에 세계적 추세인 플랫폼 노동 문제의 해법까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들이 털어놓은 이야기 속에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할 해법이 있다고 믿는다.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 촬영이 한창이던 2020년 초반은 코로나19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시기였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언택트 사회’가 일상이 된 지금, 그때보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하다. 사람들의 ‘언택트 라이프’를 원활하게 만들어 준 ‘재택근무’, ‘원격 수업’, ‘온라인 쇼핑’의 이면에는 더 많은 위험과 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의 안전이 다른 누군가의 위험을 통해 보장되는 구조로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약 179만 명으로 2018년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급증했다(한국노동연구원,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분야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더 자주 만날 것이며, 또 누군가는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오늘도 치열한 ‘별점인생’을 살아가는 플랫폼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유경현

    추천사

    시대가 달라지면서 일자리의 형태도 자연스럽게 변합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고, 그는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플랫폼이 기회의 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플랫폼이 피 말리는 경쟁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플랫폼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려면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 모두의 동반 성장이 절실하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오늘부터 플랫폼을 통해 만나는 이들이 새롭게 보일 것 같습니다.

    _정운찬(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계약서상 자유롭게 일하는 위탁 계약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이 만든 인공별이 바로 별점입니다. 화려한 인공별 사이에서 노동자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희미하게 빛나던 노동자를 우리의 눈앞으로 데려옵니다. 반짝반짝 빛나야 할 존재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함께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_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차례

    프롤로그  우리의 새벽잠을 깨우는 건 신문 배달원이 아닌 새벽 배송 기사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한다

    쿠팡플렉스 박진용

    자유롭게 일하면서 내가 잃은 것

    대리주부 이동희

    고소득과 주 90시간 노동 사이에서

    위시켓 김철우

    고졸 출신의 N잡러

    크몽 김수양

    나는 ‘라이더’, 배달 노동자다

    배민라이더스 박정훈

    1,500만 반려인의 고민을 해결하다

    와요 이효진

    피 말리는 단가 경쟁

    숨고 이주영

    스물여덟, 꿈을 위한 선택

    카카오 대리기사 김동규

    플랫폼 시대의 아메리칸 드림

    우버 리카르도 부자(父子)

    파이어(FIRE) 운동이 팬데믹을 만났을 때

    인스타카트 잭 시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한다

    쿠팡플렉스 박진용

      죄책감이 무뎌진 ‘툭’ 소리

    12월 31일 밤, 가족과 함께 신년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다 자정이 넘으면 서로를 향해 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순간에는 아무리 미운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축복하는 시간이다. 그때 현관문 밖에서 ‘툭’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차, 주문한 것조차 잊었던 쿠팡 상품이 배달된 것이다. 모두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기다리는 행복한 순간에도 누군가는 평소보다 높은 ‘배송 단가’에 감사해 하며 일을 시작한다.

    1월 1일과 추석 당일 그리고 설날은 누구든 공평하게 하루를 쉬는 몇 안 되는 휴일이다. 하지만 배송 플랫폼 앱에 들어가면 휴일 며칠 전부터 이런 광고 배너가 뜬다.

    1월 1일에도 새벽배송 가능.

    설날 선물, 당일 신청, 당일 배송

    누군가는 휴일에도 일을 하고, 그 덕에 소비자는 언제든 구매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월 회비 2,900원으로 ‘로켓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쿠팡에서 단돈 3,000원짜리 상품을 구매해도 로켓 배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쿠팡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매했을 뿐인데 택배는 1월 1일에도 어김없이 로켓 배송된다. 예전에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택배 기사님을 보면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모두 잠든 시간에 문 앞에 택배가 놓이는 현실에 익숙해지면서 죄책감은 점점 옅어졌다.

    우리는 당장 내일 필요한 물건도 아닌데 ‘최저가이기 때문에, 로켓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 별점이 높기 때문에’ 배송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한다. 누군가가 이 물건을 나르기 위해 1월 1일에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일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마트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오늘 밤에 주문해도 내일 새벽에 받을 수 있는 놀라운 배송 시스템에 많은 사람이 단순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 진짜 좋아졌다고. 나 역시 플랫폼 배송 기사를 취재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플랫폼 배송 기사와 함께 새벽이슬을 맞으며 물건을 배송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현관문 밖에서 들려오는 ‘툭’ 소리와, 누군가가 보낸 배송 인증 사진 한 장, 그리고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 그렇게 죄책감의 무게와 강도가 점점 희미해질 즈음 플랫폼 배송 기사, 박진용 씨의 노동 현실을 마주했다.

      모두 잠든 후에 시작되는

    누군가의 하루

    자정 전까지 주문 시 내일 새벽 7시 전 도착 보장.

    밤 11시, 마지막 새벽 배송 신청 기회다. 내일 아침 배송받기를 원하는 물건을 주문하고 잠을 청한다. 정확히 내일 아침 7시 전에 상품이 문 앞에 놓여 있을 것이다.

    같은 시간 박진용 씨의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진용 씨는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겨우 일으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 진용 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벌써 일 년째 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건 핸드폰이다. 전날 오후 1시에 쿠팡 플렉스 앱으로 신청한 배송 서비스가 확정됐다는 문자가 와 있다.

    심야 배송 확정 안내

    박진용

    배송 지역 ○○○

    상품 수령 장소 ○○○

    상품 수령 시간 24:00

    일반 상품 850원, 신선 상품 1,050원

    진용 씨는 쿠팡 플렉스다. 2018년 등장한 쿠팡 플렉스는 물류 배송 플랫폼 기업 쿠팡이 직접 채용한 ‘쿠팡맨’(최근 여성 배송 기사 수가 늘어나면서 쿠팡 친구의 줄임말인 ‘쿠친’으로 변경했다.)과 달리 자신의 차량으로 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건당 배송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노동자다. 쿠팡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는 ‘쿠팡맨’과 달리 쿠팡 플렉스는 직고용된 직원이 아닌 탓에 그날그날 배송 물량에 따라 배송 기사 수가 정해진다. 다행히도 오늘 그는 출근할 기회를 얻었다.

    진용 씨는 자신의 SUV 차량을 몰고 확정 안내 문자에 적힌 상품 수령 장소로 향한다. 늦은 밤 집에서 10km를 달려서 일명 ‘캠프’로 불리는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상품 수령 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 남았지만 이미 많은 플렉스들이 물류센터 입구 쪽에 차를 대고 기다리는 중이다. 물류센터 벽에는 오배송 발생 시 배송 위탁 정지라는 살벌한 경고문이 크게 붙어 있다.

    0시 30분. 입차를 마무리하고 물류센터 벽기둥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스캔하면 오늘 배정받은 물량이 앱 화면에 자동으로 나타난다. 배정받은 물건을 적재된 장소에서 찾아 차량에 실으면 된다. 진용 씨가 물건을 싣는 동안 이따금 아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일 년 동안 같은 캠프만 찾다 보니 어느덧 아는 사람도 꽤 늘었다. 심야 배송은 주로 40~50대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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