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Ebook345 pages2 hours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늑대인간, 스핑크스, 사이렌, 유니콘, 켄타우로스……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 창고,
전 세계 괴물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오래전부터 신화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의 기반이 되었다. 《반지의 제왕》(게르만 신화), 《해리포터》(켈트 신화), 《신과 함께》(한국 민간 신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일본 요괴 신화) 등이 대표적이다.
‘상상 속의 동물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 괴물 형상은 어떤 사상이나 관념을 반영하는 걸까?’ 아무 이유 없이 괴물이 출현한 것은 아니었다. 괴이한 천문 현상이나 이상한 생물의 출현 시에는 대부분 성경의 요한계시록처럼 어떤 사회적 전조가 함께 따라다녔다.
이 책은 고대 근동, 이집트, 그리스, 유럽, 동양의 민족과 종교 전설 속에 등장하는 신기한 괴물 110종의 탄생 배경과 상징적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로고로 사용되어 친숙한 사이렌에서 시작해, 그동안 흔히 접하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괴물들에 관해 알려주면서 역사, 신화, 민속자료, 박물학 등의 지식을 완벽하게 결합했다.
상상력과 스토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신화 속 괴물들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고, 당시 사회에서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상상력에는 날개가 달릴 것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Oct 7, 2020
ISBN9791191117745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Related to 세계 괴물 백과

Related ebooks

Reviews for 세계 괴물 백과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세계 괴물 백과 - 류싱

    驚奇與怪異: 域外世界怪物志

    Copyright ⓒ 2018 by LIU, XING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20 by Hyundae-Jisung

    This translation is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BEIJING LINGDU CULTURE & MEDIA CO., LTD through SilkRoad Agency, Seoul, Korea.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실크로드 에이전시를 통해 BEIJING LINGDU CULTURE & MEDIA CO., LTD와 독점 계약한 (주)현대지성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incover

    서문

    우선, 이 책은 호기심의 산물이다. 세상의 이상하고 기묘하며 비정상적인 것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보고 들은 바를 한데 모아 엮었기 때문이다.

    1573년 프랑스인 의사 앙브루아즈 파레는 『괴물과 불가사의』(Des Monstres et Prodiges)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경이와 괴이』(怪物と驚異)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소개되었는데 본서의 원제는 여기서 가져왔다.

    파레는 신기하고 이상한 동물들과 천문 현상을 다양하게 수집한 후 책에 수록했다. 옛사람들이 기록한 박물지나 우주 관련 서적, 연구 저작 등에서 모으기도 하고, 당시 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던 목판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파레가 당시 유럽의 의학과 생물학 이론에 근거해 이 괴이한 존재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시도였다.

    이 책에 담긴 생물들이 그려내는 경이로운 풍경은 당시 유럽의 사상과 관념과 관련하여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상상 속 동물을 만들어낸 원천은 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이런 모습을 지니게 되었을까? 당시 유럽인들은 이 상상 속 생물에 무엇을 투사하려 했던 걸까? 여러 괴물 형상은 어떤 사상이나 관념을 반영하는 걸까?

    이러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의문을 가슴에 품고, 파레를 출발점 삼아 동시대의 비슷한 책들을 끈질기게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콘라드 폰 게스너와 울리세 알드로반디 등의 박물학자들은 르네상스 시기에 계시록처럼 여겨졌던 어떤 ‘전조’를 그 원천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고대 중국의 관념과 매우 유사한데, 이상한 생물의 출현이나 괴이한 천문 현상을 하늘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 혹은 장차 재앙이 닥칠 징조로 여겼다는 점이 그러하다. 다른 점이라면, 당시 유럽은 종교개혁 시기였고 개신교는 이런 현상을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불의함을 공격하는 빌미로 사용했으며 이것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 시대 사람들은 ‘괴물’ 출현 소문에 늘 둘러싸여 지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여러 괴이한 일을 담아내고 있다. 과거에 사람들이 미지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한껏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빚어진 갖가지 오해를 수집한 셈이 되었다. 더 나아가 이 오해를 심도 있게 파헤쳐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냈다.

    르네상스 시기에 탄생한 괴물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닌 괴물도 많다. 괴물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중세에 이른다. ‘암흑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칭과는 달리 중세는 그다지 ‘암흑’ 속에 싸여 있지 않았다. 심지어 르네상스 시기도 중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중세에는 각양각색의 흥미로운 존재가 여럿 등장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동방에 대해 이런저런 기이한 상상을 하곤 했는데, 『맨더빌 여행기』(The Travels of Sir John Mandeville)와 같은 여행기와 ‘알렉산더 로맨스’, ‘프레스터 존의 전설’ 등과 같은 이야기에 그런 부분이 잘 나타나 있다. 이 같은 문학 작품에서 동방은 이상하고 신비로운 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색다르고 기이한 모습을 한 새와 짐승들이 활개 치며, 진기한 보물과 불로장생의 샘물 등 신기한 것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세기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기독교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곧 살펴보겠지만 유럽 본토에서 탄생한 일부 괴물 전설에서도 당시 기독교의 막강한 영향력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괴물 전설은 그리스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의 『박물지』(Natural History)는 이후 나온 유럽의 수많은 박물지의 시조로 통한다. 내용이나 편찬 방식 면에서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플리니우스는 이 책에서 방대한 신화와 전설을 수집해놓았을 뿐 아니라 거기 등장하는 생물과 당시 세계관 및 지리관에 관해 현실적인 ‘검증’을 진행했다. 또한, 일부 전설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여 그 원형을 제시하고자 했다. 물론 플리니우스는 헤로도토스 등 선조들의 업적을 계승하고는 있지만, 방대하고 총체적인 백과사전식 구성면에서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플리니우스 역시 강렬한 호기심에 이끌려 살았던 사람이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 폭발을 연구하고 지역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배를 타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결국 화산이 내뿜는 유황가스에 중독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지나친 호기심이 위험을 자초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실제 현상을 탐구하기 위해 자진해서 기이한 사건 한가운데로 뛰어들고, 이처럼 위대한 저작까지 남긴 그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리스 로마는 초기 일정 기간 중동 지역과 긴밀하게 교류했고 신화 역시 중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원래 중동에서 탄생했으며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이슈타르, 이시스 여신과 관련이 깊다. 또한, 현대 유럽 문명의 원천 중 하나이자 그리스 로마와 함께 서구 문명의 양대 축으로 여겨지는 히브리 기독교 문명 역시 중동에서 탄생했다. 그렇다 보니 둘은 공통 요소를 많이 지니게 되었고, 그 지역 신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고대에 존재했던 괴물의 뿌리를 추적해가다 보면 이처럼 중동에서 관련 전설을 많이 만난다.

    동시에 이 책은 거울의 기록이다. 괴물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인간의 관념과 인식까지 그대로 비춰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 속에 존재했던 전설이나 기이한 징조에 담긴 사상을 통해 동서양에 모두 존재했던 공통 관념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존재에 관해 동일한 신화를 보유하고 있었고,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발휘되면서 서로에게 전해졌으며, 그 결과 서로의 문헌 속에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예컨대 중동 전설에 등장하는 와쿠와쿠(waq-waq)라는 나무는 세계의 동쪽 끝에서 자란다고 알려졌는데 중국이나 일본의 와쿠와쿠 섬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나무에 가득 열리는 열매는 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데 영혼이 없고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알렉산더 대왕과 관련된 전설에서는 이 나무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알며 알렉산더가 죽는 때를 예언했다고 나와 있다. 이 나무는 『서유기』에 등장하는 인삼과(人参果)와 상당히 비슷한데 『삼재도회』(三才圖會)에도 비슷한 기록이 존재한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일본에도 인면수(人面树)라 불리는 유사한 전설이 있다.

    이 같은 나무에 관한 중국 최초의 기록은 남조(南朝)시대 양(梁)나라 사람 임방(任昉)이 저술한 『술이기』(述異記)에서 찾을 수 있다. 대식왕국(大食王國)은 서해(西海) 한가운데 있고, 그곳에 사각의 돌이 하나 있으며 돌 위로 나무가 많이 있는데 줄기는 붉고 잎은 푸르다. 나뭇가지마다 어린아이가 자라 있는데, 길이는 6-7촌(치)이며 사람을 보면 웃으면서 손발을 움직인다. 머리에 가지가 나 있는데 그 가지를 꺾으면 아이는 죽는다. 이와 유사한 기록이 『통전』(通典), 『유양잡조』(酉陽雜俎), 『태평광기』(太平廣記) 등의 문헌에도 등장한다.

    이처럼 동서양의 기이한 전설들이 서로에게 전해지면서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서양은 동양을 신비한 곳으로 그려왔고 동양 역시 서양을 기묘한 곳으로 상상해왔다. 상상의 구체적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동양과 서양 모두에게 상대방은 멀리 떨어진 미지의 타국이었기에 특이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이 동원되면서 결국 서로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제는 누구나 전 세계를 누빌 수 있고 생물학 연구 결과, 각종 동물의 특징 역시 더 이상 신기한 것을 찾기 어려워졌다. 또한, 과거 여행자들이 괴물에 관해 보고 들은 바가 거짓이었음이 증명되면서 호기심으로 탄생한 괴물들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지닌 미지의 매력까지 함께 사라지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에서 현대적 관점으로 괴물을 해석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들의 언어로 서술하고자 했다.

    훔바바(Humbaba)는 수메르어로 후와와(huwawa)라고 하는데, 아시리아에서 부르던 호칭을 가져온 것이다. 훔바바라는 이름에는 항상 ‘공포에 떨게 만드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훔바바는 거인 괴물로 사자의 발을 하고 있으며 몸은 온통 가시 비늘로 덮여 있다. 독수리 발톱에 머리에는 들소의 뿔이 돋아 있고, 꼬리와 생식기 끝에는 뱀의 머리가 달려 있다. 또는 사자 얼굴을 하고 있으며, 죽음의 눈길로 사람을 주시하는데, 울부짖는 소리는 마치 홍수가 용솟음치는 듯하고 입으로는 죽음을 뿜어대며, 숨결은 뜨거운 불과 같고, 숲속 백 리 안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각상에서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훔바바의 얼굴이다. 겹겹이 잡혀 있는 주름은 미로 같기도 하고 사람이나 동물의 창자 같기도 하며 혀를 내밀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훔바바와 파주주(Pazuzu, →7번 참조)는 모두 한비(Hanbi)의 아들로 옛날부터 존재했던 거대한 괴물이다. 태양신 우투(Utu)가 훔바바를 키웠으며 신들이 사는 삼나무 숲을 지키게 했다. 엔릴은 인간이 훔바바에게 공포를 느끼게끔 특별한 능력을 주었다.

    훔바바에 관한 전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길가메시의 기록이다. 서로 싸우다가 친해진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함께 신들이 사는 삼나무 숲으로 향한다. 숲에 사는 훔바바를 죽여 큰 명성을 얻기 위해서였다. 둘 다 엄청나게 강한 영웅이었지만 괴물 훔바바를 상대하려면 전략이 필요했다. 먼저 길가메시는 훔바바에게 일곱 명의 누나와 여동생을 아내로 주겠다고 거짓 약속을 한다. 그 대신 엔릴이 훔바바에게 준 광채를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말한다. 둘은 훔바바가 잠시 경계심을 푼 틈을 타서 그를 기습적으로 제압한다. 다른 판본에서는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힘을 합쳐 훔바바를 붙잡은 뒤, 길가메시가 훔바바의 머리를 베어 가죽 자루에 담아 엔릴에게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혹은 군대를 거느린 길가메시가 신에게 일곱 가지 제물을 바친 후 일곱 가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훔바바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한다. 혹은 훔바바와 싸우는 과정에서 큰 두려움에 휩싸인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태양의 신 샤마시(Shamash)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태양신의 도움으로 훔바바를 쓰러뜨렸다고도 한다. 샤마시는 바빌로니아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으로 수메르 신화의 우투와 동일하다고 본다.

    이 같은 훔바바 신화에는 익숙한 요소가 눈에 많이 띈다. 훔바바의 죽음의 눈빛과 날름거리는 혀 그리고 반신반인 영웅에게 머리가 잘린 뒤 가죽 자루에 담기는 등의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메두사 신화는 고르곤 신화에서 비롯되었는데, 여기서 고르곤은 ‘두려운 것’을 의미하며 이 역시 훔바바와 연관된다. 고르곤(→28번 참조)의 무시무시한 얼굴 형상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데 쓰였으며, 입 밖으로 내민 혀는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위협을 의미했다. 이러한 점은 훔바바의 조각상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훔바바 역시 얼굴이나 머리만 있는 조각상이 많은데 이로써 훔바바와 고르곤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대다수 문헌에서 훔바바는 난폭하고 어리석은 괴물로 묘사된다. 반면 새롭게 발견된 고대 바빌로니아 진흙판에는 훔바바의 모습이 다르게 서술되어 있다. 삼나무 숲속 가득히 원숭이와 매미의 울음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매일 삼나무 숲에서 연주되는 이 교향곡은 그들의 왕 훔바바를 찬양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훔바바는 상당히 문명화된 통치자로 형상화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훔바바를 우르크와 동시대에 존재했던 나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훔바바는 레바논과 시리아 접경지대에 있던 나라로 삼나무가 많이 자라다 보니 매우 부유했다. 엔키두도 하나의 나라였는데 싸움에 상당히 능한 부족이었지만 길가메시에게 정복당했다. 우르크보다 낙후되다 보니 결국 길가메시에게 투항한 것이다. 길가메시는 늘 훔바바의 풍부한 자원을 탐냈고 마침 삼나무는 우르크에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결국 엔키두 부족의 힘까지 등에 업은 길가메시는 전쟁을 일으켜 훔바바를 멸망시킨다.

    아프칼루(Apkallu)는 수메르어로 아브갈(Abgal)이라 하며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일곱 명의 현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물에서 생겨났기에 ‘잉어’로 불렸으며 천상계와 지상계의 질서 유지를 담당했다. 대홍수 전의 인류는 미개해서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이에 하늘의 신이 일곱 명의 현자를 내려보내 인간을 가르치고 문화와 예절, 도덕을 전수했다. 이 일곱 현자의 영향으로 이후 고대 그리스에서도 일곱 명의 현인이 출현한다.

    최초로 인간 세상에 내려온 현자는 우안나(Uanna), 혹은 우안(Uan)으로도 불린다. 물고기 몸통에 사람 머리와 팔다리가 달려 있고 사람 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읽고 쓰기와 계산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도시와 신전을 건설하는 방법과 법전을 편찬하는 법, 국경을 정하고 토지를 나누는 방법을 전파했다. 또한, 농작물 재배법과 과실 수확법도 알려주었으며, 신들이 세상을 창조한 과정도 전해주었다.

    바빌로니아 신화에도 비슷한 인물인 오안네스(Oannes)가 등장하는데, 베로수스의 『바빌로니아지(誌)』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오안네스는 바빌로니아와 인접한 에리트레아 해에서 출현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물고기 형상인데 물고기 머리 아래 사람 머리가 달려 있다. 사람 말을 하며 물고기 꼬리 밑에 사람 발이 붙어 있다. 낮에는 사람들에게 문자, 기하학을 가르치고, 도시와 신전을 건설하는 방법과 법령을 제정하고 땅을 측량하는 방법을 전수했으며, 이 외에도 씨를 채집하여 심고 가꾸어 수확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다시 바다로 되돌아갔다. 오안네스의 출현으로 인류의 미개한 시대는 끝이 난다. 간혹 오안네스를 우안나의 그리스어 표기로 보기도 한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보낸 일곱 현자 가운데 일곱 번째는 유투아브주(Utuabzu) 혹은 유투아바(Utuaabba)라 불린다. 유투아바는 바다에서 탄생했다는 의미다. 인간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교화시켰다는 면에서 우안나와 유사하다.

    아카드 신화에는 아다파(Adapa)라는 인물이 출현하는데 아카드 버전의 일곱 현자 중 한 명이다. 그를 수메르신화의 우안나로 보기도 하고, 유투아바와 같은 인물로 간주하기도 한다. 아다파에 관한 전설은 오랜 기간 변화 발전하면서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아다파는 지혜의 신 에아(Ea)의 아들로 에아가 지상으로 파견한 첫 번째 현자다. 에리두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하고 에리두 성전의 사제로서 의식을 주관했으며, 성문을 지키고 요리사와 함께 음식도 준비했다.

    어느 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 아다파는 남풍의 여신 닌릴과 마주쳤다. 닌릴이 바다에서 태풍을 일으키려 하자 아다파는 육지 쪽으로 태풍이 불면 날개를 부러뜨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닌릴의 날개가 부러져버렸고, 그날로부터 7일간 땅에는 남풍이 불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하늘의 신 아누(Anu)가 시종을 불러 그 이유를 묻자 시종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에 아누는 아다파를 심문하기 위해 에아에게 그를 불러오라고 명했다.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