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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인디고 2
러브 인 인디고 2
러브 인 인디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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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인디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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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인디고 빛 사랑을 노래하다, 홍여람 소설
『러브 인 인디고』
“헤어진 지 2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다시 그의 심장 박동은 궤도를 벗어나 미친 듯이 속도를 높였다. 그녀의 모습이 오피스텔 현관에 나타나고 그의 차를 발견하고선 쪼로록 달려오는 그녀 모습에 미친듯이 뛰어올랐던 그의 심장 박동은 가속도를 내며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모두의 가슴에 한번 쯤은 경험했을 \'그 사랑의 순간\'을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새로운 기운을 샘솟게 하고, 정감어린 심정을 솟구치게 만드는 남해 설천을 배경으로 담아 냈다. 어떤 잿빛의 어려움과 검붉은 고통도 모두 담아내는 사랑이 이안과 결의 인디고 사랑에 곱게 여울져가는 모습을 그렸다. 남해의 깊고 너른 바다와 같은 사랑이야기, 사랑의 시작, 그리고 사랑을 확인하는, 그리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한결과 송이안의 특별하고도 따뜻한 사랑이야기.
붉음을 은근하고 짙은 쪽빛으로 풀어낸 러브 스토리.
상실과 결핍의 시대적 유행 속에서 다시 찾아보는 인간의 본질,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건드리다.
사랑이 인간사회에서 떨어져 나간 시대가 지금정도 인 적은 없었다. 우리는 날마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노래하지만 그 사랑은 너무 자극적이고 충격적이기도 하다. 러브인 인디고에서는 우리에게 공기와도 같고 물같은 존재인 이 사랑을 평범하지만 스마트한 송이안과 한결을 통해 우리에게 은근히 다가와준다. 우리는 모두 냉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모두는 사랑하고 싶은 욕구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러한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욕구불만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이키는 사회적 부적응자가 되어버린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그것이 보도가 됐든 안됐든 상관없이). 러브 인 인디고는 이런 우리의 욕구를 건드리고 또 그 욕구를 소설의 내용을 통해 채워주고 있다.
끊임없이 밀어내고 끌어 안는, 바다의 파도같은 사랑
인디고 빛 남해 설천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러브 인 인디고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와 자신을 밀어내고 끌어 안는 파도 같은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슬픔과 아픔의 사랑만 찾아헤매진 않았을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비련의 여주인공 또는 남자주인공을 그리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감동적인 사랑, 가슴 깊은 사랑, 그 사랑을 러브 인 인디고에서는 만날 수 있다.
사랑을 확인 받다
사랑은 혼자 할 땐, 그 의미를 잃는다. 반쪽짜리가 갖는 것은 전체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이 하는 사랑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종종 혼자만의 사랑방법을 선택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상처 받기 싫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러브인 인디고는 혼자만의 사랑에 머무르고 있던 사람도 완전한 사랑으로 도전해보고 싶게 끔 마음을 바꿀 기회를 주며, 또한 실행 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주인공 송이안과 한결의 사랑을 엿보면서 갈등상황에서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야하는지 사랑을 어떻게 말 할 수 있는지 아픔은 어떻게 표현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지, 감사해 하고 기억할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사랑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 그리고 미래형
사랑을 했다. 했었다. 있었다. 이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과거형으로 말하곤 한다.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
하지만 추억은 우리를 성장시키지 못했다. 순간에 심리적 만족감을 주고 마음의 평온을 주고 뭔가 모를 여유를 주지만 그 뿐이었다. 순간적인 사랑에 대한 임팩트 있는 러브스토리라기 보다는 사랑의 처음과 중간 그리고 미래까지를 담아 내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인간은 진보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진보하는 인간에게서 나온다면 같이 진보할 것이다. 스마트한 사랑의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는 데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이엘 북스
Release dateDec 20, 2018
ISBN9788967842512
러브 인 인디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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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인 인디고 2 - 홍 여람

    니 눈에도 피멍들게 해주지.

    그녀가 떠미는 통해 그녀의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겨우 차에 오른 이안은 새로 옮긴 결의 사무실 책상 위에 그녀가 가져다 놓은 작은 액자와 물 컵, 그리고 마우스의 색들이 생뚱맞게 왜 인디고색들이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아하! 나의 미련함!’

    그는 레지던스로 돌아와 소파에 등을 대고 깊숙이 앉았다. 아직도 그녀를 품었던 팔과 손에 그녀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고, 여전히 그녀의 향기가 코에 배어 있었다. 그에게는 꿈같은 지난 석 달이었다. 그녀와 가장 가까이에 있었으면서도 깨닫지 못한 세월을 원망하며 고백했던 날로부터 방금 전까지. 그 때부터 그녀는 조금씩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의 심장도 이안을 향해 이 사람이다! 외치고 있다는 이야기에 들뜬 가슴은 지금까지도 벌렁대고 있었다. 심지어 누구도 들이지 않았다는 그녀만의 공간을 향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흡족했다. 이래저래 기분 좋은 밤이었다.

    <잘 들어왔어. 음식하고 대접하느라 피곤할 텐데 푹~ 쉬어^^>

    <빤짝이재킷... 안 잊을게요. 이안씨도 굿밤~~>

    흐뭇한 생각으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때 또 울리는 문자 알림. 그는 얼른 확인했다.

    <지금 만났으면 해.>

    <뭐 때문에>

    <네가 부탁한 일 때문에>

    <토요일 밤에? 월요일에 하지.>

    <아니. 한시가 급해.>

    노효정.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외면해왔을 뿐이다. 가급적이면 그녀와 엮이지 않으려고 애를 써왔다. 하지만 감정을 제외시키면 그녀는 실적 좋은 변호사였다. 이번 일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밝혔고, 쿨 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결을 만나 얘기한 내용을 들으면 그렇지가 않아 보였다.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선을 그을 필요는 있었다. 장소를 정하면서 그는 잠시 망설였다. 너무 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길 원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그는 굳이 정장차림으로 무장하고 레지던스를 나왔다. 그가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지배인이 나와 허리를 숙였다. 그녀는 널따란 로비의 푹신한 소파에 미리 나와 앉아있었다. 급한 용무가 있는 변호사 같지 않게 화려한 차림이었다.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고나 할까. 미리 언질을 받았던 지배인의 안내로 그는 싸이트러스 강남본점 호텔 2층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그녀와 마주 앉았다.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시가 급한 일이란?

    이안, 왜 이리 서둘러?

    급한 일이라며?

    큰 숨을 내쉬더니 효정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놓았다. 겉표지에 쓰여 있는 글은 <혼전서약서>

    이건 이제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필요 없다고 믿고 싶은 게 아니고?

    ..........

    나도 여자지만 어떤 여자래도 너 같은 위치에 있는 남자랑 헤어질 때 맨 손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왜 헤어진단 생각을?

    좋을 땐 뭐든 좋은 거지. 나처럼 이혼전문가로 살아봐. 별별 여자들이 많다고.

    내가 사랑하는 여잔.. 별별 여자가 아닌데!

    너를 위해 이러는 거야!

    글쎄... 알겠는데... 필요 없다고.

    ... 나... 한상무한테 확인도 해봤어. 최측근이잖아, 그 여자. 근데 네가 결혼하겠다는 여자를 한상무도 모른다는데... 내가 의심할 밖에. 날 밀어내기 위해 만들어낸 여자 아냐?

    노변호사!

    독수리가 병아리를 채어가듯이 이안은 효정의 말을 확 낚아채며 불렀다.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야. 노변호사를 밀어내기 위해 가공의 인물을 만든다고? 이런 말까진 하고 싶진 않았는데... 노변호사에게 그 정도의 관심도 없어. 정아일 도와준 거 고마워. 우리 형이라 형수.. 이번 일도 고맙고. 그치만 노변호사랑은 딱! 거기까지만.

    ... 나에 대해 관심도 없다면서 일은 왜 맡긴 거야?

    그 이율 노변호사가 모른다고 하면 나...화나려고 하는데?

    ?????

    중고 동창회나 콜롬비아 대학 동창회에 다니면서 나랑 결혼할 거라고 한다며? 게다가 네가 내 사정 봐주느라 결혼 연기하고 있는 거라구? 언제 내가 노변호사에게 관심 표현한 적 있었어? 나 그렇게 처신 못하는 놈 아냐! 그래서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확실하게!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깨달으라고. 그래서 일 맡긴 거야.

    !!!!!!!!!!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각종 동창회에 잘 참석하지 않는 이안은 모르는 줄 알았었다.

    하나 더! 한상무... 네가 아무 때나 찾아가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여자 아니란 거 명심해. 나의 최측근인데 내 결혼 상대에 대해 왜 말을 못할까? 그렇게 나쁜 머린 아니잖아, 너?! 싸이트러스를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여자야. 그러니까 혼전서약이니 뭐니 따위로 나나 한상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해주면 좋겠다. 니 쎈 자존심을 고려해서 퍼브릭에 공개된 로비가 아니라 지배인 사무실로 와서 이런 얘기 한다는 게 내 마지막 선의라는 거! 너에게 관심을 둔 적도, 지금도, 앞으로도 전혀 없다는 거! 잊지 마.

    그가 휑하고 자리를 뜨고서도 효정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발이 마루바닥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 박혀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꼭 쥔 주먹이 부들거렸다. 지배인이 들어와 나가는 길을 안내해준다고 바라지도 않은 선심을 베풀었다. ‘송.이.안. 관심이 없었던 거, 용서해. 지금도 없다는 거, 이해해.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거, 괜찮아. 하지만 날 이렇게 모욕적으로,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 누구에도 허락한 적 없다는 사실!’ 그녀의 마음은 이안의 냉정하고 차가운 선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황불이 이글대는 전의로 불타올랐다.

    이안이 떠난 그녀의 오피스텔이 왠지 휑하게만 느껴졌다. 드레스를 벗고 샤워를 마친 후 거실에 앉아 그녀는 그의 온화했던 미소, 즐거움을 감추지 않고 기쁨을 발산하던 눈, 보물 다루듯이 그녀를 안아주던 다정한 손길, 그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던 따뜻한 태도를 다시 떠올렸다. 싸이트러스를 떠날 기회도 많았고, 한국본부로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CRC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요즘 더욱 곰곰이 따져보고 있었다. 송회장만큼, 아니 송회장보다 더 엄청난 대우와 더 통 큰 제안을 했던 경영자들도 많았다. 한교수와 별... 소중한 가족이긴 했지만 굳이 한국으로 귀국할 결정적인 사유는 아니었다. 그 때 왜 그랬을까? 송.이.안..... 이 남자 때문은 아니었을까? 뭔가 시원하고 깨끗하게 결말이 나지 않으면 강박증 환자처럼 파고드는 그녀의 성격이 자신의 2년 전 결정을 곱씹고, 되새겨보게 만들었다. 그녀를, 그리고 이안을 향해 한 여자가 무섭고 끔찍한 복수의 칼날을 세우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녀의 토요일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

    이안으로 들뜬 토요일을 보낸 결은 진정한 휴식을 일요일에 누렸다. 월요일 출근하는 길에 그녀는 꽃집에 들려 주문해두었던 인디고색 물망초를 한아름 들고와 사무실 소파 옆 화분에 풍성히 담았다. 새벽에 이미 출근해 있던 이안은 그녀 사무실의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자신이 컨설팅을 부탁한 파티 디자이너에게 연락을 취했다. 오전 업무로 바쁜 시간을 보낸 결이 한숨 돌리고 있을 때 전비서가 노크를 했다.

    상무님. 부회장님께서 점심 전에 잠깐 뵙자고 하십니다. 외부 손님도 오신다고..

    그러지. 손님 오시면 알려줘요. 옆문으로 건너갈 테니.

    [누굴까... 외부 손님이...]

    잠시 후 전비서의 전갈을 받고 이안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한상무! 어서 와요. 여기 이분은...

    어...어머... 허...태오?

    한결! 얼마만이야, 이게!?

    뭐야, 두 사람이 아는 사인가?

    못 본지 십년은 된 것 같지만... 아는 사람은 맞습니다, 부회장님.

    결! 언제 한국에 온 거야?

    나? 2년 쯤 되었지. 태오씨는 언제 이태리를 떠났어, 영원히 안 떠날 것처럼 굴더니...

    흐흐흐... 이태리 씨뇨리나한테 버림받자마자!

    진짜?

    살짝 소외감을 느낀 이안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부회장님... 세상 참 좁지요? 태오씬 정말 특이한 경우 아니면 일 맡지 않는 타입인데... 어떻게...

    나도 공을 엄청 들였어요. 한상무가 아는 분이라면 의외로 간단할 뻔 했는데...

    아닙니다. 이미 결, 아니... 한상무라고 해야겠지? 한상무가 한 몫 단단히 한 겁니다.

    ???????처음 연락하셨을 때 ‘싸이트러스의 송이안입니다’ 하셨잖아요. 거기서 전 반쯤 결정했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야, 태오씨?

    결이 근무했던 호텔이 싸이트러스 아니었어? 합병된다고 하면서 첫째가 아닌 둘째 아들이 맡는다면 정말 괜찮은 회사가 될 거다.. 그 때 결이 말했잖아, 파리에서 만났을 때.

    내가?

    그랬다니까. 그래서 은밀하게 나도 조사를 좀 해봤거든... 여기 부회장님이 둘째 아들이라고 하더라고. 당근! 이번 일, 맡기로 했지.

    한상무가 그런 얘길 다했습니까?

    그 때.. 상당히... 정열적으로 말한 걸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기억할 정도지요.

    이안은 괜시리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결이 과거에도 자신에 대해 조금은 좋게 생각했다는 사실이 나쁘지 않았다.

    제가 유럽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파리, 이태리, 스페인 리조트 리모델링할 때 태오씨 도움 받으려고 삼고초려 했었어요. 처음엔 얼마나 야멸차게 거절했는지...

    그야 그 당시 결은 머리 텅 빈 그저 이쁘기만 한 여잔 줄 알았으니까...크크큭.

    이안은 옛 이야기라도 결을 텅 빈 머리의 여자라고 말하는 태오란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피차일반이네요, 허태오씨. 겉멋만 번지르르한 건달인 줄 알았으니까, 나도!

    자,자, 두 분 회포는 그 정도 푼 걸로 만족하시고, 일합시다, 일!

    아! 그렇지요.

    태오는 들고 온 커다란 백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색지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한상무는 처음 들을 테니까, 내가 허 디자이너에게 부탁한 사항은 리유니온 파티 컨셉과 진행이었어요.

    제 결론은 리유니온 파티가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로운 장을 여는 컨셉으로 ‘누오보 오리존테 nuovo orizzonte’제안했었고.

    아! 좋네요... 누오보 오리존테... 새로운 지평선 new horizon...

    한상무도 그렇게 생각해?

    태오씨 결론이라면 무조건입니다. 이의를 제기했다가는 뼈도 못추리게 되니까요..호호홋.

    며칠 안남은 상황에서 뒤집기도 불가능합니다, 사실은. 후후후. 그래서 싸이트러스 호텔 컨벤션 홀을 제가 다녀왔는데, CRC의 정체성을 고취시키는 골드, 옐로우는 메인 컬러가 되어야 하겠고, 냅킨과 그 밖의 장식들에는 모두 지난 번 주신 Citrus 영문을 그대로 삽입해서 작업 끝마쳤습니다. 한국엔 싸이트러스 꽃을 구하기가 엄청 어려워서 남해 유자밭에 가서 직접 구해왔고, 그와 똑같이 조화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장식할 꽃들을 주문했는데 오늘 오기 전 확인해보니 아주 정교하게 잘 빠졌더군요... 참! 하나 가져왔는데 보시죠.

    태오가 가방에서 꺼낸 조화는 얼핏 보아서 유자꽃 생화와 똑같아 보였다. 크림색 꽃잎에 골드빛 꽃술이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안도 결도 만족스런 웃음을 뗬다.

    싸이트러스라 불리는 모든 과일들, 이를테면 유자, 탱자, 라임, 레몬, 자몽, 기타 등등....을 이용한 음료와 샐러드 소스를 열심히 개발 중입니다. 파티에 제공해보려구요. 근데 맛보다보니 싸이트러스 리조트에서 음료하나 론칭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뇌리를 화~악~~!!

    그 뇌리는 여전히 왕성하네요, 태오씨. 호호

    나쁜 생각은 아닙니다, 고민해보죠.

    다음으로 결정하셔야 할 것은 포인트 컬러인데...

    인디고!

    네? 인디고를 포인트 컬러로 정하신고요? 낑낑거리며 무겁게 가져온 색지도 안보고?부회장님!

    쪽빛, 인디고! 골드와 옐로우, 크림과 아주 잘 어울리는 색 아닙니까?

    아주 잘 어울리는 색이죠!

    그런데, 왜....?

    나 같은 디자이너들 다 굶어죽게 생겼으니까요...후후

    태오씨... 정말 잘 어울리는 색 맞아요, 인디고가?

    그렇지. 하늘색도, 파란색도, 남색도, 보라색도 모두 품을 수 있는 스펙트럼이 아주 넓고 다양한 인디고. 아주 탁월한 선택이셨어요, 부회장님!

    부회장님, 오늘 한 턱 쓰셔야겠어요. 태오씨가 누구 칭찬하는데는 엄청 인색한 사람인데...

    이안은 아까 잠깐 휘두르고 싶었던 주먹을 거두어 드렸다.

    아니지, 한상무가 부회장님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걸 나도 인정하게 된 거라고 봐야지. 그러니까 부회장님, 한 턱 쏘시려면 여기 한상무에게 쏘시고, 저는 리유니온 파티가 잘 끝날 때까지 두둑하게 지원금 주시면 됩니다. 끝나고 잘 됐다 생각하시면 보너스도 챙겨주시고요. 하하핫!

    호탕한 웃음을 남기고 사무실을 떠난 태오를 마중하면서 조금이나마 걱정했던 리유니온 파티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토요일에 언급한 그녀의 말을 진중하게 받아들인 이안에게 고마웠다. 그녀의 필체는 물론 그의 색이라고 지정한 인디고를 리유니온 파티 주요 컨셉으로 활용한다면 CRC는 물론이고, 자신과 그녀의 새로운 지평선을 여는데 충분하다고 이안은 믿었다. 오후에 잠깐 결의 사무실로 건너왔던 이안은 물망초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결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당신 잊는 일은 없을 테니까... 당신만 나를 잊지 않도록....

    .......

    지금 외부 미팅 나가는데 파티 참석 명단 최종 확인해주면 좋겠어. 혹시 당신 맘에 안 드는 인사들 있으면 명단에서 제외하고.

    그럴께요.

    오늘 저녁엔?

    도자기 배우러 가려구요.

    그럼 좋은 시간 갖고, 이수석... 필요이상 가까이 하지 말고, 또 넘 늦지말고..

    이안씨! 말고왕자님으로 부활한 거 맞죠?!

    걱정되니까...

    걱정말고! 문자할게요~~~

    양실장이 가져온 최종 명단을 훑어보던 그녀는 노효정 변호사 이름이 빠져있는 걸 깨달았다.

    혹시 부회장님이 잊으신 건 아닐까요, 노변호사?

    그건 아닙니다, 상무님.

    왜요? 무슨 이유 있어요?

    이유는 제가 모르지만, 오늘 아침 출근하셔서 명단에서 직접 빼셨으니까요.

    ???????

    마치 시간을 짜 맞춘 것처럼 그 때 울리는 결의 휴대폰 액정에 뜨는 이름. 노효정. 토요일 밤, 그녀의 오피스텔을 떠난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물론, 이안의 심경 변화의 원인을 짐작도 할 수 없는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한결입니다.

    노효정이예요.

    네. 서정화씨가 하와이 법정에 출두해야 하거든요. 근데 금요일 무슨 일이 있어서 이번 주는 어렵다고 하니까...

    서정화님... 네, 일정이 그렇지요.

    금요일, 무슨 일인지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입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부회장님과 상의가 필요한 사안이라서요.

    이안이 말로는 한상무가 최측근이면서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라던데, 무슨 상의가 필요해요?

    모든 걸 공유하는 최측근 사이인 것과 내 맘대로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죠.

    토요일 밤에 만나 얘기한 이안이랑은 다른 말을 하네요?

    같은 말을 하는데 노변호사님께서 다른 뜻으로 해석하신 건 아니구요?

    [토요일 밤? 나와 헤어진 후에 만났단 말인가?]

    토요일 밤에 나 만나서 대화한 내용을 이안이가 안 해요? 그것 참 이상하네?

    노변호사님 얘기... 제가 알만큼 중요한 내용이 아닌 거라 짐작되는데요.

    [한결... 쉬운 상대는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두 사람, 아니 한상무에게 대단히 치명적인 결정일 수도 있는 내용인데...제게 치명적인 결정은 제가 하도록 할 거예요, 제가 아는 부회장님은!

    [신의가 서로 깊다! 나한테 자랑하는 거야? 금방 니 눈에도 피멍들게 해주지, 내가, 곧!]

    난 당신꺼니까...

    노효정과 대화를 끝내고 결이 연락한 사람은 서정화였다.

    사모님. 한결이예요.

    안녕하셨어요, 한상무님.

    노변호사 연락 받았어요. 하와이 법정에 가야 하는데, 금요일 저희 파티 때문에 못 간다고 하셨다고...

    그렇게 말하던가요? 저는 시안씨 얼굴 마주보며 이혼명령을 판결해달라고 할 자신이 없다고. 서면으로 충분히 가능하단 말씀도 CRC 법무팀으로부터 들었거든요.

    아~ 그런거였군요. 제가 바쁘단 핑계로 세밀하게 들여다보질 못했습니다, 사모님.

    그리고... 그 변호사님...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사모님.

    그 변호사님과 함께 가는 것도 저는 무척 부담스러워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내가 이혼을 안 한다면 자기랑 아주 좋은 동서지간이 될 뻔했다면서, 시안씨가 어떤 아내를 새롭게 맞이할지 자기도 너무 걱정된다는 얘길 거리낌없이 하는 게...

    마음에 상처 많이 받으셨겠어요. 새로운 아내 맞는 일은 없도록 사모님이 끝까지 잘 버티시면 되요, 제 생각엔.

    ........

    ...리유니온 파티 내용도 노변호사가 아는 거지요?

    그럼요! 자기도 가야하는데 하와이에 제가 안 간다면 일정을 좀 늦춰서 본인도 참석해야겠단 말도 한걸요?!?

    [노효정. 경계대상 1호 여자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여기 법무팀 조언을 얻어서 서류만으로 충분한지 검토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모님은 일정과 관계없이 송사장님과는 이혼 전에 대면하는 걸 원치 않으신다는 걸로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또 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정말 제가 그 파티에 가도 되는지요?

    암요! 그렇게 해주시면 CRC로서도 큰 힘이 됩니다, 사모님.

    한상무님... 고마워요.. 진심으로....

    정화의 목소리엔 짙은 외로움과 서글픔이 가득 담겨있었다.

    퇴근 전 이안이 전화를 주었을 때 결은 무심한 듯 물었다.

    노효정 변호사, 하와이에 가야한다고 파티엔 못 온다던데요?

    무슨 소리? 초청 명단에서 제외시켰는데!

    서정화 사모님... 송사장님 대면하면서까지 법정에 서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하고, 서면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니까 굳이 노변호사도 이번 주에 갈 필욘 없겠어요.

    그거야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수임맡은 사건을 위해서.

    부회장님!

    ........

    이안씨!

    으..응?

    노변호사... 파티에 초청해요. 어차피 들이닥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서로 이상해져요. 제가 잘 할게요. 노변호사가 이안씰 탐내면 탐낼수록 난 점점 투쟁심이 고취된다니까요. 이안씬 무조건 내 편이란 걸 믿으니까요.

    내가 여러 번,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이번 토요일에도!

    잘했어요, 그런데도 포길 못하는 건 그만큼 이안씨를 향한 마음이 너무 크고,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을 테니까...

    굳이 당신까지 나설 필욘 없어!

    나서야 할 때 나서게만 해주면 되요. 토요일 밤에 만났다는 얘기도 먼저 해주면 좋구요.

    중요한 만남이 아니었으니까! 당신이 알 가치도 없는!

    저도 그렇게 믿어요. 하지만 이런 사실이 쌓여 오해를 낳으니까...

    알겠어, 앞으론 그렇게 하지.

    도자기 배우러 가서 이수석이랑 밥도 먹을거예요. 괜찮죠?

    밥까지? 왜?

    이안씨가 구상하는 컨셉을 CRC전체 식기에도 적용하면 좋잖아요. 그러려면 이수석 도움 받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아~ 훌륭한 생각!

    거봐요. 작은 것도 내가 얘기하니 이안씨 좋죠?

    잘 알아들었습니다~

    노변호사 초청 명단에 다시 넣어도 되는 거죠?

    ....그렇게 해. 당신이 원한다면.

    그녀는 노변호사가 어떤 폭풍을 몰고 올지 예상을 못한 채 그녀의 이름을 넣은 명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후 양실장에게 넘겼다.

    *

    그 이후 사흘간은 다른 때보다 훨씬 정신없이 흘러갔고, 결전의 주주총회가 있는 금요일 아침이 밝았다. CRC의 주주인 결은 대한그룹 주주총회에는 참석 권한이 없기에 송회장의 비서실장인 황보윤이 전해주는 소식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큰 문제없이 이안이 제안한 세 가지 안건은 통과될 것으로 낙관했다. 결에겐 리유니온 파티가 훨씬 까다로운 과제였다. 허태오가 그답게 꼼꼼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고 있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혹은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날까 노심초사 걱정이 많았다. 컨벤션 홀에 일찍 당도한 결은 준비상황을 둘러보고 보고를 받았다.

    허태오의 감각은 뛰어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파티에 흔히 사용되는 붉은 카펫 대신 인디고 컬러 카펫을 깔아 고혹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파티장 전면에는 식상한 현수막이 아니라 각종 싸이트러스 과일들과 꽃장식으로 리스를 만들어 그 뒷면에 조명을 달아 극적인 효과를 창조해냈다. 둥근 테이블은 크림색에 골드 Citrus 자수가 놓인 천으로 덮었고 그 위에는 작은 유자꽃으로 센터피스를 만들어 장식했으며 헤드테이블에는 크림색 유자꽃과 인디고색 유자꽃을 제작하여 수놓듯이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의자 역시 테이블과 동일한 천으로 커버를 하고 등 뒤쪽에 커다란 인디고색 리본을 묶어 눈길을 끌었다. 곳곳에 싸이트러스 과일류와 꽃 장식들이 시원시원하게 위치해있고, 한 쪽 벽면은 골드빛 휘장에 쪽빛으로 자수 놓인 Citrus와 커다란 리본으로 장식되어 싸이트러스 리조트 코퍼레이션의 위용을 나타내고 있었다. 레드 와인에 싸이트러스 즙과 탄산수를 믹스한 싸이트러스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샴페인, 펀치 등 다양한 음료를 담는 글라스는 투명한 것으로 준비하되 물 컵은 인디고색으로 포인트 삼았다. 메인 요리로 제공되는 생선요리와 스테이크에는 싸이트러스 소스를 만들어 곁들이게 했는데 미리 맛을 본 결도 극찬할 수밖에 없었다.

    주주총회가 끝나갈 시각.

    각 방송들은 CRC의 독립선언과 송이안의 회장, 한결의 부회장 임명을 특종 및 뉴스 속보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한그룹의 창설부터 CRC독립으로 2세에 의한 재창업시대 돌입과 그 전망들에 관한 기사들이 무작위로 쏟아졌다. 그룹차원에서 송시안사장 해임에 관한 건은 적극적으로 막고 송이안회장 취임 소식에 집중했다. 그러자 싸이트러스 호텔 강남본점 컨벤션홀에 방송매체들과 기자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미디어의 조명으로 CRC본부는 물론 해외지사들에까지 이 뉴스는 발 빠르게 퍼졌고, 리유니온 파티는 자축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보내오는 화환과 화분, 전보들로 컨벤션 홀은 몸살을 앓았다. 초청 명단에 없는 사람들도 막무가내로 입장을 요구하는 사태도 감지되었다. 보고받은 결은 재빠르게 경호 인원을 더 투입했고, 입장입구에는 금속탐지기 한 대를 더 설치하는 동시에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여 각 싸이트러스 호텔의 쉬는 인력을 투입하도록 조치했다. CRC본부 직원들은 물론 해외 지사장들, 그들이 초청한 지인들과 가족들, 그리고 정재계 인사들이 하나, 둘 운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쑥한 정장차림의 한교수와 짙은 네이비색 원피스를 얌전하게 입은 별을 발견하고 반가운 손짓을 주고받았다. 주주총회 마무리 때문에 이안과 송회장은 아직 도착 전이었으나, 창신그룹의 민정희 대표이사부부, 프리미엄 리조트의 김회장 부부가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결국 민주희와 김일준은 오지않기로 한 모양이었다. 수요일 하와이로 떠난 노효정 역시 보이지 않았다. 서정화는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차분한 다크핑크빛 원피스와 진주 목걸이 차림으로 참석해주었다. 속속 입장하는 게스트들 명단을 보고받는 긴장된 순간에도 그녀는 정신을 모으고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유지했다. 파티가 시작되기 십분 전. 전비서는 대기실로 가야한다고 결을 재촉했다. 미리 손질해놓은 머리를 단골 헤어숍의 미스 리가 마지막으로 스타일링을 마쳤고, 코니는 드레스를 입혀주고 클러치를 손에 들려주었다.

    이안이 조금 가려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던 등허리까지 파인 드레스는 가늘고 긴 끈 위에 크리스탈을 촘촘히 박아 여러 겹 겹쳐 가장자리를 장식했지만 그 반짝거림이 그녀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등을 더욱 강조시키는 뒤태를 연출했다. 무광택의 크림색 새틴 힐로 마무리를 한 그녀는 누가 뭐래도 ‘누오보 오리존테’를 기약하는 여신의 모습이었다. 그 때 막 이안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드레스를 입고 성장한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안은 굳어버렸다. 고고한 자태를 뿜어내는 매혹적인 그녀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현신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그의 심장을 금방이라도 멈추게 할 만한 현혹적인 웃음을 띠며 걸어오는 그녀를 향해 손만 겨우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녀의 모습은 완벽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결이 나직이 말을 건네자 대기실에 있던 비서진들과 모두는 이안을 향해 큰 박수를 쳤다.

    한상... 아니, 아니지요. 이젠 한부회장님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동안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이안은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했다.

    무슨 말씀을요. 여기까지 오시는데 큰 보탬이 되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당..한부회장이 없었으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입니다.

    어머... 이 두 사람... 웬일이니?!

    코니가 끼어들었다.

    지금 무슨... 드라마 촬영해요? 웬 가식적인 멘트들~~

    코니는 이안과 결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분명하게 알기에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가 어색하게만 들렸다. 이안은 코니를 향해 큰 몸짓을 하며 다가섰다.

    코니! 내 턱시도! 빨리 나도 갈아입어야 할 텐데.. 귀빈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순 없으니까!

    알았어요, 알았어…….

    자신들에겐 영웅같은 이안에게 조금은 막돼먹은 어투로 말하는 코니를 비서진들은 기분 나쁜 표정들로 쳐다봤다. 그러나 이안이 턱시도를 갈아입고 나오자 코니에 대한 상한 기분은 지구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워낙 이안의 인물이 출중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출중한 외모에 걸친 윤이 흐르는 블랙 턱시도와 크림색 원단에 골든 스티치로 장식된 베스트, 그리고 보우 타이는 이안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녀 역시 탈의실에서 걸어 나오는 그를 본 순간 숨이 턱! 막혀버렸다.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내 남자라니!]

    결은 자기 멋대로 떠오른 ‘내 남자’라는 단어에 스스로 깜짝 놀라버렸다. 아프로디테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도니스처럼 이안의 끊어낼 수 없는 마력이 그녀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았다. 홀 안에 있을 수백 명의 사람들보다 이 남자 하나가 그녀의 온 마음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양실장이 이제는 식장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임을 알렸다. 이안은 왼팔을 결의 앞으로 내밀었고 그녀는 그의 팔에 살짝 자신의 손을 얹었다. 브란젤리나 커플도 울고 갈 만큼 이안과 결이 빚어내는 아우라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감탄이 나오게 했다. 이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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