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홍 서울대학교 교수
John Hong professor, Seoul National University
건축 파빌리온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개념적 틀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라면, 조민석의 ‘군도의 여백’(2024)은 그의 근작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렌즈가 된다. 그의 파빌리온은 내가 ‘군도적 접근’과 ‘여백의 굴절’이라고 지칭한 두 가지 상호 연관된 방식을 통해 특유의 반객체적인(anti-object) 위치를 점한다. 이는 우리가 그의 건축을 관계들이 점진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으로 경험하게 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두 프로젝트인 원불교 원남교당(2022)과 오설록농장 티팩토리(2023)에서 이러한 의도를 추적할 수 있다.
군도적 접근 개념은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이하 서펜타인 파빌리온)에서 직설적으로 드러난다.다양한 다섯 개 섬들은 하나의 구축적 어휘 안에서 관계를 맺으며 조합되지만, 이 파빌리온을 단일한 객체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원불교 원남교당은 서로 다른 일곱 개 골목길을 입체적인 도시 흐름과 연결한다. 조민석의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주변의 중요한 장소들을 오가는 길들을 수렴한 것처럼, 원불교 원남교당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캠퍼스와 넥슨 어린이 통합 케어센터처럼 이전에 단절됐던 필지들 사이에 중요한 흐름을 발생시켜 이를 더 넓은 도시 맥락 속으로 되돌린다.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들이 형체없이 현장의 조건 속에 용해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군도적 접근 방식은 강력한 정면성을 투사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