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정신착란증'의 홍대, 또는 진기한 시체의 끔찍한 아름다움▼1 ‘Delirious’ Hongdae, or the Terrifying Beauty of the Cadavre Exquis▼1

도시적 맥락, 리서치 건축

2023년 10월 홍익대학교에서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다섯 명의 거장들이 경쟁하는 보기 드문 국제설계공모 심사가 있었다.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OMA의 크리스 반 두인(Chris van Duijn)은 그들이 자랑하는 도시 리서치에서부터 발표를 시작했다. ‘홍대'▼2 지역의 문화와 도시적 맥락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학교 내부의 미로 같은 건물 조직에 대한 섬세한 연구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OMA로부터 시작된 리서치에 기반을 둔 건축을 ‘리서치 건축(Researchitecture)'이라고 부를 수 있다. 크리스가 홍대 건물들 사이에 있는 미로 같은 연결 조직을 ‘홍그와트'▼3라고 설명할 때, OMA가 얼마나 섬세하게 홍대에 대해서 조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이런 탄탄한 리서치 위에 OMA가 선택한 전략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었다. 이번 설계공모의 대지는 와우산과 홍대의 복잡한 골목길 조직 사이의 경사지에 위치한다. 와우산에서 내려오는 랜드스케이프와 골목길의 흐름이 갖는 도시적인 질서를 양손의 손가락이 끼워지듯이 서로 얽히게 한다는 개념이다. 대도시를 위한 건축사무소(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시 흐름과 자연 지형을 결합한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와우산의 녹지는 와우관과 연결된 브리지로 도시 레벨까지 이어지고, 와우관 주변의 골목길의 맥락과 만난다. OMA 안의 건물들은 지형적 풍경을 형성하는데, 테크랩의 계단식 건물과 메이커스 센터의 경사 지붕은 중심부를 감싸는 완만한 인공 지형을 만든다.

상학, 뜨개질, 매듭

이런 탄탄한 리서치 위에 OMA가 선택한 전략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었다. 이번 설계공모의 대지는 와우산과 홍대의 복잡한 골목길 조직 사이의 경사지에 위치한다. 와우산에서 내려오는 랜드스케이프와 골목길의 흐름이 갖는 도시적인 질서를 양손의 손가락이 끼워지듯이 서로 얽히게 한다는 개념이다. 대도시를 위한 건축사무소(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시 흐름과 자연 지형을 결합한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와우산의 녹지는 와우관과 연결된 브리지로 도시 레벨까지 이어지고, 와우관 주변의 골목길의 맥락과 만난다. OMA 안의 건물들은 지형적 풍경을 형성하는데, 테크랩의 계단식 건물과 메이커스 센터의 경사 지붕은 중심부를 감싸는 완만한 인공 지형을 만든다.

탈중심, 탈경계, 발산

위상학적 뜨개질을 통해서 OMA가 도달하는 지점은 탈중심, 탈경계의 사태다. OMA의 뉴홍익 안에서 전통적인 중심이나 경계는 해체된다. 렌조 피아노나 헤르조그&드 뫼롱의 안에는 강한 중심성이 존재한다. 이들 안은 자족적이고 수렴적인 중심을 형성하는 반면에, OMA의 안은 발산적인 열림을 만든다. 경계는 해체되고 흐름 속에 녹아내린다. OMA의 안에는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과 자연, 도시와 대학, 내부와 외부, 지하와 지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허물고 있다. OMA의 안은 대학의 경계를 형성한 장벽 형태의 디자인 밸리의 일부를 철거하고 입구를 만들고 있다.

탈권위, 입구 많음, 입구성 없음, 리좀

You’re reading a preview, subscribe to read more.

More from Space

Space15 min read
성범죄를 저지른 건축가의 작품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How to Engage with the Work of an Architect Who Has Committed a Sexual Offence?
2024년 2월, 강릉에 솔올 미술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했다고 하기도 하고,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철학을 이어받은 마이어 파트너스의 첫 작품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 소식들 사이에 리처드 마이어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한 여러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돼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왜 국내 건축계는 유독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 무관심할까? 이제는 건축가의 작업과 그의
Space2 min read
Book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지음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펴냄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적이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이하 SoA)는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통해 융합된 결과물이 건축물이라고 설명하며, 협업을 강조한다. SoA 내부에서 서로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은 건축적 창작 과정에서부터 큰 영향을 미친다. 외부 주체들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현장 시공자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건축가의 설계 의도
Space31 min read
예술과 삶이 교차하는 자리, 리노베이션을 앞둔 미술관 The Intersection of Art and Life at an Upcoming Art Museum Renovation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1986년 과천으로 신축 이전됐고, 그 전후로 아르코 미술관(전 미술회관, 1979), 환기미술관(1992), 부산시립미술관(1998), 아트선재센터(1998) 등이 완공되며 미술관이 양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30~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오래된 미술관들은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리노베이션에 직면했다. 개보수의 필요에 더해 미술관에 요구되는 역할과 공간 또한 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래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