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강릉에 솔올 미술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했다고 하기도 하고,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철학을 이어받은 마이어 파트너스의 첫 작품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 소식들 사이에 리처드 마이어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한 여러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돼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왜 국내 건축계는 유독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 무관심할까? 이제는 건축가의 작업과 그의 가해 사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In February 2024, the Sorol Art Museum opened in Gangneung. Some say Pritzker Prize winner Richard Meier designed it, while others say it was the first work of Meier Partners, who took up his design philosophy even though he was not directly involved. What we cannot discern from those stories is that Richard Meier stepped down from his position after it was revealed that he had sexually harassed several women who worked at his company. Why is the Korean architectural community so indifferent to sexual offences in the workplace? Shouldn’t we now be able to openly discuss how to deal with the architect’s work and reconcile that with his alleged abuses?
성폭력 문제에 관한 국내 건축계의 무관심
국내 건축 매체가 여성 건축가와 페미니즘에 주목한 기사를 여럿 낸 것과는 달리, 일터에서 권력을 남용해 저지른 성폭력에 관해서는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 국내 문학계, 영화계 등 여타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 세계적 미투운동의 흐름과 함께 내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각 분야의 매체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과 관련한 담론을 형성해나갔던 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이다. 계간지인 「문학동네」는 2016년 겨울호에서 특별좌담 ‘어떻게 할 것인가 - 문단 내 성폭력과 한국의 남성성’을 실었다. ▼1 주간지 「씨네21」은 영화계 내 성폭력에 관한 열한 번의 대담을 마련했고,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2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조합 내 성평등 예방교육 및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며, 성폭력을 행한 사실이 밝혀진 조합원을 자격 박탈 및 제명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3
해외 건축계의 미투운동에도 잠잠했던 국내 건축 매체
리처드 마이어의 성추행은 2018년 3월 13일 「뉴욕 타임스」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4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다섯 명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리처드 마이어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그중 네 명이 리처드 마이어 앤드 파트너스의 직원이었다. 여성 두 명은 리처드 마이어의 집에서 그가 자신의 성기를 노출했다고 설명했고, 한 여성은 연말 파티에서 자신의 속옷을 움켜쥐었다고, 다른 한 명은 그가 자신의 집에서 사진을 찍게 옷을 다 벗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구 디자이너인 한 여성은 게티 센터 개관 20주년 기념 행사 후 리처드 마이어가 자신을 강제로 침대 위로 끌어 올리려 해 그의 집에서 도망쳤던 사건을 밝혔다. 리처드 마이어는 “서로의 기억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2018년 3월 이후 6개월간 휴직했다. 그런데 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