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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물의 도시, 서울의 미래를 모색하다: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IN SEARCH FOR THE FUTURE OF SEOUL, A CITY OF WATER AND MOUNTAINS: 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2023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2023 서울비엔날레는 개최 이래 최초로 국내 건축가가 단독으로 총감독을 맡아 이끈다. 추천 인사 10명을 대상으로 한 운영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총감독으로 선정된 조병수는 지난 30여 년간 현장에서 실무를 하며 땅과 자연을 주제로 한국의 건축을 탐구해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줄곧 땅을 화두로 작업해온 그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내건 주제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다. 9월 8일 열린 주제전 포럼에서 그는 “지난 세 차례의 비엔날레가 다소 모호하고 학술적인 개념을 주제로 연구 중심의 의제를 다뤘다면, 올해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토대로 논의를 확장해가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장이 되기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라는 주제는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라는 부제를 통해 구체화된다. 오늘날 도시 서울에 내재한 다층적 문제를 살피기 위해 땅이라는 관점을 택했는데, 이러한 주제 도출의 배경에는 과거의 서울, 즉 한양이 땅의 흐름을 따라 계획된 도시라는 역사적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현재 서울은 지난 100년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과 거의 단절되다시피했지만, 이 도시의 태생에는 산길, 물길, 바람길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었다. 그렇게 서울의 고유한 정체성이 훼손됐다는 문제 의식하에, 잃어버린 땅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된 취지다. 올해 서울비엔날레는 총 다섯 개 전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라는 대주제를 탐구하는 주제전, 주제전과의 연계 속에서 미래 서울이 나아갈 방향을 그리는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 세계 각 도시의 사례를 통해 다층화된 도시환경에서 밀도와 공공성 사이 균형을 모색하는 게스트시티전, 열린송현녹지광장(이하 송현광장)을 무대로 도시의 장소성을 탐색하는 현장 프로젝트, 전 세계 30여 개 대학이 한강 다리를 매개로 메가시티를 구상한 글로벌 스튜디오로 꾸려졌다. 개별 큐레이터에 의해 기획된 각 섹션은 주제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저마다의 관점으로 세분화된 소주제에 접근한다. 또한 서울에 초점을 맞춘 비엔날레의 방향에 따라 전시 장소에도 변화가 있었다. 매회 주제전이 열리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제외되고, 11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송현광장을 주 전시장으로 삼았다. 서울비엔날레 측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장소 특성상 디자인학과 학생 혹은 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방문해 전시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부족했다”며 “올해는 주 전시장이 광장 부근을 지나는 모든 시민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제전과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게스트시티전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현장 프로젝트와 글로벌 스튜디오, 그리고 주제전의 일부가 송현광장에서 오는 10월 29일까지 개최된다.

주제전 1: 땅의 건축을 향한 다양한 접근

총감독 조병수와 천의영(경기대학교 교수)이 이끄는 주제전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조병수가 기획한 건축 파트에서는 땅의 건축을 구현한 사례들을 통해 도시와 건축에서 땅이 어떤 의미인지 살핀다. 주제전의 설명글에 따르면 땅이라는 용어에는 다양한 의미체계가 존재하는데, 땅의 건축을 말할 때는 지형과 생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 담겨 있다. 땅 위에 터를 잡는 건축은 존재론적으로 땅과 분리할 수 없으며, 이는 물리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건축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조병수는 “땅의 건축은 주어진 땅의 조건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건축”이자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주변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낮추어 땅에 스며들고 땅의 기운을 살리는 상호 의존적 성격의 건축”이라 말했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토대로 주제전에서는 12개 팀의 참여 작가가 땅의 건축을 해석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땅과의 관계에 천착해 건축 작업을 해온 팀을 참여 작가로 선정해,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서 땅의 건축이라는 논의를 확장하고자 시도한다. 12개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과 가까운 비도시 지역에서 지형에 순응하거나 물성을 활용해 땅과의 관계를 모색한 작업과, 대도시와 같이 복잡한 맥락에 놓인 대지에서 땅과 관계 맺기를 시도한 작업이다.

전자에 속하는 앙상블 스튜디오(공동대표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데보라 메사)의 칸 테라(2020)는 스페인 메노르카의 버려진 채석장을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한 프로젝트로, 오늘날 건축 환경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고찰하게 한다. 현대건축은 자연 요소인 온도, 빛, 습도 등을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었지만, 자연 속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는 망각하게 했다.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자연 그 자체로 건축이 되도록 의도한 칸 테라는 인간으로 하여금 변화하는 자연을 인식하게 하고, 환경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을 제안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롱기 아키텍츠(대표 루이스 롱기)의 파차카마 주택(2008), 아르키움(대표 김인철)의 히말레스크(2013), 원오원아키텍스(대표 최욱)의 가파도 프로젝트(2018), 도르테 만드루프 A/S(대표 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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