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50여 년 동안 신라역사관(이희태, 1975)을 시작으로 월지관(김수근, 1982), 신라미술관(2002) 등의 주요 상설 전시관과 특별 전시관(1982)을 갖추어왔다. 그리고 2019년 대규모 문화재 보관시설인 신라천년보고를 더하며 한국 근현대 박물관 건축의 아카이브로 기능해왔다. 맥락적으로 한옥의 형태를 따라야 하는 역사문화미관지구에 속해 있어, 국립경주박물관 건축물들은 전통성과 한국성의 표상에 대한 실험과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중 원래 박물관 한쪽 귀퉁이에 업무시설로 지어졌던 서별관(건축가 미상, 1979)을 국립경주박물관의 중장기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신라의역사문헌을 아카이브하는 장소로 리모델링하게 됐다. 설계는 예산의 한계로 외관을 최소한으로 정리하되 도서관의 실질적 기능에 충실하도록 내부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통성의 환영에서 새로운 역사성으로
서별관에는 신라 한옥의 목구조를 철근콘크리트로 재현하고자 한 1970년대 한국 건축계의 전통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평면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15칸 집의 형식을 갖추고 정면 가운데 칸에서 돌출된 처마가 입구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전통 목구조의 평면과는 달리 측면 가운데 칸이 2.6m의 좁은 모듈로 되어 있는데, 이는 기능상 가운데에 근대식 복도가 배치되면서 공간 형식이 건축 부재의 구조적 특성이 아닌 내부 프로그램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기와지붕에 신라시대의 치미를 갖추는 등 역사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지만, 목구조를 콘크리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단순화된 부재 표현과 어색한 디테일, 조악한 시공 품질 등 전반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는 건물이다. 2008년에는 수장고로 개보수하면서 외관의 벽돌벽에 시멘트 미장을 하고 내부 조적 벽체를 터서 공간을 통합하는 변화들이 있었다.
기존 서별관의 형태 미학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건축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건축적 난제들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1970년대 한국에서, 천 년 전에 존재했던 신라의 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