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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링의 미스터리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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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115 pages1 hour

키플링의 미스터리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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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링의 고딕 미스터리 고전!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미공개 미스터리 단편선 『검은 예언』. 고딕 소설의 전성기에 키플링이 썼던 미스터리 단편선으로, 호러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미스터리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스티븐 존스가 엮은 《키플링의 판타지ㆍ호러 이야기》를 참고하여, 키플링이 1882년부터 약 7년간 인도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시절에 잡지에 기고한 단편을 추렸다.
역대 최연소이자 영미권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키플링은 호러와 판타지를 아우르며 문학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19세기 인도를 배경으로 한 유령과 환영, 윤회, 초자연의 세계가 기이하고 애잔한 고딕 미스터리에 담겨 있다. 《정글북》과 같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던 키플링의 또 다른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투나미스
Release dateJun 30, 2022
ISBN9791190847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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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플링의 미스터리 단편선 - 러드야드 키플링

    cover_smallfile

    키플링의 

    미스테리 단편선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투나미스

    예언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는 사람은 어떻게 창조되며 가능성의 경계는 어디서 낮아지는지 깨달은 사람이라야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인도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모르는 게 약’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객관적인 사건만 쓸 참이다.

    두모이스는 메리드키 라호르에서 북으로 약 18마일 떨어진 마을 의 지정 의사다. 키가 작고 통통한 데다, 평소 졸려 보이는 탓에 주민들은 그를 ‘겨울잠쥐’라 두모이스Dumoise와 ‘겨울잠쥐Dormouse’는 철자가 비슷한 언어유희

    불렀다. 그래도 마음씨는 좋아 누구와도 다투지 않았다. 심지어는 뱃사람 못지않게 야박하고 약삭빠른 정무관대와도 언쟁을 벌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저처럼 동글동글하고 피로가 가시지 않아 보이는 여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름은 힐라디스, 베라르의 ‘스쿼시’ 힐라디스가 낳은 딸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부친은 배우자가 사령관의 딸인 줄도 모르고 그와 식을 올렸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신혼여행이 대개 일주일을 넘지 않는다. 물론 2, 3년을 보내도 말릴 사람은 없다. 인도는 일터를 떠난 부부가 살기 좋은 나라다. 겨울잠쥐 박사가 그랬듯이, 둘만 알콩달콩 살아도 거리끼는 일은 없었다. 결혼 후 속세를 떠난 두 부부는 아주 행복했다. 경삿날에는 만찬을 베풀기도 하지만 친구는 없었다. 쥐 박사는 재미는 없지만 인품은 끝내준다며 가끔씩 너스레를 떨어주지만 마을은 그 둘을 잊고 살았다. 그래도 삐걱대지 않고 잘 돌아갔다.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 의사는 ‘희귀종’이라고들 알고 있었다.

    어디서든 로빈슨 크루소를 연기할 만한 인물은 — 소수가 자리를 잡은 데다, 친절한 관료가 없으면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도에서는 — 거의 없었다. 즉, 두모이스가 약 1년 동안 속세와 결별한 것이 큰 실수였다는 이야기다. 한창 추운 때, 마을에 장티푸스가 돌아 아내가 몸져눕자 비로소 그는 잘못을 깨달았다. 두모이스는 체구도 작거니와 숫기도 없는지라 5일을 허비한 뒤에야 해열이 능사가 아닌 심각한 병을 아내가 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고, 그 후로 3일이 더 지나서야 슈트 여사를 찾아가 소심하게나마 사정을 털어놓았다. 인도에서는 아무리 의사라도 장티푸스 앞에서는 맥을 못 추었다. 거의 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사신과 간호사와의, 촌각을 다투는 전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슈트 여사는 그가 ‘실형을 받을 정도로 환자를 방치한’ 까닭에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이고 싶었지만 이내 부인에게 달려갔다. 그해 겨울, 장티푸스 환자는 총 일곱으로, 평균 다섯 중 한명 꼴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숨을 잃을 환자가 속출할 거라는 절망감에도 우리는 환자를 살려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낙네는 병상에 앉아 부인들을 간호했고, 사내는 홀아비를 살폈다. 이렇게 56일간의 투혼을 불사른 끝에 우리는 몇몇 환자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시편 23편 참조 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돌림병과의 전쟁이 막을 내리고, 모두 축하 잔치를 벌이려던 차에 두모이스 여사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을 주민들이 대거 몰린 가운데 장례식이 거행되자 두모이스는 무덤 언저리에서 오열했다. 누군가가 부축해주어 겨우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아내와 사별한 후, 두모이스는 귀가할 때면 어깨가 축 늘어져있었고 조금도 쉬려하지 않았다. 항상 본분에 최선을 다했으나 우리를 비롯한 몇몇 하인은 휴가를 권해보기로 했다. 그는 조언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 무슨 일이든 감사를 입에 달고 살았다 — 도보여행차 치니로 떠났다. 치니는 힐스 중심부인 심라에서 도보로 스무 날이 걸리는데 유독 마음이 괴로울 때 경치가 수려해 보인다. 거대한 삼나무 숲을 지나 크고 조용한 벼랑 밑을 경유하여, 여인의 유방처럼 봉긋 솟은 초원을 넘노라면 바람이 수풀을 휩쓸고, 삼목에 내리는 빗줄기는 쉿, 쉿, 쉿 소리를 낸다. 땅딸막한 두모이스는 카메라와 총을 들고 슬픔을 삭이기 위해 치니로 떠났다. 그다지 필요치는 않았지만 아내가 가장 아끼는 하인이라 데려갔다. 게으른 데다 손버릇도 좋지 않았지만 그에게 뭐든 맡겼다.

    두모이스는 치니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기로 방향을 돌이켜 후토 산 지맥의 보존림을 지나갔다. 여행 경험이 조금이나마 더 많다는 사람들은 코테가에서 바기에 이르는 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음침한 숲을 나오면 암울하고 서늘한 산비탈과 거무스레한 바위에서 노정은 돌연 끝이 난다. 바기의 다크방갈로 역참 여인숙 는 사방팔방에서 부는 바람에 살을 에는 듯 추웠다. 바기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갔을지도 모르겠다. 저녁 일곱 시에 일정을 접자 이튿날 동행할 길잡이를 부르기 위해 하인이 중턱에서 마을로 내려갔다. 해가 저무니 밤바람이 바위틈에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두모이스는 베란다 난간에 기댄 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육안에서 사라지기가 무섭게 그가 재차 보였다. 혹시 곰이라도 만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인은 안간힘을 쓰며 올라오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무서운지 해명해줄 곰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베란다까지 달려와서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코에서는 피가 주르르 흘렀다. 마님을 봤습니다! 마님을 봤다굽쇼! 그가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어디서 봤단 말인가?

    저 아래, 마을로 걸어가고 계셨어요. 파란 옷을 입으셨는데, 모자의 베일을 올리시고는 제게 말씀하셨다니까요. ‘람 다스, 서방님께 안부 좀 전해주게. 그리고 다음 달에는 누디아에서 나를 만나게 될 거라고 말씀드려라’라고 말입죠. 저는 무서워서 냉큼 도망쳤습니다.

    두모이스가 무슨 말을 했으며 어떻게 처신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람 다스에 따르면, 그는 말없이 추운 밤에도 꼬박 베란다를 오가며 부인이 그리로 올라오는지 기다렸고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컴컴한 허공에 두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짐꾼에게 매번 같은 말을 되물으며 심라로 걸음을 옮겼다.

    람 다스는 두모이스 부인을 만났고 이미 몇 번씩 두모이스에게 소상히 밝힌 대로 부인이 베일을 올리고 전한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한 말을 연신 되풀이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누디아가 어디인지도 몰랐거니와, 거기에는 친구도 없었으며 설령 임금을 두 배로 올려준다 해도 누디아에는 갈 마음이 없었다.

    누디아는 벵골에 있는 지역으로 펀자브에 자리를 잡은 의사가 그곳에 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거리는 메리드키에서 남쪽으로 1200마일 가량 떨어져 있었다.

    두모이스는 곧장 심라를 거쳐 메리드키로 돌아갔고, 그간 대신 일을 봐준 의사에게서 업무를 인계받았다. 몇 가지 의무 관련 지침과 부장의 최근 지시 내용을 확인함으로써 그는 정식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날 저녁, 결혼 전부터 친구로 지내던 대진의에게 바기에서 있었던 사건을 털어놓자 친구는 람 다스가 투티코린에 갔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침 심라에서 온 전보를 보니 메리드키에서는 업무를 맡지 말고, 특수 임무를 위해 즉각 누디아로 떠나란다. 현장에 악성 콜레라가 돌고 있으니 늘 그렇듯 일손이 모자란 벵골 정부가 펀자브 현역 의사를 하나 차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두모이스는 책상에 전보를 던지며 말했다. 음, 그렇다면 …….

    동료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득 그는, 두모이스가 바기에서 심라를 거쳐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급히 처리해야 할 발령 소식은 이미 접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의심 섞인 뉘앙스로 묻자 두모이스가 단번에 이를 잘랐다. 그걸 바랐더라면 치니에서 돌아올 이유가 없었겠지. 거기서는 사냥을 하고 지냈는데, 할일이 있어 그런지 살 의욕도 생기더군. …… 물론 일이 어찌되든 후회하진 않을 걸세.

    땅거미가 질 무렵,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모이스를 도와 함께 짐을 꾸렸다. 람 다스가 등잔을 들고 들어왔다.

    나리, 어딜 가십니까?

    누디아로 가네. 두모이스가 조용히 대꾸했다.

    람 다스는 주인의 무릎과 부츠를 와락 끌어안고는 가지 말라며 애원했다. 그가 방에서 나갈 때까지 람 다스는 내내 통곡했다. 이윽고 그는 물건을 전부 싼 후 돌아와서는 추천장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나리뿐 아니라 자기도 죽지 모를 누디아에는 가지 않을 참이었다.

    두모이스는 그에게 품삯을 계산해주고는 홀로 길을 떠났다. 동료는 사형수에게 건네듯 작별을 고했다.

    열하루 후, 마침내 그는 아내와 상봉했고, 벵골 정부는 누디아의 돌림병에 대응하기 위해 또 다른 의원을 요청해야 했다. 최초 파견된 의사는 추아당가 다크방갈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릭쇼 유령

    인도가 영국보다 우월한 장점 중 하나는 훤한 정보력을 꼽을 수 있다. 공직에 5년만 있으면 현지 공무원 200~300명과 적어도 인사치레정도는 할 만한 사이가 되고, 10~12개 연대와 포병중대 및 1,500여 명의 비공직 계층까지도 꿰뚫게 된다. 10년이 지나면 ‘짬밥’은 두 배가 되고, 20년을 마감할 때쯤에는 국내에 사는 영국인과 그들의 이모저모에 밝게 될 뿐 아니라 호텔 숙박료를 내지 않고도 어디든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관광의 즐거움을 권리로서 만끽하려는 여행객은 마음을 터놓으려는 주민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지만 특권층에 든다거나 야박하지도, 폐륜을 저지르지도 않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러분에게 마음을 열 것이다. 우리의 작은 세상은 아주 친절하고 손이 크니까.

    카마르타의 리케트는 약 15년 전에 쿠마온 출신인 폴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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