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재생의 시대, 연희동의 변화가 말하는 것 The Era of Regeneration: What Yeonhui-dong’s Transformation Says About Us

고즈넉하고 담장 높은 주택가, 정치인이 사는 동네, 취향 좋은 카페나 맛집이 많은 골목상권. 세대마다 또 관심사에 따라 연희동 하면 떠올리는 인상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연희동의 풍경과 변화는 서울의 여러 동네들이 뜨고 지는 가운데서도 흥미롭다. 특히 오래된 주택의 리노베이션이 주목받고 도시 건축 유형의 다양성이 아쉬운 지금, 대중과 호흡하며 자생적으로 변화하는 동네의 풍경은 도시・건축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에 연희동에서 여러 작업을 한 김종석(쿠움파트너스 대표)과 홍주석(어반플레이 대표), 더불어 연희동에서 오래 거주하며 일하고 있는 윤승현(중앙대학교 교수), 이진오(건축사사무소 더사이 대표), 연희동과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다세대・다가구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 등 소규모 상업 건물 작업을 해온 전상규(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uiet, high-walled residential neighbourhoods, the town where politicians live, and side streets with fancy cafés and eateries: various interests and different generations have diverse impressions of Yeonhui-dong, but its landscape and continuing transformation are attractive amidst the rise and fall of Seoul’s other neighbourhoods. Especially when the renovation of old houses is in the spotlight, and the diversity of urban architecture types is lacking, the landscape of neighbourhoods that are changing spontaneously, as the public changes, has implications for urban architecture. SPACE spoke with Kim Jongseok and Hong Jooseok, who have worked on several projects in Yeonhui-dong, as well as Yoon Seunghyun and Lee Jinoh who have lived and worked in the area for many years, and Jeon Sangkyu who has worked on small commercial buildings such as multi-family housing and neighbourhood living facilities, but has no direct connection to the district.

연희동의 풍경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김정은: 연희동은 1960년대 후반 시작된 연희 토지구획 정리사업지구의 단독주택지로 조성된 동네다. 블록 내부로 들어갈수록 1970년대 지어진 소위 ‘불란서식 주택’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연희동만의 고유한 풍경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주택들이 상업 공간으로 리노베이션되면서 변화하고 있다. 연희동의 풍경에 대한 각자의 인상이 궁금하다.

전상규: 깍쟁이 같은 동네 위주로 작업하다가 (웃음) 오랜만에 연희동을 방문해 보니 아기자기하고 사람 냄새나는 유연한 변화가 점진적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무소에서 주로 작업하고 있는, 1970년대 개발된 주택지인 역삼동이나 논현동, 세곡동과 비교하면 연희동은 대체로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경사지 지형과 교행을 편안히 할 수 있는 도로폭들이어서 자생적인 개발을 잘 수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승현: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의 영향도 클 거라 본다. 동쪽 한편으로는 연세대학교로 닫혀 있고, 이어서 인왕산, 서북쪽에는 작은 안산과 궁동산으로 말려 올라간다. 그래서 하나의 정체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을 거다.

김종석: 연희동 일대는 용도지역상 제1종 전용주거지역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나지막한 건물 위주의 마을로 지금의 고즈넉한 모습을 유지해왔다. 오래된 주택과 신축 건물이 공존하면서 더 재미있는 도시 건축 풍경이 만들어진다.

홍주석: ‘건폐율 50% 이하, 용적률 100% 이하’라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의 조건이 일반적인 시행사나 개발사들이 수익성을 올리기 어렵게 하기 때문에 연희동의 변화를 느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인 듯싶다.

윤승현: 또 다른 특징은 필지 크기다. 동교동, 서교동, 연남동, 합정동, 망원동 등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신도시로 조성된 동네들이다. 당시 대부분 작으면 40평, 크면 60평 정도로 필지를 구획해서 분양했다. 워낙 교통도 좋고 신촌과 가깝기도 해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고소득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었다. 1970년대 들어서 연희동을 개발할 때는 필지를 100평 단위로 구획하기 시작한다. 나는 어렸을 때 동교동과 서교동에서 살았는데, 초・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상당수 강남으로 이사를 했다. 경제가 성장하며 생활이 풍족해지고 원하는 거주 면적도 점점 커지는데, 필지가 작았던 서교동과 동교동에서는 해결이 어렵지 않나. 그래서 강남의 압구정동, 논현동, 방배동 등이 만들어지면서 그쪽으로 넘어간 거다. 반면 연희동에 사는 사람들은 넘어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연희동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게 아니겠나.

거주민의 라이프스타일과 낮은 부동산적 가치가 만든 기회

연희동의 주민 평균 나이를 서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보면 20대와 70대 이상의 비율이

You’re reading a preview, subscribe to read more.

More from Space

Space13 min read
건축의 적정함 The Appropriateness of Architecture
이번 프레임을 통해 조윤희(구보건축 대표), 홍지학(충남대학교 교수) 두 사람(이하 구보)과 함께 둘러본 네 작업은 서울의 다양한 도시적 맥락 속에 위치한다. 용도도 지역도 크게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제 위치에서 담담히 각기 다른 표정으로 도시의 일상적 공간 속에 사뭇 비범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이 자리 잡고 있지만 두 건축가가 정교하고 영리하게 구축해놓은 새로운 관계의 틀은 천천히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Space2 min read
SPACE Peer Review
좀 더 정확하게 이해 하겠습니다 좀 더 다양하게 접근 하겠습니다 좀 더 공정하게 판단 하겠습니다 월간 「SPACE(공간)」는 이 시대 한국 건축의 창조성과 독자성을 세계에 알리고, 현대건축의 혁신적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매달 건축 작품 게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SPACE」는 게재를 의뢰한 국내외 모든 건축 작품에 대해 피어 리뷰를 진행하여 다양하고 전문적인 관점으로 작품 게재를 공정하게 결정하려고 합니다. 피어 리뷰에
Space3 min readArchitecture
논현동 근린생활시설 nnhn73
논현동 근린생활시설은 강남 메가블록의 이면도로가 교차하는 모서리 땅에 위치한다. 인근 동네는 팬데믹 이후 최근 몇 년간 신축 붐이 이어지면서 저마다 디자인 의지가 뚜렷한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과 도시의 모서리를 다루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건축 임대 시장에서 경쟁하는 화려한 건물들이 줄지어선 동네의 맥락은 개구부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하게 했다. 흰 벽이 도드라지는 입면이 절곡되며 모서리를 따라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