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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대화: 도시 기반시설의 문화공간화 Dialogue with the Past: The Cultural Transformation of Urban Infrastructure

김광수

김광수는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이며 집담공간 커튼홀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여러 장르의 전문가 및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뉴미디어로 인한 사회성, 도시건축 환경의 변화를 주목하며 다양한 건축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2004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 현상을 조사해 전시한 바 있으며, 핀란드 국립미술관(2007), 아트선재센터(2012),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2013), 독일 에데스 건축갤러리(2014), 문화역서울284(2012, 2016) 등에 초대되어 전시를 했다. 대표작으로 부천아트벙커 B39, DMZ 철새타운,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신촌문화발전소, 판교케이브하우스, 광주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등이 있다.

최춘웅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역사적 건축물의 재활용, 도시재생 그리고 건축의 영역을 독립된 문화 행위이자 지식 생산 분야로 확장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2018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큐레이터 겸 작가로 참여했다.

Kim Kwangsoo, the principal of studio_K_works and co-director of the platform Curtainhall, graduated from the school of architecture, Yonsei University (B.Arch) and from Yale University (M.Arch.). He prefers collaborative approaches and processes within architectural practices, and pursuing projects that address the societal shifts brought about by new media cultures. His works have been exhibited at the Venice Biennale 2004, Finland Museum of Cultures (2007), Art Sonje Center (2012), Austria Museum of Cultures (2013), Aedes Gallery (2014), among others.

Choon Choi is an architect and professor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where he has led the Lab for Architecture Culture since 2013. His research primarily focuses on adaptive reuse strategies, urban regeneration, and the fusion of design practice with historical research. He was a co-curator of and artist exhibited in the Korean Pavilion at the 2018 Venice Biennale.

현재에 대한 인식: 보존, 복원, 재생, 리모델링

김정은: 이번 대담에서는 최춘웅(서울대학교 교수)의 세 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노량진 지하배수로(2020~2022), 마곡문화관(2018~2021), 소행성 G(2013). 각각의 작업은 공간 유산 중에서도 기반시설, 건물이 없는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사례다. 역사학자, 예술가 등 협업의 주체도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다양한 협업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

최춘웅: 세 작업은 배수펌프장, 배수장, 배수로와 같이 물과 관련된 기반시설을 재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노량진 지하배수로는 구청과 소통하며 진행했고, 마곡문화관은 건축역사학자 안창모(경기대학교 교수)와 협업했다. 소행성 G는 큐레이터 김장언(아트선재센터 관장)이 기획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아티스트 김소라의 주도 아래 구조 엔지니어 이주나(서울시립대학교 교수)와 함께 작업을 도왔다.

김정은: 10년 넘게 보존, 복원, 리모델링, 재생 등 다양한 범주의 프로젝트들이 국내에서 꾸준히 진행돼왔다. 최근 프로젝트의 경향이나 이를 대하는 건축가들의 태도나 방식에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짚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도 좋겠다.

김광수: 을지로, 성수동, 연희동 같은 사례를 비롯해 공공의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오래된 건물이나 폐허스러운 공간이 대중적으로 상당히 확산됐다고 느낀다. 이런 감각이 특히 카페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일종의 ‘경험 욕망’이 널리 퍼진 상태인데 이런 현상을 되짚어볼 시점이 된 것 같다.

김정은: 오래된 건물, 폐허 같은 공간에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김광수: 10여 년 전 불었던 제주 열풍이나 지방 도시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하는 모습에서 탈도시 욕망을 보게 된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아파트 키드인 젊은 세대들이 마치 고향을 경험하는 것 같은 감각으로 제주도의 오래된 마을과 돌담길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시간적으로 먼 역사적 공간이 아닌 근과거의 도시건축 환경에 대한 체험 욕구가 제주 열풍과 함께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소도시의 구시가지에는 어김없이 경리단길 같은 거리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근과거 건축물의 리모델링이나 폐산업 시설에 대한 ‘체험 공간화’ 현상이 상당히 일반화됐다. 이런 동시대 상황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시간성’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사는 ‘지금’이라는 시점이 과거와의 연속선에서 장소와 함께 맥락성을 갖지 못하다 보니 시간여행을 추구하게 되는 현상으로 본다. 시간과 함께하는 실존감이 희박해지면서 공간을 시간화시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레트로 열풍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시간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나 공간의 시간성을 부각하는 작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Sketch of initial proposal, Magok Cultural Center

최춘웅: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는 현상이 유행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시간과 어떤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광수: 서동진(계원예술대학교 교수)이 자주 언급하는 ‘시간의 심미화’, ‘공간의 박물관화’ 같은 현상들이 무시간성이라는 맥락에서 생기는 하나의 현상일 것이다. 과거에는 지방마다 전통 마을에 근거한 테마파크를 하나씩 만들지 않았나. 이러한 테마파크 같은 공간을 만드는 전략이 ‘시간의 공간화’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시간을 공간화하는 작업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게 과거라고 한다면, 지금의 양상은 그것이 일상 공간으로 확산된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회동 같은 동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인데도 마치 관광객 같은 행태로 다니더라. 인스타그램 문화가 그것을 더 심화시키는 부분도 있는데, 최근의 현상을 보다 크리티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춘웅: 누가 더 폐허 같이 남기느냐 경쟁하듯 작업하던 시기가 지나고, 최근에는 건축가들 사이에서 더 자신 있게 간섭하고 바꿔도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김광수: 사이트마다 상황이나 맥락이 너무 다양해서 보존해야 하는 곳, 복원해야 하는 곳, 재생해야 하는 곳이 다를 것이다. 여러 입장과 해법들을 가지고 논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리모델링으로 재생하는 경우에도 정형수술이냐 성형수술이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예전에 리모델링은 다 성형수술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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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R & EDITOR 황용철 Hwang Yongcheol EDITOR-IN-CHIEF 김정은 Kim Jeoungeun (lalart@spacem.org) EDITOR 방유경 Bang Yukyung (thirdroom@spacem.org) 박지윤 Park Jiyoun (space1125@spacem.org) 윤예림 Youn Yaelim (yaelimyoun@spacem.org) 김지아 Kim Jia (lifestremin@spa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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