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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건축: 협업과 횡단을 위한 대화 Art and Architecture: Dialogue for Collaboration and Crossover

김장언은 미술이론과 문화이론을 전공했고, 제7회 광주비엔날레 〈제안전〉 큐레이터(2008), 계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2011~201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기획2팀장(2014~2016),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디렉토리얼 콜렉티브(2018),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위원(2017~2021) 등을 역임했다. 현재 아트선재센터 관장(2022~)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비평집 『미술과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2012)와 『불가능한 대화: 미술과 글쓰기』(2018)가 있다.

Kim Jang Un is a curator and art critic. He has served as the ‘Position Papers’ curator of the 7th Gwangju Biennale (2008), as an adjunct professor at the Kaywon University of Art & Design (2011 – 2014), as senior curator, the head of Exhibition Team 2 at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2014 – 2016), as a member of the directorial collective for the Seoul Mediacity Biennale 2018, and a member of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Public Art Committee (2017 – 2021). Since 2022, he has been director of Art Sonje Center. His books include the criticism collection On the Shores of the Contemporary Art and Politics (2012) and The Impossible Dialogue: Art and Writing (2018).

소행성 G

김정은: 건축계 전반적으로 과거의 것을 복원,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할 때에도 오래된 것처럼 표현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공공에서도 근과거의 건축물이나 기반시설을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시도들이 꽤 오래 지속돼왔다. 최춘웅이 최근 선보인 노량진 지하배수로와 마곡문화관 프로젝트 역시 공공의 기반시설을 리모델링한 사례로 그 연장선에 있다. 그가 선보인 작업을 보면 다양한 협업의 관계망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건축가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최춘웅이 공공미술의 영역에서 협업했던 초창기 작업인 소행성 G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미술가, 건축가, 구조 전문가가 협업한 프로젝트의 기획자로서 먼저 어떤 구상을 했는지 짚어주면 좋겠다.

김장언: 소행성 G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공공미술 시범사업인 ‘ARKO 도시공원 예술로’ 공모에 당선된 프로젝트다. 미술가를 중심에 두고 건축가 등 다른 협업자들과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프로젝트를 기획한 큰 목적이었다. 작가에게 집중했다고 생각될 수 있는데, 예술 현장에서 작품을 작가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협업의 결과물로 완성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큐레이터로서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풍성하게 만들고 이를 실현해가는 과정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소행성 G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 팀은 김소라 작가의 주도 아래 공주 금성배수장을 대상지로 삼아 흥미로운 안을 제출해 공모에 당선됐다.

김정은: 여섯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들었는데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됐나?

김장언: 당선안은 배수장 안에 공주시의 지형 일부를 본뜬 구조물을 등고선 형태로 삽입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실현 과정에서 공주시는 당선작을 구현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배수장이 법적으로 재난시설이라 최대 저수 용량이 정해져 있는데, 시에서 이 저수 용량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원안을 유지하려면, 삽입된 구조물의 체적만큼 저수 용량이 줄어도 재난을 방지하는 데 문제가 없음을 우리가 증명해야 했다. 원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팀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선정은 됐으니까 새로운 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계속 스터디를 해도 답이 나오지 않더라. 그러던 중 김소라가 갑자기 돌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렸다. 조형물로 구현될 돌을 찾기 위해 배수장 근처와 근교 산을 돌아다니다가 김소라가 돌멩이 하나를 발견했다. 이 돌의 모습을 본뜬 조형물을 만들겠다고 시에 보고하자 모두 화들짝 놀라며 표정이 굳더라. 직감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진행이 쉽지 않으리라 느낀 김 작가는 아예 마음을 접고 이제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웃음)

최춘웅: 김소라가 주워왔던 그 돌을 아직 보관하고 있다. (웃음) 그때도 궁금했는데 왜 하필 돌을 만들게 된 것인가?

김장언: 작가에게 물어봤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돌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는 미술계 거장들이 돌에 대해서 다시 사유하던 시기였다. 돌과 대화를 나누거나 돌을 재료로 사용하는 식이었다. 우리 팀도 진짜 돌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스페인 건축가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앙상블 스튜디오 공동대표)이 만든 사례도 찾아보면서 스터디했는데 이를 실행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김정은: 소행성 G는 돌에서 출발한 큐빅 모듈러 구조물 외에 철제 다리도 함께 설치했다. 이는 어떤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인가?

당시 우리 팀이 공감했던 건 이 땅이 버려진 장소였다는 점이다. 배수장 전체가 펜스로 가로막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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