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건축가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I AM AN ARCHITECT
‘I am an Architect’ was planned to meet young architects who seek their own architecture in a variety of materials and methods. What do they like, explore, and worry about? SPACE is going to discover individual characteristics of them rather than group them into a single category. The relay interview continues when the architect who participated in the conversation calls another architect in the next turn.
시작은 단순하게
김지아(김):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스위스에서 교환학생과 실무를 경험했어요. 스위스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허성범(허): 학교 다닐 때 이런 인터뷰를 할 줄 알았다면 건축을 좀 더 빨리 좋아했어야 했는데. (웃음) 그때는 스위스 건축을 좋아했다기보다 그저 치기 어린 마음으로 외국에 나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심지어는 치즈 만드는 방법을 배워오겠다며 비행기에 올랐죠. 건축보다는 세상에 관심이 많던 때라 뚜렷한 계기가 있기보다는 막연한 선택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김: 그러한 선택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고 생각해요. 머무는 동안 무엇을 보고 느꼈어요?
허: 처음에는 교환학생으로 루체른에서 1년간 지냈어요. 첫 학기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들어 그럭저럭 순조롭게 지나갔는데, 두 번째 학기에 고비가 찾아왔어요. 설계 수업이 독일어로만 열렸거든요.(웃음) 독일어를 할 줄 모르는 상태였기에 일주일간 다녀보고 아니다 싶었어요. 그길로 곧장 스튜디오 과목을 드롭하고 책과 텐트를 실어 알프스 지역인 그라우뷘덴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어요. 그곳에서 페터 춤토르, 발레리오 올지아티, 기온 카미나다의 건축물을 답사했는데, 작은 도시나 환경에서도 다양한 건축이 구별되는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만 지내다가 인구밀도가 낮고 자연이 무성한 전원 풍경을 경험했는데, 그런 지역에서도 고유하고 치밀한 건축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게 새로웠어요. 그때 보고 느낀 것들이 어쩌면 지금까지 건축을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어요. 이후 한국에 돌아오니 복잡한 우리네 대도시 환경에서 건축이 오히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더군요. 막연하지만 그러한 지점을 건드리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김: 취리히와 런던, 서울의 건축사무소를 경험했어요. 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허: 교환학생을 마치고 스위스에 남아 1년간 취리히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어요. 그때는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 신분인지라 특정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기보다 여러 프로젝트를 두루 경험하며 보조하는 역할을 했어요.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 김재경건축연구소에서 본격적인 실무를 했어요. 경북 상주의 단독주택 작업인 세 그루집(2018, 「SPACE(공간)」 620호 참고)을 담당해 수개월간 현장에 상주하며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밀도 높은 경험을 했죠. 이후 워킹홀리데이로 영국으로 떠나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