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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같은 것, 건축적인 것: 초타원형 SOMETHING BOOK-LIKE, SOMETHING ARCHITECTURE-LIKE: SUPERELLIPSE

1 『세트 피스』에 수록된 정다영의 글 제목
2 『씨드』(2020) 1권의 부제목
3 『씨드』(2020) 2권의 부제목
4 『씨드』(2020) 3권의 부제목

무언가를 정체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대상을 축소시킬 때가 있다. 초타원형은 건축, 전시, 출판의 영역에서 설계, 가구, 그래픽 디자인 등을 다룬다. 무얼 하는 거지? 초타원형의 작업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의문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그들의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한 언어를 아직 찾지 못했으므로, 그간 흩뿌린 단서들로 초타원형을 이해하는 것이 알맞아 보였다. ‘축소 지향의 건축/건축가'▼1, ‘작은 프레임'▼2, ‘귀여움에 대하여'▼3, ‘국힙과 예술'▼4과 같은 출판물의 제목과 함께, 초타원형 대표인 건축가 정현과의 인터뷰가 그 단서가 되기를 바라본다.

박지윤(박): 초타원 곡선은 변수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건축, 전시, 출판의 영역을 다루는 초타원형의 활동과 닮았다.

정현(정): 2012년 출판사를 만들며 초타원형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지었다. 시인이자 수학자인 피트 하인과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슈퍼엘립스 테이블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나중에야 초타원형이 하나의 고정된 형태를 지닌 것이 아닌 변수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기하 도형임을 알게 되었다. 2017년 독립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 설계사무소를 설립하고자 했을 때, 이 설계사무소가 지향하는 바가 변수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초타원형의 성격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여 굳이 새 이름을 짓기보다 초타원형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박: 출판사로 초타원형을 시작해서인지, 출판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다. 건축가가 왜 책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나?

정: 대학 시절 나는 건축을 대부분 책으로 배웠다. 처음으로 구매했던 건축 책은 아티누스라는 서점이 폐점할 때 중고로 구매했던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 더 마스터웍스(Frank Lloyd Wright: The Masterworks)』(1993)였다. 책을 읽으니 미국에 가본 적이 없었음에도, 미 동부와 서부에 펼쳐진 그의 건축물들을 샅샅이 살펴봤다는 흡족함, 온전히 간직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이 감각을 내 작업을 통해서도 느끼고 싶어, 미국에서 건축대학원을 다닐 때 학기가 끝나면 도면과 모형은 버리더라도 작업 과정 중 나온 드로잉, 사진, 텍스트 등은 버리지 않고 모아 스테이플러로 엮어 책을 만들었다. 언제나 습관처럼 출판을 해왔기 때문에 왜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루도비크 발란트의 “어쩌면 책은 건축을 위한 유일한 박물관”이라는 말을 항상 되짚어본다. 모든 건축과 건축가의 종착지는 결국 책이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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