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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위기 속에서 도시·건축계는 무얼 하고 있나: 중소도시포럼 HOW IS THE ARCHITECTURE AND URBANISM HANDLING PROVINCIAL CRISIS?: MID-SIZE CITY FORUM

한가람: 중소도시포럼은 중소도시를 연구하는 모임이지만,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이 운영한다. 중소도시에 왜 주목하게 됐으며 어떻게 뭉치게 됐나?

이상현: 인터뷰를 요청받고 중소도시포럼의 시작을 돌이켜보니 2년 전 여름이더라. 사실 그전에 우리는 델프트 공과대학교 동문으로 서로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도시를, 이장환은 건축을 전공했다. 유학 후 나는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에서 일하고 있다. 약 10년의 정착기 동안 개인적으로 대구의 도시·건축을 리서치해왔다. 이는 업무와도 관련될뿐더러 대구에 연고가 없는 나에게 도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였다. 중소도시는 아니었지만 지방 도시에 꾸준히 관심이 있었다.

이장환: 나의 경우 건축설계도 하지만, 2017년도부터 서울의 도시·건축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개관전 〈또, 하나의 서울〉(2019)이나 〈또 하나의 서울, 강과 산〉(2022)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을 연구하면 할수록 오히려 서울 이외 지역이 궁금해지더라. 수도권이 인구 유입으로 계속해서 변모한다는 건 반대편에선 인구 유출로 인해 또 다른 양상의 변화가 야기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혼자서 수도권 밖을 조사하기에는 대상지가 너무 넓었고 데이터 자체도 서울과 달리 풍부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연대를 하려던 차에 이상현을 만나게 됐다.

한가람: 앞서 언급한 자료 수집이나 시공간적 측면의 어려움은 어떤 활동들을 통해 극복해나가고 있나?

이장환: 아주 체계적이지는 않겠지만 리서치는 나름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축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워크숍이다. 방학 때 대학이나 학회와 함께 워크숍을 개최해서 중소도시 관련 데이터를 끌어모은다. 대도시권역 밖의 데이터는 제한적이며 있다 하더라도 상당히 해상도가 낮은 정보다. 따라서 워크숍에서는 참가자와 함께 도시를 관찰하며 데이터를 재구축한다. 두 번째 축은 공론을 유도하는 세미나로, 여러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고 지식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함이다. 국내에서 중소도시에 관심을 보일 만한 건축가, 도시계획가, 인문학자 등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마지막 축은 프로젝트와 관련되며 학교에서 강의(스튜디오 운영)를 할 때 중소도시를 이슈로 대안적 아이디어를 실험해보는 식이다.

이상현: 참고로 작년 여름에 첫 워크숍을 열기 전, 우리끼리 1년 정도 중소도시를 조사했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영천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출근하고, 다른 날은 퇴근 후 구미에서 이장환을 만나 답사를 하던 일들이 떠오른다. (웃음) 이 과정에서 검증하고 싶은 부분을 워크숍 주제로 채택해 파고들고 있다.

한가람: 그동안 도시·건축계에서 지방을 논의하는 일은 협회나 학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중소도시포럼은 개인이 이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법론이나 접근과도 차이가 있을 듯하다.

이상현: 보통 협회나 학계에서는 중소도시에 대해 계량적이거나 공식적인 부분만을 다룰뿐더러 건축과 도시에 대한 연구가 나뉘어 있다. 반면 우리는 개인이기에 비공식 부분도 자유롭게 다루며 도시와 건축에 몸담고 있어서 대상도 국토 차원부터 비공식 건물까지, 즉 도시와 건축 모두를 포괄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소도시포럼의 의미와 차별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반 연구 단체나 협회에서는 대부분 용역으로부터 연구가 이뤄지기에 어젠다 설정에 자율성이 없는 편이며, 연구 주제는 현재의 패러다임 안에서 즉각 필요한 것으로 한정된다. 우리는 이들이 다루지 않는 도시·건축의 거시적 이야기라든가 변화 양상을 추적하며 현재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자 한다.

한가람: 그렇다면 그 주제는 어떻게 채택되나? 또한 중소도시 범위는 학자와 연구마다 달리 설정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나아가 그 범주 안에서 대상 도시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궁금하다.

중소도시를 규정하는 법적, 학술적 기준들을 살펴봤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소도시의 인구수가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준에 집착하기보다, 변화의 조건으로 발생하는 특이점을 주제로 삼고 그에 부합하는 도시를 선별한다. 예를 들어 세계화 과정과 인구 고령화는 중소도시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혹은 국토 차원에서 교통체계(고속철도, 고속도로 등)의 혁신은 중소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등. 하나의 주제 아래에서도 여러 도시를 비교·분석해 처한 상황과 그것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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