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근린공원을 둘러본 뒤에 나즈막한 정상에 있는 지저분한 목재 파쇄장 자리를 골랐다. 어지러운 자리를 정리하고 거기에 뭔가를 만드는 게 여러모로 나을 거라 생각했다. 나무를 없애는 자리에 나무로 지은 공간을 제안했다. 처음 해본 목조건축이라 했다. 남동쪽 끝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건물을 감아 나선을 그리며 올라간 지붕은 사라진 봉우리를 다시 만드는 듯 보였다. 설명을 들으며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나선, 구조화된 책장, 겹쳐진 지붕, 그 사이로 드는 빛, 산책길과 이어진 경사로와 회랑⋯. 전체를 떠올리기 쉬워서인지 복잡한 모양이 잘 이해가 갔다. 건물을 나오며 실력자는 재료와 도구를 가리지 않음을 보여주듯 건물 한쪽에 건축상 수상 현판이 아래위로 붙어 있었다.
“이번에는 목조 전문회사에 구조를 맡겨서 했지만⋯다음에는 목구조를 좀 내 맘대로 만져보고 싶지!” 장윤규(운생동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의 말이다. (참고로 장윤규는 필자의 학교 선배이자 작업실 선배다.)
도서관의 풍경
한파가 몰아치던 주말에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낮게 솟은 월곡산 둘레를 아파트 단지와 학교시설이 차지해 공원과 주거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건물 앞, 여전히 초입의 회랑 높이가 맘에 걸렸다. 가장 낮은 처마 아래가 2m 정도로 조금 궁색해 보였다.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 전체 높이를 낮췄다는 이틀 전 설명이 떠올랐다. 아쉬웠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람들이 많았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안은 동네 잘나가는 카페처럼 북적였다. 전체 431m2(약 130평) 중 회랑을 빼고 260m2(약 80평) 되는 실내에는 대략 40명 가까운 사람이 책장과 책장 사이에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형태로는 소라고둥이지만, 공간감은 양파와 같이 켜켜이 겹쳐진 느낌이 들었다.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동쪽, 책장이 없이 계곡으로 시야가 트인 자리였다. 빈자리가 나면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좁은 감이 들지만 공간을 쓰기에는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다. 간단하게 자리 잡고 책을 볼 수 있는 간이의자나 옷을 벗어 담아두는 바구니 등 사소하지만 머물기에 도움되는 물건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구석의 작은 카페도 한몫을 했다. 사람들은 읽고 싶은 책을 보고 간간이 커피를 홀짝이며, 지붕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