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건축 유형이 있다. 종교 중심 사회였던 중세시대 유럽의 대성당, 산업혁명기 대량생산을 위해 등장한 공장과 노동자를 위한 공동주택이 그렇다. 이러한 관점을 그대로 옮겨 기술과 정보가 중심이 된 현대를 보여주는 새로운 유형의 건축을 꼽으라면 데이터센터가 아닐까. 정부, 기업, 연구 조직에서 운영되던 전산 공간은 인터넷 상용화와 모바일 기술의 발전을 배경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오늘날 ‘데이터센터’라는 이름의 필수 기반시설이 됐다. 급속한 기술 진보에 맞춰 사람들은 미래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집중화된 초대형의 단일 또는 클러스터 형태로 귀결되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정보가 분산되며 극단적으로 축소돼 물리적 형태를 띠지 않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관련 법규와 조례가 시행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2018년 데이터센터는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건축물 용도 중 ‘방송통신시설’로 추가됐으나 여전히 에너지 관련 법규 및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병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데이터센터 산업의 중요성이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데이터센터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그중 건축설계 분야에서 보면 자사형(enterprised) 데이터센터와 상업용 또는 임대형(internet) 데이터센터로 나눌 수 있다.▼1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2023, 이하 각 세종)은 자사형 데이터센터로 사람, 환경, 기술에 기반한 독자적인 개념과 철학 아래 만들어졌다. 각 세종에 앞서 네이버의 첫 자사형 데이터센터였던 각 춘천(2013)이 무형의 가치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장고 기능에 충실했다면 각 세종은 보다 일상과 밀접해진 데이터센터로 그 의미와 기능이 확장됐다. 각 세종의 설계 착수 시점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는 물리적인 활동의 제약을 IT기술로 극복하는 가능성을 경험했다.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유형의 건축이 태동하는 지금, 각 세종을 통해 이에 대한 건축적 논의가 보다 활발해지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게 되길 희망한다.
마스터플랜
각 세종은 약 9만 평의 대상지에 서버동, 운영동, 숙소동, 두 개의 안내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스터플랜 계획 초기에는 콘텍스트를 배제하고 서버동과 운영시설 같은 주요 프로그램들 간의 관계에서 출발해 네트워크 토폴로지▼2를 활용한 여러 시나리오를 스터디했다. 그중 발주처의 운영 방식에 맞는 토폴로지들을 1차로 선정한 다음 안을 발전시키면서, 분산되어 있던 매스들은 두 개의 큰 클러스터가 호(弧) 형태로 맞물린 모습으로 정리됐다. 최종 선정된 대상지는 부용산에서 금강으로 물길이 흘러가는 비탈진 경사면에 위치한다. 물길에서 부는 계곡풍을 자연 환기에 활용하기 위해 계곡을 중심으로 양옆에 각각 서버동과 운영동을 배치하고 이 둘을 기능적으로 잘 연결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 자연 속에 도시적 스케일로 개발되는 대규모 시설이다 보니 프로젝트 시작부터 환경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단계별 확장을 고려해 보존 영역을 최대한 확보하고 주요 시설을 한데 모아 집중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