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파-브릭 Fa-brick

강예린 +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Kang Yerin + SoA

모듈 게임

모듈은 시공의 기준이 되는 치수다. 재료의 무게, 생산 방식, 이동과 양중, 구조적 한계 등 조건에 따라 모듈의 숫자는 달라진다. 대개 생산 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기성 자재들은 특정 치수를 가지고 있어 그 크기에 맞춰 분할의 치수를 결정한다. 조인트가 없는 파사드, 혹은 캐스팅하거나 용접하는 재료마저도 무한정 길이나 면적을 늘릴 수는 없다. 건축 디자인에서는 늘 이러한 분할과 접합의 이슈가 발생한다. 모듈은 분할과 접합을 다루는 중요한 도구다.

신사동 근린생활시설 파-브릭(Fa-brick)은 오랜 세월 인류가 사용해온 가장 작은 건축 모듈인 벽돌의 새로운 치장재로서의 가능성을 시도한 프로젝트다. 모르타르를 사용한 습식쌓기와 다르게, 프레임과 고정장치를 활용해 벽돌을 구조체에 거는 방식을 취했다. 벽돌 하나하나가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격된 채 매달려 있다. 덕분에 벽돌은 내외부를 단절하는 불투명한 벽이 아닌 빛을 투과시키는 스크린의 역할을 한다.

분할의 치수

얇은 벽돌을 기본 단위로 건물 전체를 감싼다. 이를 위해 각 입면의 치수에 대해 벽돌(25mm)과 스페이서(10mm)의 조합으로 생기는 공통의 치수를 계산할 필요가 있었다. 스페이서 하나와 벽돌 하나 두께를 더한 치수 35mm, 그리고 스페이서 세 개와 벽돌 하나 두께를 더한 치수 55mm를 기본으로 두고, 두 치수의 최소공배수인 430mm를 최소 모듈로 설정했다. 스페이서가 한 개인 경우와 세 개인 경우로 최소공배수의 모듈을 도출한 것은 벽돌 사이 간격에 차이를 두기 위함이다. 사이 간격이 넓을 경우 내외부로의 시선 및 채광의 유입이 많아진다. 벽돌 사이 간격의 두 가지 다른 치수를 적절히 배열해 전체 입면에서 조밀함의 다양성을 달성하고자 했다. 또한 벽돌을 꿰고 있는 철물과, 철물을 철근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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