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경쟁적으로 지구 전역에 지어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물 중 혁신적 사고의 결과물로서 영감을 주며 상징적 위상을 가질 사례는 드물다. IT산업 인프라로서의 전제가, 거대한 규모에 비해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극도로 제한적인 시설이라는 역설적인 도전을 내포하기에 그렇다. 전 지구화로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위협받는 조건에서, 한국의 디지털 주권 확보를 중요한 명분으로 내세운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하 각 세종)은 기술이 적용된 특정 문화와 언어에 기반한 잠재성을 가진다. 각 세종은 기계적 질서를 넘어선 공생의 건축으로서 주변과 어떠한 방식으로 공존하며 공간으로서 어떤 새로운 영감을 창출할 수 있을까? 특정 기술이 의미를 가지기 위한 ‘기술의 문화화’ 과정은, 건축 과정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장소 특정적 지형은 물론이고, 기술과 관련한 비물리적 문맥들 역시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위해 파생된 건축 사례에서 건축의 역할은 대부분 그럴싸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그쳤다. 이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시설인 만큼) ‘어떻게 생겼나’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특정 요구에 부합하며 공간으로서 기술, 사회를 포괄한 공동의 문화 속에서 복합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보기 좋은 포장을 넘어선 수행 과정이 공동의 경험이 되며, 연대기 이상의 문화화, 나아가 역사화 과정이 되리라 낙관하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낙방 후 다시 초대
2019년, 매스스터디스는 전체 마스터플랜에 관한 개념설계 제안공모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부지가 정해지지 않은 개념설계 단계에서 구체적인 기술적 해법을 요구한 공모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라 초대에 응했지만, 시설의 거대한 규모 탓에 지형이 지닌 성격이 계획의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대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는 여러모로 난감하게 다가왔다. 결국 우리는 주최 측이 기대했을 시각적 자료 없이 글만 써서 공모에 제안했고, 이것이 불충분했는지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로부터 13개월 후, 부지가 세종시 외곽 산지로 정해지고 기본 설계의 틀이 잡힌 2020년 11월. 우리를 포함해 복수의 회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설명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