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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친구 An Elegant Friend

이우학교는 연결되어 있다. 여러 채의 건물들이 모두 이어져 있어 첫 번째 건물로 들어와 마지막 건물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건물과 건물은 연결다리와 외부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어 중간에 벽을 만나 되돌아 나오는 일상적인 당혹스러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 건물에 다다라 여정을 마쳐야 할 때쯤엔 다른 어딘가로 더 연결되고 싶은 허기진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연결다리가 건물 뒷편 까마득한 숲속까지 연결되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저곳에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더 배고픈 상상을 하게끔 한다. 무더운 여름 날 김승회가 설계한 여러 채의 건물을 둘러보았다. 그는 마치 골목을 누비는 날렵한 아이처럼 이곳과 저곳을 연결 지으며 걸었다. 골목은 걷다가 예상치 못한 길을 만나 모르는 곳으로 훅 딸려 들어가 버리는 곳이다. 혹은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처음 있던 곳으로 되돌아 오는 곳이다. 그를 따라 걸으며, 어느 새 처음 출발한 곳에 되돌아와 있기도, 어느 장소에 다다라 내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을 내려다 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마치 꼬리에서 머리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낯선 감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가 설계한 건물을 걸으며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하는 건축의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김승회가 설계한 다니엘학교는 높은 밀도의 건축물이다. 6층짜리 건물에 초・중・고등학교가 빡빡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리 크지 않은 건물엔 식당과 도서실 그리고 체육관까지 포함되어 있다. 보통 체육관은 구조적인 이유로 건물의 꼭대기 층에 올라가 있게 마련인데 다니엘학교의 체육관은 운영상의 이유로 건물의 가운데 층에 매달리도록 계획되었다. 그리고 건물 한가운데에 위치한 텅 빈 공간은 심장처럼 작동하게 되었다.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내뱉으며 계속 흐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텅텅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는 체육관에 들어서니 무언가 하고 싶은 에너지가 솟아났다. 농구 골대에 슛을 던져보려고 공을 집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너무 산만하게 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관람석이 체육관을 둘러싸고 있었다. 관람석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자 했지만 관람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곳에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김승회를 따라 다음층으로 이동했다. 위층 복도를 따라 걷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관람석에 다다르게 되었다. 교실 복도가 관람석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방금 전까지 공을 들고 서 있던 그 곳을 바라보았다. 연결이란 건 이곳과 저곳을 잇는다고 해서 충족되는 욕심이 아니다. 나를 허무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저기는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궁금했던 저곳을 어느새 내가 걷고 있어야 한다. 내가 걷던 자리를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궁극적인 연결의 경험은 자신을 벗어나는 것으로, 주체에서 벗어나는 경험의 반복이 연결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니엘학교의 맞은편에는 김승회가 설계한 어린이집이 있다. 공장을 개조해 만든 시설이다. 기존 공장의 층고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 일층이라기엔 높고 이층이 되기엔 아쉬운 애매한 공간이 생겨났는데, 김승회는 그곳을 아이들만 지날 수 있는 낮은 통로로 계획했다. 나와 김승회와 편집자 일행은 고개를 숙이고 통로를 지나 건물을 한바퀴 돌았다. 김승회의 설계는 궁극적으로 연결되기를 욕망한다. 그리고 되도록 비밀스럽게 연결되기를 욕망한다. 그 비밀스러운 지점에서 연결에 대한 그의 간절함이 밝혀진다. “프로이트가 말했어요. 사람이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나는 종교, 하나는 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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