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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기반 디자인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How Does Engineering-Based Design Come About?

건물을 세우는 일이란, 달리 말하면 중력과 싸우는 일이다. 건축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을 다루며 개념을 공간으로 구현하는 사람이라면, 구조 엔지니어는 그 개념부터 함께 탐색하는 동행이다. 그러한 동행자로, 건축가 위진복(유아이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은 구조 엔지니어 정광량(CNP동양 대표)을 꼽는다. 구조에 기반해 건축의 개념이나 형태를 끌어내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 건축계에서 보기 드문 관계다. 두 사람을 만나 구조 개념이 공간으로 조직되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더불어 클라우드 설계에 참여한 홍석규(큐앤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대표)도 함께해 영국에서의 교육과 실무 경험을 나눴다.

In a way, erecting a building is a struggle against gravity. If architects are people who coordinate invisible forces of nature and realise a concept in space, structural engineers are people who accompany them from the conceptual stage. Architect Wee Jinbok (principal, UIA) has partnered with structural engineer Chung Kwangryang (principal, CNP Dongyang). This partnership is unusual considering the rarity of architectural examples in Korea that base their concepts and forms on structure. SPACE had the chance to interview them to ask about the specific processes that occur as structural concepts become weaved into space. Also taking part in the interview was Hong Sukkyu (principal, Q&Partners Architects) who participated in the project Cloud to share his experience studying and working in the UK.

구조 엔지니어와 건축가의 협업

김정은(김): 정광량은 평소 여의도 파크원, 인천 포스코 타워 송도, 부산 해운대 LCT 등 주로 대규모 프로젝트의 구조를 맡아왔다. 위진복과는 어떻게 작업을 함께 하게 된 것인가? 규모나 성격이 다른 작업이지 않나?

위진복(위): 내가 리처드 로저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진행한 여의도 파크원을 계기로 만났다. CNP동양에서 에이럽(Arup)과 함께 구조를 맡은 프로젝트다.

정광량(정): 당시 거의 매달 영국에 가서 협의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위진복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인사를 왔길래, 그때부터 일을 함께 하게 된 거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크다 보니 소규모 건축물을 주로 설계하는 소위 아틀리에 사무실과는 협업하기 힘들다. 하지만 평소 디자인이 좋은 건축물을 지원하는 구조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위진복에게서 그런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규모가 작더라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구조를 건축 디자인에 표현하고 싶어 하는 건축가들이 꽤 있다. 특히 AA 스쿨 출신들이 그렇다.

홍석규(홍): 나는 2005년에, 그리고 위진복은 2003년에 AA 스쿨을 졸업했다. 당시 학교 정책이 구조 테크니컬 스터디를 통과 못하면 졸업을 못 했다. 마지막 졸업작품을 할 때 왜 이 구조를 써야 하고 그 구조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도와주는지 그 연관성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교육 덕택에 구조를 중시하는 태도가 생긴 것 같다.

위: AA 스쿨에서 내 선생이 하니프 카라(Hanif Kara)였는데, 지금은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GSD)의 교수인 그는 AKT II라는 유명한 구조 엔지니어링 회사의 공동 설립자였다. 실제 구조 엔지니어들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나 역시 건축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정: 사람들이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불렀던 노먼 포스터, 리처드 로저스, 렌조 피아노의 작품은 구조가 중요하다. 유럽에서 지난 50여 년간 이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러한 건축가들과 함께, 세실 발몽(Cecil Balmond) 같은 엔지니어나, 에이럽이나 뷰로 하폴드(Buro Happold) 같은 회사가 성장한 거다. 명성이 있는 구조 엔지니어로 남으려면 구조를 중시하는 건축가가 있어야 한다. 나 혼자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 다른 건축가들과 협업할 기회는 없었나?

정: 조병수의 트윈트리 타워와 현대자동차 천안글로벌러닝센터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해외 건축가의 국내 프로젝트를 맡는 경우가 많다. 마리오 보타의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이나 니켄세케이의 HD현대 글로벌 R&D 센터, 헤르조그&드 뫼롱의 현대자동차 미래항공 모빌리티, 최근에는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성수동 K-프로젝트 등을 했다. 국내 소규모 건축사무소와는 구조 설계비 때문에 함께 일하기 쉽지 않다. 설계공모를 통해 공공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설계비가 적으니 설계자가 좋은 엔지니어와 일하기 어렵다. 한두 번은 비용이 적어도 지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설계사무실에 엔지니어링을 뒷받침할, 즉 실시설계와 상세 디테일을 작업할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건축 교육이 그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영국처럼, 성장하는 젊은 건축가들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고 대형 설계사무소와만 일하게 되는 거다. 한편으로는 설계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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