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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이 건축이 될 때: 스튜디오 아카네 모리야마 WHEN TEXTILES BECOME ARCHITECTURE: STUDIO AKANE MORIYAMA

김지아(김): 텍스타일은 콘크리트, 유리, 벽돌, 금속 등 견고한 재료와 대비되는 성질을 가져 건축재료로 배제되거나 부차적으로 여겨져 왔다. 어떤 계기로 텍스타일에 주목하게 됐나?

모리야마 아카네(모리야마): 어릴 적부터 공간에 관심이 많아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실무를 하며 디자인 언어를 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건축재료로 텍스타일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했다. 텍스타일은 섬유의 종류, 방직 및 조직 방법(재봉, 뜨개질, 매듭 등), 염색, 프린팅 등 다양한 접근에 따라 수많은 변주가 가능하다. 또한 공간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가령 수천 겹의 천을 늘어뜨리면 더 이상 하나의 천 조각이 아니라 입체적인 볼륨을 이뤄 그 자체로 벽이나 천장, 바닥이 될 수 있다. 인류는 그간 텍스타일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발전시켜왔지만, 건축 분야에서 텍스타일은 오랫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용되는 데 그쳤다. 텍스타일을 적절히 활용해 공간에 개입하면 건축과 조경, 예술의 경계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꼈다.

김: 텍스타일 중에서도 커튼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리야마: 커튼은 공간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단순하고 경쾌한 제스처다. 천 한 장으로도 공간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바닥에 까는 러그와 가구에 덧입히는 커버 등과 비교했을 때 커튼은 유연한 특성에 기반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간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또한 모든 장소마다 맥락이 달라 프로젝트별로 공간의 숨겨진 특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김: 첫 커미션 작업 ‘오 하우스를 위한 커튼’(2009)을 시작으로 주택, 교회, 학교,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의 커튼을 디자인했다. 많은 프로젝트에서 커튼이 단순히 문이나 칸막이로 기능하거나 해를 가리는 용도 이상으로 건축·공간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커튼이 벽, 기둥, 천장, 바닥, 지붕 등 기존의 단단하고 고정적인 건축 요소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고 보는가?

모리야마: 텍스타일을 건축적으로 활용하면 기존 건축 부재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다. 가령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벽’을 벽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텍스타일을 사용하면 한없이 부드럽고 투명하면서도 두꺼운 ‘벽’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주택과 갤러리에 텍스타일 벽을 구현한 바 있다. 기존의 견고한 건축 요소는 텍스타일이 가지지 않은 재료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것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건축 부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텍스타일은 무겁고 단단하지 않아 운반에 용이하고, 색감과 패턴을 이용한 흥미로운 변주가 가능하다. 또한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작은 공간부터 큰 공간까지 다채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김: 건물이 점점 더 가벼워져야 한다는 시대 흐름에 따라 건축재료로서 텍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모리야마: 물론 텍스타일은 건물의 경량화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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