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쇠퇴와 축소의 시기를 대비하는 자세: 2023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PREPARING FOR A PERIOD OF DECLINE AND SHRINKAGE: THE KOREAN PAVILION AT THE 2023 VENICE BIENNALE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를 총괄하는 예술감독은 정소익(도시매개프로젝트 대표)과 박경(샌디에이고 대학교 교수)이다. 그간의 한국관 전시를 한 명의 예술감독이 맡아왔다면, 이번 전시는 이례적으로 두 명의 예술감독이 협력해 선보인다. 도시와 건축의 관점에서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 방식을 고민해온 두 감독이 내건 주제는 ‘2086: 우리는 어떻게?’다.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현시점에 세계가 맞닥뜨린 풍요로운 결핍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모순을 조명해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실천을 모색하고자 한다. 2086은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도를 상징한다. 전시는 2086년이라는 시점이 환경 위기로부터 공동체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인류 문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다. 전 세계 인구가 최고점에 다다르게 되는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는 근미래에 마주할 새로운 생태계에서의 삶을 그려낸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서 세 팀의 참여 작가는 한국의 지역 커뮤니티 세 곳의 사례 연구를 통한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전시의 세부 주제인 ‘인류세 이후의 미래 공동체: 시비촌3.0(Future Communities in PostAnthropocene Life: CiViChon 3.0)’과 맞닿아 있다. 시비촌(CiViChon)은 ‘도시(City)’와 ‘마을(Village)’의 첫 두 글자를 조합하고 끝에는 농촌을 뜻하는 한국어인 ‘촌(chon )’을 붙여 만든 개념이다. 마을 속 도시를 의미하는 시비촌은 2021년 비엔나비엔날레에서 박경 감독이 제시한 개념으로, 농촌에 도시 문화를 결합해 두 지역 간 균형을 도모하고 새로운 공동체로의 가능성을 내포한 가상의 공간을 일컫는다. 개념으로서의 시비촌은 “가상의 건물이 자리한 한국 내 가상의 장소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이다. 실재하는 한국 마을에 새겨진 역사와 지형, 사회문화적 패턴을 기반으로 하되, 상상력을 동원해 건설 중인 미완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이에 착안해 세 팀의 작가는 물리적 공간과 형태에 천착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제3의 삶의 방식과 형태, 그리고 미래 공동체를 탐구한다. 전시는 현재 한국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세 지역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건축가와 지역사회 연구자가 한 팀을 이뤄 총 세 팀이 공동 리서치와 디자인 협업을 통해 도출한 시나리오를 선보인다. 포럼에서 발표한 결과물은 최종 프로젝트 전 사전 리서치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들로, 이를 발전시킨 작품을 한국관에서

You’re reading a preview, subscribe to read more.

More from Space

Space13 min read
건축의 적정함 The Appropriateness of Architecture
이번 프레임을 통해 조윤희(구보건축 대표), 홍지학(충남대학교 교수) 두 사람(이하 구보)과 함께 둘러본 네 작업은 서울의 다양한 도시적 맥락 속에 위치한다. 용도도 지역도 크게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제 위치에서 담담히 각기 다른 표정으로 도시의 일상적 공간 속에 사뭇 비범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이 자리 잡고 있지만 두 건축가가 정교하고 영리하게 구축해놓은 새로운 관계의 틀은 천천히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Space28 min read
News
이덕언 학생기자 로컬리티와 글로컬. 오래전부터 인지해오던 시대적 문제를 지적하며 나온 말이지만 뚜렷한 정책이나 변화 없이 단어만 언급됐던 탓일까? 이 단어들은 등장 당시 품고 있던 높은 꿈과 기대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듯하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로컬리티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일곱 가지의 소주제를 각각 '전술'이
Space3 min readArchitecture
논현동 근린생활시설 nnhn73
논현동 근린생활시설은 강남 메가블록의 이면도로가 교차하는 모서리 땅에 위치한다. 인근 동네는 팬데믹 이후 최근 몇 년간 신축 붐이 이어지면서 저마다 디자인 의지가 뚜렷한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과 도시의 모서리를 다루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건축 임대 시장에서 경쟁하는 화려한 건물들이 줄지어선 동네의 맥락은 개구부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하게 했다. 흰 벽이 도드라지는 입면이 절곡되며 모서리를 따라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