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를 총괄하는 예술감독은 정소익(도시매개프로젝트 대표)과 박경(샌디에이고 대학교 교수)이다. 그간의 한국관 전시를 한 명의 예술감독이 맡아왔다면, 이번 전시는 이례적으로 두 명의 예술감독이 협력해 선보인다. 도시와 건축의 관점에서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 방식을 고민해온 두 감독이 내건 주제는 ‘2086: 우리는 어떻게?’다.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현시점에 세계가 맞닥뜨린 풍요로운 결핍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모순을 조명해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실천을 모색하고자 한다. 2086은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도를 상징한다. 전시는 2086년이라는 시점이 환경 위기로부터 공동체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인류 문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다. 전 세계 인구가 최고점에 다다르게 되는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는 근미래에 마주할 새로운 생태계에서의 삶을 그려낸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서 세 팀의 참여 작가는 한국의 지역 커뮤니티 세 곳의 사례 연구를 통한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전시의 세부 주제인 ‘인류세 이후의 미래 공동체: 시비촌3.0(Future Communities in PostAnthropocene Life: CiViChon 3.0)’과 맞닿아 있다. 시비촌(CiViChon)은 ‘도시(City)’와 ‘마을(Village)’의 첫 두 글자를 조합하고 끝에는 농촌을 뜻하는 한국어인 ‘촌(chon )’을 붙여 만든 개념이다. 마을 속 도시를 의미하는 시비촌은 2021년 비엔나비엔날레에서 박경 감독이 제시한 개념으로, 농촌에 도시 문화를 결합해 두 지역 간 균형을 도모하고 새로운 공동체로의 가능성을 내포한 가상의 공간을 일컫는다. 개념으로서의 시비촌은 “가상의 건물이 자리한 한국 내 가상의 장소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이다. 실재하는 한국 마을에 새겨진 역사와 지형, 사회문화적 패턴을 기반으로 하되, 상상력을 동원해 건설 중인 미완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이에 착안해 세 팀의 작가는 물리적 공간과 형태에 천착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제3의 삶의 방식과 형태, 그리고 미래 공동체를 탐구한다. 전시는 현재 한국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세 지역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건축가와 지역사회 연구자가 한 팀을 이뤄 총 세 팀이 공동 리서치와 디자인 협업을 통해 도출한 시나리오를 선보인다. 포럼에서 발표한 결과물은 최종 프로젝트 전 사전 리서치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들로, 이를 발전시킨 작품을 한국관에서
쇠퇴와 축소의 시기를 대비하는 자세: 2023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PREPARING FOR A PERIOD OF DECLINE AND SHRINKAGE: THE KOREAN PAVILION AT THE 2023 VENICE BIENNALE
Feb 13, 2023
10 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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