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짓기’를 짓다 Construct 'Constructing'

‘두 벽돌을 공들여 맞추는 순간 건축은 시작된다.’ - 미스 반 데어 로에

벽돌 위에 또 한 장의 벽돌이 올려질 때, 거푸집에 콘크리트가 부어질 때, 베이스 플레이트에 철골이 세워질 때 건물은 지어지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건물의 짓기는 건축가의 책상 위에서 미리 지어졌던 것이다. 벽돌 쌓기를 그린 단면도, 폼타이 위치가 표시된 입면도, 철골조립이 설명된 접합상세도 등을 통해 집의 짓기는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짓기를 짓는다는 의미는 건물을 짓기 위한 도면과 시방서를 짓는 작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짓기를 위한 여러 전제를 ‘짓는 일’로 변화시키는 건축가의 마법을 포함한다. 대지와 프로그램, 법규와 시공비, 건축가의 아이디어와 같은 비물질적인 것을 벽돌과 콘크리트, 철골을 통해 실재하는 존재로 드러내는 마법. 언어와 규범, 비전과 이념, 욕망과 상상을 날것의 물질로 변화시키는 마법.

통합된 환경을 짓다

날것의 물질에도 구별이 있어 그 역할에 따라 구조와 마감 등으로 나뉜다. 건축가로서 실험을 해오면서 특별히 관심 있었던 것은 구조가 마감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다. 설비와 구조, 마감이 하나의 통합된 환경으로 지어질 때 보람을 느꼈다. 구조가 마감을 겸할 때 흥미로운 공간과 형태가 만들어진다. 열방교회와 정클리닉의 콘크리트 구조를 통해 실험하면서 이 방법이 재료를 절약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재료를 절약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다니엘학교, 카페꼼마, 드림넥스트 사옥은 철골을 구조이자 마감으로 사용했다. 철골이 내외부에 노출되면서 구조가 마감면을 형성한다. 철골구조는 기둥과 보, 트러스, 브레이싱 등 구조부재의 역할과 위치가 분명하다. 부재들이 모멘트를 받을 때, 압축력을 받을 때, 인장력을 받을 때, 각 경우에 따라 부재의 비례와 조인트의 형상이 달라진다. 구조를 통해 공간의 질서와 하중의 분배가 투명하게 보인다. 구조의 간격이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 공간에 박자를 부여하고, 힘의 흐름을 공간에 투명하게 드러내어 공간의 선율을 생성한다. 철골 기둥과 보, 트러스가 노출되면서 설비 장치와 라인들도 함께 노출된다. 그 결과 공간을 구축하는 모든 요소가 총체적으로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구조와 설비, 마감이 하나로 통합되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존재하게 된다. 전기와 기계 설비, 환기 장치들로 구성되는 신진대사의 시스템과 기둥과 보, 벽과 바닥이라는 구조 시스템이 결합하여 마감과 설비, 구조가 통합된 하나의 환경으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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