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음의 소리 THE SOUND OF OVERTONES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는 ‘기음(fundamental)’과 ‘배음들(overtones)’로 이루어져 있다. 기음은 가장 낮은 주파수의 울림으로 ‘음정(pitch)’을 알게 해주고, 배음은 뒤따라서 울리면서 ‘음색(tone)’을 결정짓는다. 신기한 것은 좋은 악기일수록 배음이 아주 명확하게 생성된다고 하고, 정확한 음정과 음색이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소리라고 한다.
강예린과 이치훈이 이끄는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이하 SoA)는 설치에서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리들을 만들어왔고, 각각의 소리들은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들은 개소 이후 지금까지 ‘건축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라는 다소 생경한 질문을 던져왔다고 한다. 이 질문은 새로운 작업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이겠다는 의지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다채로웠다. 건축가가 프로젝트마다 매번 새로운 태도를 취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홉 개의 도서관(2011~2015), 지붕감각(2015), 윤슬(2017)과 같은 초기 작업들은 구축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들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건축물의 영역으로 넘어가서도 이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작업은 토끼집(2014), 제주 생각이섬(2017), 파주출판도시 스튜디오M(2017), 스페이스 소(2017), 브릭웰(2020)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벽돌이라는 재료와 프로그램, 혹은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형태에 대한 실험을 바탕으로 그들이 말하려는 건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프레임에 소개된 SoA의 근작은 지금껏 그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던 재료에서 벗어나 노출콘트리트와 화강석,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하였다. 또한 반원, 원, 타원과 같이 형태에 대한 실험도 지속하고 있다. 과거에 사용했던 벽돌에서도 느꼈지만, 새롭게 적용한 재료들 또한 익숙지 않은 물성을 띠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가 가진 고유의 속성을 찾아내고 융합하면서 자연스럽게 빚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작업 태도는 설계와 공사 과정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공공’ 영역에서조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광장: 루프스테이션 익선
오밀조밀한 도시 조직과 거친 재료로 대표되는 익선동 골목과 큰 스케일의 사무용 건물들이 마주하는 경계에 루프스테이션 익선(이하 루프스테이션)이 위치한다. 전시와 이벤트를 목적으로 하는 두 동의 투명한 건축물에서 주목할 부분은 외피다. 그동안 SoA가 보여준 재료, 형식과는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밖으로 돌출한 철골 기둥은 적삼목으로 쌓인 십자 형태로서 2.4m 간격으로 창호 면과 분리하여 가장 바깥면에 위치한다. 초기에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간판이 변경되어야만 하는 상황을 고려해 기둥면 바깥쪽에 모듈화된 패널을 탈부착할 수 있는 시스템과 함께 계획했다고 한다. 패널 시스템은 구현되지 못했지만, 밖으로 드러난 구조의 단부는 그들이 즐겨 쓰는 단어라고 이야기한 ‘흔적기관’처럼 남아 향후 여러 가지 표정으로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기둥 뒤로 건물의 전면과 후면에 슬라이딩 창호를 적용하여, 두 쪽을 모두 열면 커다란 외부 공간처럼 길에서 건물 내부를 가로질러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전동 스크린은 프로그램의 종류나 상업적 의도에 따라 내부 공간의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하였다. 십자 기둥을 비롯하여 건축물에 적용한 구조부재는 모두 현장에서 조립해야 하는 빌트업 방식으로, 도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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