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성을 품은 타워형 주택
대지에서는 남한강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강쪽으로 전망이 열린 곳은 서쪽이었으나 마당을 남쪽에 둔 남향집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배치가 쉽지 않았다. 아쉽게도 이웃 건물이 남향 뷰를 성벽처럼 막고 있어 시선을 차단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그렇다고 ㅁ자형이나 ㄷ자형처럼 건물의 폭을 줄인 중정형 건물은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중정형은 건물 자체가 레이어를 형성해 주변의 시선을 차단하는 스크린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했으나 대지는 그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했다. 건물을 쪼개서 저층으로 깐 중정형보다는 뭉쳐서 높이 올린 타워형이 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았다. ㅁ자형이나 ㄷ자형과 같은 저층 중정형은 개구부가 수평으로 퍼질 수 있기에 중심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지점에 다중으로 만들 수 있다. 평등한 공간의 산개 속에서 위치에 따라 수평으로 나열된 벽의 켜는 공간의 깊이감을 형성한다. 이 깊이감은 멈춰 있는 공간에 시간성을 부여하며 마치 공간이 움직이는 것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반면 타워형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외피 면적을 줄이고 코어를 통한 동선, 설비 등의 순환을 구조적으로 체계화하면서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타워형에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은 상승을 향한 욕망이 아닐까? 타워형으로 배치하고 매싱하기 시작했지만 공간적 탐구는 ‘멈춰 있는 공간이 어떻게 무한히 확장하고 응축하는 운동성을 갖게 되는가?'에 있었다. 타워형이지만 운동성을 품은 집. 여기에 내 작업의 역설이 있다. 공간의 영역을 중첩시키고 동시에 벽체의 모서리를 창문으로 열면서 둘러싸인 벽체 밖 혹은 공간 넘어 항상 무엇이 더 있는 듯한, 다시 말해서 벽체가 내외부를 가르는 경계가 아니라 내외부를 연결하는 요소로 작동하기를 원했다. 현대건축에서는 상호관입(interpene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