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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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박): 캐나다 북서부의 광활한 건초 농장에 자리한 740m2 주택으로 성토, 유기적 형태의 내외부 콘크리트 등으로 대지와의 조화를 꾀한 듯하다. 대지의 첫인상은 어땠으며 이를 건축물과 어떻게 연결 지었나?
오메르 아르벨(아르벨): 우리는 대지의 지평선과 노을에 주목했다. 광활한 지평선에서 가끔 시선이 멈추고 위아래로 향할 수 있는 부분을 구축하고자 했는데, 대지는 전반적으로 평평한 데다 지하수면이 높아 굴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땅은 집을 덮는 거대한 양탄자로, 콘크리트 기둥 형태는 성목을 품은 대형 화분으로 구상해 기존의 자연 지형에 수직적 요소를 주었다. 또한 조형적 기둥의 높이를 변주하면서 실내 공간의 단면을 탐구했다. 기둥의 위아래를 넘나들며 전경, 중경, 원경과 연관된 몸의 움직임과 시선의 안무를 유도한 것이다.
박: 내부에는 나무를 연상시키는 열 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자리한다. 기둥은 구조적, 기능적, 미학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아르벨: 콘크리트 형태는 직물 거푸집에 대한 실험의 결과로, 지진대임에도 매우 가는 기둥으로 완성된 주요 구조체이자 성목을 위한 옥상 화분으로, 또 내부의 흐름을 율동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박: 이 기둥은 자체 제작한 직물 거푸집으로 완성됐다. 직물 거푸집은 일반 거푸집과 어떤 차이를 가지나?
아르벨: 기둥은 중앙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합판 리브를 프레임으로 하고, 그 위에 토목섬유 직물을 씌운 거푸집(직물 거푸집) 안에 콘크리트를 매우 천천히 부어 완성한다. 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