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한): 일본 야마구치의 한적한 마을에 지하 동굴을 연상시키는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축주는 프랑스 요리사로 주거 겸 식당 공간을 의뢰하며 “최대한 묵직한 건물을 설계할 것”을 요청했다. ‘묵직한 건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이시가미 준야(이시가미): 건축주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무게감이 짙어지는 건물을 원했다. 매끈하고 반들반들한 건물이 아니라 자연의 거친 면모를 담은 건물. 진정한 요리에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줄곧 여기에 있었던 듯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여기에 있을 것 같은 건물” 말이다. 건축에 있어서 ‘묵직함'이란 오랜 세월 동안 계속해서 존재하리란 신뢰감과 비슷하다. ‘가벼움'을 통해 표현되는 임시성과 정반대로 영속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건축물 대부분은 무게감을 가진다. 한편, 근현대건축은 가벼운 존재감을 지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현대건축의 묵직함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했다. 오랜 시간이 빚어낸 복잡성, 다양성, 우발성을 어떻게 구현하면 좋을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그러한 상태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바위처럼 묵직하고 견고하며 수많은 표정을 지닌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한: 프로젝트는 2013년에 시작해 올해 완공하기까지 설계와 시공을 몇 차례 반복했다. 첫 단계는 전체 매스와 공간구성에 관한 계획이었다. 어떻게 유기적 형태를 고안했고 주거 및 상업과 같은 상반된 성격의 프로그램을 배치했나?
이시가미: 다양한 가능성이 담긴 환경 자체에 중심을 두고 3D 모델링으로 스터디를 거듭해 볼륨을 디자인했다. 평면은 기능적 구성을 취한다. 집과 레스토랑은 세 개의 안뜰로 분리했다. 집은 거실을 중심으로 개인 공간이 배치된다. 주거 공간을 생활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하도록 시원시원하게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