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미(박): 공간사에서 출간한 첫 번째 작품집 『조병수』(2009) 이후 15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작품집이다. 같은 형식의 두 번째 책인 셈인데, 소회가 어떤지 궁금하다.
조병수(조):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1994년에 사무소를 열었다. 첫 번째 작품집이 한국에서 실무를 한 지 15년 만에 나온 책이라면, 두 번째 작품집은 그로부터 다시 약 15년이 지난 시점에 출간되는 책이다. 첫 작품집을 낼 당시에는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었다. 어떤 이론을 견지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는 태도로 작업에 임했다. 그러한 관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만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전하고자 했다. 두 번째 작품집은 그간의 작업을 돌아보는 회고의 성격이 짙다. 내년이면 한국에서 설계를 한 지 어언 30년이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작업을 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어떤 흐름이 읽히는 것도 같았다. 땅에 대한 화두가 그중 하나로, 이번 책은 땅과의 관계에서 건축 작업을 해온 맥락에 초점을 맞췄다.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데 있어 특정 어휘에 얽매이는 것은 경계하지만, 땅과 지역에서 가져온 관심을 들추어보는 일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작업에서 땅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조: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1970~1980년대에는 땅에 대한 관심보다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다. 프로그램에 성실한 건축을 만드는 것이 우선시되었는데, 실무를 하다 보니 땅과 건물의 관계가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들도 성북동이나 평창동처럼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 축대 위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땅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땅과의 관계에서 건축 작업을 이어오며 한국의 미를 자연스레 탐구하게 됐다. 가령 완벽한 시공을 통해 세련된 형태를 구현하기보다 땅에 반응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기질이 우리에게 있지 않나 생각한 것이다. 막의 미 또는 한국적 자연스러움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일련의 작업을 돌아보니 땅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한 시도가 읽히는 것 같았다.
박: 이 책은 땅, 플랫폼, 스크린, 매스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프로젝트를 조명한다. 해당 키워드들은 어떻게 도출된 것인가?
조: 첫 책에서 프로젝트를 개념적으로 정리하기보다 나열하는 방식으로 보여줬다면, 이 책에서는 느슨한 프레임을 통해 프로젝트를 조명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