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발된 단독주택단지 내의 경사진 대지다. 북쪽으로는 한 줄의 주택 너머로 낮은 언덕의 숲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신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비교적 조용한 도시 속 마을이다. 오랜 아파트 생활을 해왔던 건축주 가족은 실내의 공용 가족 공간에서 외부를 차분히 느낄 수 있기를 원했다. 최근 지어지는 대부분의 신도시 단독주택들은 프라이버시 보호, 범죄에 대한 경각심 증가, 주차장 출입구의 커다란 존재감으로 인해 무심하고 방어적인 모습을 띠게 됐다. 이러한 일반적인 해법에서 벗어나 거주자와 도시 맥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축적 해답을 찾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였다.
말하는 벽
벽이 말을 한다면, 그 벽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폐쇄적인 존재만은 아닐 수 있다. 현대의 밀집된 도시 주택에서 ‘벽’과 ‘담’은 중요한 존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택들이 철옹성과 같은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나누는 벽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