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호랑이의 모습을 닮은 집'이란 뜻의 적호재는 살던 집을 헐고 새로 지은 집이다. 이 경우, 가족들은 집과 동네에 오랜 일상의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새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후로 그 집의 모습을 건축가보다 오랜 시간 구체적으로 상상했으리라. 의뢰인은 자신의 새 집을 짓기 위해 사무소 독립 이후 한 채의 집을 지은 젊은 건축가를 선택했다. 집은 성남시 불곡산 남서측 경사지에 자리 잡은 마을 입구에 위치한다. 이 마을에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자체나 마을 주민 누구도 인지하지 못했다가 건축가가 초기 검토 과정에서 제안하여 도로를 면한 지하 1층이 가족을 위한 작업실로 지어졌다. 건축물은 작업실의 반대편 위쪽 도로에서 주택으로 진입이 가능한, 1~3층 주거 공간을 가진 4층 높이의 주거복합건물이다.
노말의 균형
설계를 해나가면서 지상 2층이었던 집을 3층으로, 외부의 일부를 내부로 변경하는 등 점점 부담스러운 크기의 집이 됐다. 크고 높은 집을 짓고 싶었다는 의뢰인의 요구는 건축가에게 커 보이지 않는 집을 설계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대지의 경계를 따라 구축한 높은 담장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크게 인식되지 않는다. 담장 하단과 1층 상부에서 콘크리트 띠를 이용해 전체 볼륨을 셋으로 나누었고, 지상 부분을 층별로 후퇴하고 지붕을 분절하면서 외장재인 붉은 벽돌을 층마다 다른 형식으로 쌓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크고 높은 집을 원하는 의뢰인의 요구에 대해 총량은 유지하면서 볼륨을 분절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크지만 커 보이지 않는 집이다. 노말 건축사사무소(NOMAL, 이하 노말)는 이 상황을 ‘선언적이거나 자기복제적인 건축이 아닌, 설계 과정을 통해 균형을 찾으며 작업의 다양함과 유연함을 추구한’ 결과로 설명한다. 의뢰인의 다양한 요구를 방정식의 상수항처럼 당연한 조건으로 인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