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저작물의 판단 기준은 건축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가?
아파트는 건축저작물이 아닐까? 대부분은 아니고 일부는 맞다. 법적으로 건축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원작업물의 창작성 여부, 원작업물의 창작성 요소와 대조물 간의 실질적인 유사성 여부, 대조물의 제작자가 제작 전 원작업물을 알고 있었다는 의거성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 법조계 인사들이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가장 증명하기 어렵다고 꼽는 부분은 창작성이다. 법적으로 창작성은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뜻하는데 아파트는 사생활 보호, 일조권 침해 방지 등과 관련한 규제와 자본의 논리로 동 간 거리, 건물 높이, 용적률, 시공법 등이 결정된다. 법원은 과거 아파트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기능적 요소와 건축물을 이루는 개개의 구성 요소가 아닌 전체적인 외관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만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비슷한 디자인으로 지어지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데 법의 규제, 자본의 논리, 기능을 따르는 건물은 비단 아파트만이 아니다. 창작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건축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번 웨이브온 소송의 경우, 창작성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창작적 표현’으로 인정되는” A등급은 모두 외관으로, 시각적으로 분리된 상하부 매스, 도로 측 콘크리트 벽체가 바다 측 유리벽을 감싸는 형태의 하부매스, 비뚤어진 5각 평면에서 조형 변화를 가한 상부매스가 이에 해당했다. 곽희수의 다른 카페 작업인 알레프(2021), 르디투어(2020, 「SPACE(공간)」 645호 참고)에서도 보이는 콘크리트 매스의 경사를 이용해 내외부에 계단형 평상을 만든 요소는 입면의 경사 디자인으로, 옥상의 목재 데크 영역으로, 배치의 조망 방향으로 구분돼 정량적으로 분석됐고 세 가지 모두 “창작적 개성에 기여하는” B등급으로 판단됐다. 층수(3층), 층고(약 11m), 연면적(약 490m2) 등은 건물 B와 유사하지만 “창작적 표현에 기여하지 않는” C등급으로 분류돼 유사성 판단 대상 자체가 되지 못했다. 건축저작물 판단 기준에 대해 「알기 쉬운 건축설계 저작권」(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7)에서는 객관적 지표가 없다고 말하며 “유사판례와 제출된 자료, 관련 전문가의 의견” 등에 좌우된다고 언급한다. 그런데 건축저작권 침해 판례는 음악, 영상 등 다른 대중문화 저작물에 비해 현저히 적고 저작권과 관련한 법조계, 예술계 내 전문가들의 건축저작권 의식 또한 문제다. 과거 이타미 준의 경주타워 설계안(2004)과 관련해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을 8년에 걸쳐 3번 진행한 유이화(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당시 건축저작권 전문 변호사가 없어 소송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직접 변호사에게 왜 표절이라 생각하는지 설명하면서 이끌어가야 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립저작권박물관을 개관한다기에 초대받아 방문했는데, 건축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혹자는 건축이 예술과 공학의 경계에 있고 그러면서 「저작권법」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축법」은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게 돼 건축저작권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정상재(새건축사협의회 저작권위원회 위원장)는 “본래 법이 정의하는 창작성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판단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그렇기에 오히려 “법의 기준이 아닌 건축계 내부의 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가 집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