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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설계공모, 협회 의무가입을 둘러싼 대립: 새건축사협의회의 입장 표명 CONFRONTATION OVER PLAGIARISM, DESIGN COMPETITIONS, AND MANDATORY MEMBERSHIP OF THE ASSOCIATION: A STATEMENT OF THE KOREA ARCHITECTS INSTITUTE’S POSITION

임형남(가온건축 공동대표)은 올해 3월 새건축사협의회(이하 새건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2년의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3월 14일, 새건협은 서울시의 ‘서울링’ 건립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보도자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입장문과 성명서 등을 공표했다. 새건협이 출범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협회 차원에서 이처럼 매달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SPACE(공간)」는 임형남을 만나 표절시비, 건축저작권, 설계공모, 「건축사법」 개정, 협회 의무가입 등 건축계를 둘러싼 쟁점 현안을 짚어보고 협회의 대응 및 향후 계획, 궁극적으로 건축계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In March of this year, Lim Hyoungnam (co-principal, studio_GAON Architects) was elected as chairman of Korea Architects Institute (KAI). On the 14th of March, shortly after beginning its two-year term, KAI issued a press release expressing concern about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s plan to build ‘Seoul Ring’ and has since issued five statements. Although two decades have passed since KAI was founded, it is unusual for the association to release a statement every month. SPACE interviewed the chairman to find out more about the many issues that presently shape the architectural world, including allegations of plagiarism, architectural copyright, design competitions, the Certified Architects Act and mandatory membership of the association, as well as the association’s responses, future plans, and their guiding message to the architectural world.

방유경(방): 지난 3월 새건협 회장에 취임한 후 7월 현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 입장문, 성명서 등을 차례로 발표했다. 건축계 안팎의 반응은 어땠나?

임형남(임): 최근 서울시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등 건축 전문가 집단의 사회적 발언을 요하는 사업과 사건, 사고 등이 연이어 생겼다. 우리가 제기한 이슈의 핵심은 건축가를 위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그 기저에 작동하는 비윤리적 관행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사안들에 대해 일반 언론에서 ‘건축계 내부 문제에 우리가 왜 끼어드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가 지속적으로 대외적인 목소리를 내자 언론사에서도 조금씩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몇 달 동안 신문사, 방송사 등 다양한 매체의 연락을 받고 여러 차례 인터뷰도 진행했다. 다만 아쉬운 건 외부 변화에 비해 건축계 내부의 관심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 가장 먼저 3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서울링’ 건립 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국가 상징 건축물인 ‘천년의 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건축저작권’과 ‘서울의 관문으로서 적합성’을 지적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임: 서울시는 3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암동 하늘공원에 원형 관람차인 ‘서울링 제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링은 하부 지지구조 일부만 살짝 변경했을 뿐 디자인의 개념, 형태, 명칭, 건립 위치까지 기존 천년의 문(제안 당시 명칭은 서울의 고리)과 유사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원형 구조물은 세계적으로 범용되는 형태라고 주장하며 원저작자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철저히 건축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다. 건축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건축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건축을 문화가 아닌 물량 위주의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건축업계를 대형 건설사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건축을 건설 과정의 일부분,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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