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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시대, 실험의 장: 2023 베니스비엔날레 A PLACE FOR EXPERIMENTATION IN THE ANTHROPOCENE: 2023 VENICE BIENNALE

2023 베니스비엔날레가 지난 5월 20일 개막했다.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uture)’을 주제로 하는 이번 비엔날레에는 총 63개 국가관이 참여해 기후 위기 시대의 미래를 모색하는 저마다의 실험을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한국관과 국가관 전시에 대한 리뷰를 요청받고 베니스 현지를 방문한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는 “우후죽순 들어서는 각종 비엔날레 문화에 대해 헛바퀴가 돈다는 느낌과 함께 무관심해지기도 하는 터였지만,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바는 아니었기에 오랜만에 현장을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후기를 전해왔다. 그의 시선을 빌려 한국관과 국가관 일부, 그리고 주제전에 대한 전반적인 스케치를 해보고자 한다.

The 2023 Venice Biennale opened on the 20th of May. Under the theme of ‘The Laboratory of the Future’, a total of 63 national pavilions participated in the Biennale, presenting their experiments to explore the future in the era of the climate crisis. Kim Kwangsoo (principal, studio_K_works), who visited Venice after being asked by the Arts Council Korea to review the Korean Pavilion and the national pavilions, said, ‘I had a feeling of futility and scepticism about the culture of various biennials, but I wanted to visit the site after a long time because it is not what I saw and felt in the field. And it turned out to be a good experience.’ We want to borrow his perspective to give an overall sketch of the Korean Pavilion, some national pavilions, and the themed exhibition.

한국관

‘2086: 우리는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관의 전시는 산업사회로부터 비롯된 도시화가 현재 도달해 있는 지점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한국의 다양한 지역 및 주변부 커뮤니티의 상황을 다룬다. 또한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와 정치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위기의식 속에서 지역과 글로벌, 정주와 비정주, 그리고 이주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세계 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2086년을 미래의 시점으로 설정해, 지금 우리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결과하게 될지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취한다.

이러한 접근은 전시에서 지구환경 위기에 질문을 던지는 게임 프로젝트와 세 개의 특수한 지역 작업으로 대별된다. 지역 작업은 대도시 주변부 혹은 지방 도시 내 작은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며, 동인천 배다리 커뮤니티, 군산 원도심 내 소규모 커뮤니티, 경기도 안산의 이주 노동자 커뮤니티가 그것이다. 게임 프로젝트는 정소익(도시매개프로젝트 대표), 박경(샌디에이고 대학교 교수) 공동감독과 설치 디자이너 아워레이보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지역 작업은 두 공동감독과의 논의 속에서 지역 활동가, 아티스트, 건축가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전시장 내에서 각 작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결과물은 다양하다.

서예례(어반터레인즈 대표)와 민운기(스페이스 빔 대표)가 이끄는 동인천 배다리팀은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의해 해체 위기에 놓인 지역 공동체가 장소 소속감과 생태 환경을 고수하며 싸워온 지난 15년간의 실정을 독해해 보인다. 성장과 진보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물량과 속도 중심의 도시화를 폐허와 퇴비 더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경고등을 킨 듯했다. 하지만 그 폐허화 혹은 쌓여가는 퇴비 더미에 비상 브레이크를 걸고 끝내기보다는, 그와 관계된 행위자들과 함께 그 잔재가 발효되어 유의미해지기를 바라는 태도를 취하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관 전시 도록을 살펴보면 이는 마치 발터 벤야민의 폐허론에서 시작해 날것도 익힌 것도 아닌 발효된 것이라는 그레마스 기호론의 모순관계 사유로 이동하며 지금의 난맥상에 희망이라는 씨앗을 품게 하는 것 같았다. 도록에는 또한 이소자키 아라타의 폐허론도 거론되는데, 전후 일본에서 그와 동시대인인 사카구치 안고가 「타락론」을 적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참여 작가는 일련의 상황을 기록 이미지와 함께 우화적 혹은 디스토피아적 드로잉으로 표현하는데, 이 작업들은 마치 종말 이후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배다리의 그 지난한 현장성이나 고군분투의 신체성, 썩어감 혹은 폐허의 물질성 등이 2차원 이미지로 축소되어버리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배다리팀의 작업이 의미 있는 관점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인천 지역의 실정을 원거리의 유동인구가 많은 복잡한 전시 공간으로 옮겨 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뿐더러 현대의 매체 환경이나 수용자의 상황이 그러한 전달 방식을 허용할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이 전달의 난항 자체가 이미 지난 시기 배다리 커뮤니티의 고민이기도 했을 것이다. 발효는 고사하고 날것의 경험도 사라져가는 고도화된 문명의 현실 속에서 매체가 허용하지 않는 지점 혹은 전달이나 재현 자체가 무화되는 지점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그 자체가 이미 거대한 주제이자 딜레마이기에 작업자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당탕탕(공동대표 윤주선, 채아람)과 강예린(서울대학교 교수),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공동대표)이 주도한 군산팀은 군산 원도심의 쇠락과 무수히 많은 빈집이 발생한 상황을 두고, 장소를 고수하기보다 이동과 이주를 전제로 작업했다. 땅에 대한 고집과 건설의 관점을 견지하기보다 비워내는 방식, 즉 빈집의 해체와 자연의 침투, 복원 혹은 재자연화를 꾀하며 장소나 집을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식의 기반을 구성하려는 전통적 태도에서 벗어나 이동성을 전제로 한 작업을 제시했다. 전시에서는 빈집 해체를 위해 사용한 도구를 통해 혹은 그 도구에 실존적 의미를 부여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실제 군산에서 해체한 빈집의 지붕 구조체를 전시장으로 옮겨와 재조립했으며, 그 해체를 위해 직접 고안하고 제작한 도구와 공구들 또한 함께 전시된다. 나아가 해체의 과정을 촬영해 지붕 구조체 내 모니터에서 저속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작업의 의도와 과정이 전시 공간 내에서 전달되고 지붕 구조체나 도구 등이 손에 잡히는 감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또한 외지에서 군산으로 이주해 작업해온 대안 지역 그룹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고향 아닌 혹은 고향 없는 사람들의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 느슨한 연대와 가능성을 보는 듯했다. 그 연대는 브뤼노 라투르가 명시하듯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행위자들(풀과 나무, 흙, 도구 등) 간의 협업체이기를 지향하는데, 지붕 구조체와 공구들로 이루어진 전시 설치물 뒤 유리벽 너머로 자르디니의 무성한 풀과 나무들이 보이고 있었기에 적절한 구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일련의 작업 과정과 정황, 내용 등이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이루어진 느낌을 받았고 설치물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는 듯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불일치가 일상다반사이자 시대의 정동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그 순조로움과 안착감이 신기하기도 했다. 결과물이 방황 혹은 방행(pedesis)을 통해 우연과 마주하며 이루어지는 현재진행형의 결과물인지(파괴를 위한 창조) 혹은 기획을 통한 목적물(창조를 위한 파괴)인지 선뜻 분별하기가 어려웠다. 이는 일치와 함께 불일치가 드러내는 잠재 영역이 자연이라 통칭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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