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FRAME _ ESSAY FRAME _ SHIN ARCHITECTS

어른이 될 사람들을 위한 건축

최근 펀그라운드 진접(2022)을 완공하면서 지난 12년간 우리가 해왔던 프로젝트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한 축은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 편견, 욕심이 만들어낸 천편일률적인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들이 공간의 주체적 사용자로서 능동적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 첫 신축 프로젝트였던 동천동 제이원(2013, 「SPACE(공간)」 558호 참고)은 일련의 고민들 사이에서 나름의 답을 찾는 첫 번째 고리가 됐다. 당시 성행하던 ‘키즈카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상업 공간’으로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특정 캐릭터를 테마로 조성하거나 형형색색의 갖가지 장난감과 놀이시설물을 설치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흙과 언덕, 지형 등 자연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가둬두는 시설이 아니라, 실내에서 비슷한 놀이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도 연속성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외부를 넘나드는 공간과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놀이 풍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언덕 같은 인공 지형과 미로를 매트로 만들고, 입체적인 인지가 교차하는 그물망을 천장에 매단 공중 놀이터 등을 절제된 색감으로 채웠다. 새로운 유형의 키즈카페를 구상하기 위해 초기 기획에서부터 브랜딩, 건축 설계 및 감리, 시공 관리, 인테리어 디자인, 놀이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진행했다. 실내 놀이터라는 상업 프로그램의 한계에 도전했던 동천동 제이원을 시작으로 영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이 이어졌다. 도토리소풍 제주원(2015)에서는 서울 강남에서 제주로 이전하는 IT기업을 위해 ‘자연과 함께하는 숲 어린이집’을 제안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어린이 예술놀이터 ‘키움’ 개관전 〈공간놀이: 안/ 밖/ 사이〉(2013)에서는 원형 기둥을 모티브로 안, 밖, 사이 공간을 넘나들며 어린이들이 공간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고양어린이박물관의 상설전 〈아기산책〉(2020)에서는 큰 원형의 중심 보이드와 경계로 이루어진 공간 안에서 36개월 미만의 영유아와 부모가 감각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일련의 작업은 사람과 자연, 어른과 아이 등 서로 다른 존재들이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도록 고민한 결과였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의 ‘꿈을

You’re reading a preview, subscribe to read more.

More from Space

Space3 min readArchitecture
웜 앤 쿨 Warm and Cool
우리는 이 건물을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곤 한다. 첫 번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 건물은 층별로 원룸이 3세대씩 들어가야 하는 빡빡한 평면으로 이루어진 저층부와 의뢰인 가족이 살고 있는 4, 5층의 고층부로 이루어져 있다. 대지가 작아 모든 공간이 여유가 없었고 우리는 구조적 지식을 활용하여 조금이라도 편한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 2, 3층 입면을 비렌딜 트러스로 구성하여 1층 외부 진출입부에 기둥이 없는 편리한 주차장을 만들었다. 화재 위
Space2 min read
Book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지음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펴냄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적이다.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이하 SoA)는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통해 융합된 결과물이 건축물이라고 설명하며, 협업을 강조한다. SoA 내부에서 서로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은 건축적 창작 과정에서부터 큰 영향을 미친다. 외부 주체들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현장 시공자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건축가의 설계 의도
Space3 min read
호숫가의 집 A House by a Lake
은퇴와 함께 시골로 이사 가는 부부를 위한 집이다. 우리는 이 집이 새로운 삶으로의 정착을 도와주는 길잡이, 같이 지내면 기분 좋은 친구 같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큰 땅을 사게 되었으나, 부부는 힘닿는 데까지만 밭을 가꿀 것이라고 했다. 두 분이 이 삶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통제된 실내 공간과 그렇지 않은 자연 사이에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중간적인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흙 묻은 신발을 벗어두거나, 햇볕에 무언가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