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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장 하 는 건 축 가, 진 화 하 는 공 공 건 축 GROWING ARCHITECTS, EVOLVING PUBLIC ARCHITECTURE

「SPACE(공간)」 558호(2014년 5월호)에 게재된 신아키텍츠의 최초 신축 프로젝트인 동천동 제이원(2013)을 보고 건축가 김창균(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은 ‘한계 안에서’ 건축 공간의 ‘반전 속 변주’를 발견하고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신아키텍츠는 ‘공공’의 영역 안에서 한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단단한 공공 공간을 심고 있다. 그리고 “자본이 모이는 곳에 좋은 질의 공간이 있는 현실에서, 가장 소외된 청소년을 위해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공공건축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반듯한 발언을 한다. 가족 중심의 생활제도와 지원이 대부분인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인구 절벽의 과제는 돌봄이 공공의 책임으로 이전됨을 뜻한다. 이를 지원하는 물리적 공간은 시설로서가 아니라 돌봄의 정의와 그 공간 형식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어야 할 시대에 와 있다.

신아키텍츠는 성장하는 건축가들이다. 그들은 ‘꿈을 담은 교실’(서울시교육청), ‘꿈마루 교실’(세종시교육청) 같은 프로젝트를 꾸준히 작업해왔다. 설계비 2천만 원 이내의 작은 인테리어 규모지만, 문성초등학교(2017), 신양초등학교(2019), 신동초등학교(2020) 등의 프로젝트는 젊은 건축가가 아이들을 위한 공공건축의 경험을 쌓게 하는 자양분이 됐다. 참여 설계 방식을 통해 나눈 아이들과의 소통, 발주처와의 관계, 발주 방식과 관행들, 시공사 현황과 현장에서의 조율.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건축를 다루는 그들만의 노하우와 언어를 구축했으리라 짐작된다. 여기에서 공간 구조, 조형 언어, 색채와 디테일은 아카이브를 이룬다. 청소년누리터 위드(2017), 까망돌도서관(2021), 펀그라운드 진접(2022)으로 이어진 그들의 건축은 이로부터 출발하여 깊어지고 확장된다. 도시로의 열림과 배려, 입체적 관계 공간, 이유 있는 파사드가 어우러지면서 마침내 펀그라운드 진접에서는 관행적 프로그램을 해체하여 돌봄 공간 형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한계와 유연함

신아키텍츠는 예산, 운영자, 사용자의 ‘한계’라는 문제가 주어진 공공건축의 프로세스가 오히려 작업하기에 더욱 편하다고 말한다. 카페처럼 제한 사항이 없는 민간 프로젝트는 특별한 브랜딩이 필요하지만, 이미 예산 규모와 집행을 위해 사업기획을 수행한 공공건축은 주어진 한계가 매우 명확하다. 신아키텍츠는 이러한 한계점을 매우 설득력 있고 집요하게 풀어나간다. 주어진 조건의 자유도는 건축가의 창의력을 더욱 발현시키는 동인이 되기도, 어려운 퍼즐을 풀어야 하는 문제집이 되기도 한다. 펀그라운드 진접과 까망돌도서관은 이 점에서 매우 좋은 대조를 보여준다. 펀그라운드 진접은 청소년들이 학교 이외에 문화를 향유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정치가의 이상이 청소년 공간 기획으로 이어진 사례다. 건축가에게 전문가로서 공간에 대한 창의력을 요구했고, 신아키텍츠는 소위 프로그램으로 구획된 공간 목록이 아닌, ‘연계와 유연함’이라는 열린 공간으로 답했다. 펀그라운드 진접은 저층부는 광장, 상층부는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완성됐다. 건축가는 자유로운 평면으로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공간 전체의 통합적인 디자인을 위해 인테리어, 가구, 도서 목록, 사이니지, 플랜터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공간을 완성한다. 공공건축은 발주 과정에서 각 행정 분야별 담당자가 필요한 모든 품목을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입찰 또는 발주하기 때문에 공간 디자인의 일관성을 추구하기가 어렵다. 신아키텍츠가 그리는 공간에서 발견되는 재료의 디테일과 소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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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R & EDITOR 황용철 Hwang Yongcheol EDITOR-IN-CHIEF 김정은 Kim Jeoungeun (lalart@spacem.org) EDITOR 방유경 Bang Yukyung (thirdroom@spacem.org) 박지윤 Park Jiyoun (space1125@spacem.org) 윤예림 Youn Yaelim (yaelimyoun@spacem.org) 김지아 Kim Jia (lifestremin@spa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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