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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I AM AN ARCHITECT

고요한 힘을 가지고: 박솔하, 안광일

A SILENT POWER: PARK SOIHA, AN KWANGIL

최대 에너지, 중간 에너지

박지윤: 박솔하 소장님은 출장 잘 다녀오셨나요? 해외 일정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박솔하: 사실 여행을 다녀왔어요. 1년에 한 번씩은 2~3주 동안 외국으로 나가서 환기를 하려고 해요. 2년 동안은 팬데믹 때문에 나가지 못해서 3년 만에 다녀왔어요.

박지윤: 어느 나라로 가셨나요?

박솔하: 튀르키예로요. 저는 여행할 때 일 생각을 잠깐 내려놓아요. 정서의 환기를 위한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건축도 잘 안 보러 다녀요. 전통 문화나 자연을 탐닉하려고 하죠. 이번에는 이슬람 사원에 가서 무슨 말 하는지 모르는데도 가만히 앉아 종교 의식을 구경했어요. 자연환경도 우리나라와 완전히 달라서 자연도 구경하고요. 문화와 자연이 다른 장소에서 완벽한 이방인으로 놓여 있는 게 가끔은 좋아요.

박지윤: 가만히 있는 걸 잘 하시는군요. 소장님들 작업에서 정적인 기운이 느껴져서 실제 성향은 어떠실까 궁금했어요.

박솔하: 활기찬 성격은 아니에요. (웃음)

박지윤: 안광일 소장님도 여행으로 환기를 하시나요?

안광일: 저는 외국으로 여행을 가도 일이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요. 나갈 생각을 못하고 있어요. 박솔하: 저는 일을 할 때 저의 최대 에너지를 다 소진하면서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안 소장님은 중간중간 짧은 환기로 에너지를 채워내는 사람이에요. 성향이 다른 거죠. 저는 짧은 환기로 에너지를 채워내는 걸 못 해서 작업이 끝나면 방전 상태가 돼요. 그래서 단절하고 휴식하지 않으면 일을 이어가기 힘들더라고요. 일하는 중간에 가끔 도망가는 경우도 있는데요. (웃음) 그럴 때마다 안 소장님이 수습해주세요.

시간이 흘러가는 동네

박지윤: 사무소가 있는 위치를 국민대학교 학생들은 지하세계라고 부르잖아요. 학교와 대지 레벨 차이가 엄청나서요. 어떻게 정릉에 자리를 잡게 되셨나요?

박솔하: 처음에는 최봉국(비케이 아키텍처 대표) 소장님과 함께 세 명이서 백아(현 백에이 어소시에이츠, 이하 백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요. 저희 세 명의 출퇴근에 가장 적절한 위치가 이 동네였어요. 직원이 몇 명이 될지 등 운영의 측면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앉아서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번화가의 빌딩 같은 공간은 저희 성향과 안 맞아 선택 사항에서 제외된 거죠. 이 공간에 와서 마음에 드는 점은 동네 사람들과 접점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없어졌는데 근처에 조그마한 슈퍼마켓이 있었어요. 우리가 사무실을 비워도 물건을 봐줄 동네 사람들도 있었고요. 일을 할 때도 날이 좋으면 그냥 문을 다 열어놓고 있거든요. 그러면 동네 분들이 들어오셔서 “어제는 늦게까지 일했던데” 하면서 말을 걸어주세요. 그런 정서가 저희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박지윤: 슈퍼마켓은 편의점이랑 다르게 직원이 아니라 주인이 일을 하잖아요. 직원은 바뀌어도 주인이 바뀌는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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