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지구에 발을 디디는: 최봉국 SETTING FOOT ON EARTH: CHOI BONGKUK

오늘의 건축가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I AM AN ARCHITECT

ʻI am an Architectʼ was planned to meet young architects who seek their own architecture in a variety of materials and methods. What do they like, explore, and worry about? SPACE is going to discover individual characteristics of them rather than group them into a single category. The relay interview continues when the architect who participated in the conversation calls another architect in the next turn.

빠져들고 깊어지는

박지윤(박): 사무소가 경기도 양평에 있어요.

최봉국(최): 경기도에 자리 잡은 지는 10년이 조금 넘은 것 같아요. 서울에서 일하다 결혼하면서 경기도로 넘어왔죠.

박: 연희동에서 출발하니 1시간 반 정도 걸리더라고요. 생각보다 멀던걸요? (웃음)

최: 처음에는 동료 세 명이서 함께 서울에서 독립을 했었어요. 그때 사무소 위치가 정릉이었죠. 서울에 있어도 어디 가려면 1시간은 걸리잖아요. 정릉에서 여기까지 거리도 1시간 정도라 부담이 없었어요.

박: 사무소 바로 앞에 논도 있잖아요. 마당에 강아지도 있고요.

최: 땅부터 구매해서 제가 직접 설계해 지은 주택이자 사무소예요.

박: 소장님의 여행기인 『사월』(2020)에서 주택을 직접 지었다는 내용을 본 것 같아요. 주택을 완공했는데 2개월 정도만 살고 유라시아 횡단을 떠났다고요.

최: 그래서 집도 작고 사무실도 작아요.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거든요.

박: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면 정착할 생각이셨어요?

최: 건축가라는 직업이 그렇잖아요. 언어만 되면 어느 나라에서든 건축 회사에 취업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혹시 기회가 닿으면 다른 나라에 정착할 수도 있을 거라 기대했었어요. 중간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발생해 돌아오게 된 거죠. 안 그랬다면 1년, 2년 상관 없이 계속 돌아다녔을 거예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작한 여행이거든요.

박: 돈과 같은 여건이 한정되어 있지 않았나요?

최: 돈이 떨어져서 돌아왔을 수도 있겠죠. 몸이 아파서 왔을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이유로 돌아올 수도 있었겠지만 예상한 것보다는 짧은 기간이었어요. 원래는 세계를 돌려고 했었는데요. 아시아와 유럽까지만 돌고, 미주로는 못 넘어갔으니까요.

박: 『사월』에 들어간 사진들도 모두 직접 찍으신 거더라고요. 자동차, 오토바이 등 라이딩도 즐기시고요. 취미 부자이신 것 같아요.

최: 어릴 때 제가 힘들게 살았어요. 돌파구를 찾다가 바이크를 접하게 된 거죠. 당시에는 유일한 인생의 낙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한 가지에 집중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박: 덕후력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하면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모르는 세상을 깊게 말해준다는 점에서요.

최: 하나에 미치도록 빠져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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