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동네에서 새롭게 지어질 건물은 과거와 어떤 접점을 가져야 할까. 프로젝트는 기존 건물의 요소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연결할 것인가를 찾으며 시작됐다. 도로에서 어떻게 진입했으며 담장은 어떤 역할을 했고 건물의 외장 재료가 주는 분위기는 어땠는지, 또 지붕의 형상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이전 주인이 가꾸던 정원과 식물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새로운 건물의 설계는 기존 건물의 기억을 은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억과 존재
건물의 첫인상은 꽤 오래 지속되곤 한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많은 사람의 기억에 누적된 결과가 아름다움, 쾌적함 같은 동네의 분위기와 연결된다. 건축에는 계획에서 전달되는 물리적 질서, 텍토닉의 기술적 관점, 대지의 형상에 얽힌 지리적 과정, 내면의 감성을 드러내는 감정적 서술, 그리고 사용자나 경험자의 심리가 고려된 풍부함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중 지리적 과정과 감정적 서술은 이전 건물과 새로운 건물을 잇는 중요한 연결점이다. 기억은 누적된 힘으로 다가오는 경험 형식이다. 오랫동안 동네를 지켜온 개체들에 담긴 기억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한다. 기억, 지식, 상상, 감각 등의 모든 것이 별개가 아닌 전체로, 그리고 몸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몸과 마음, 감각과 분별력을 잇는 통합적 이해라고 부르려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무의식적 기억’이 순수한 형상을 솟아나게 한다고 믿었다. 과거를 삽화적으로 그리거나 서술하는 의식적 기억과는 반대다. 무의식적 기억은 현재와 과거 중 어느 것으로도 환원할 수 없는 도구로, 현재와 과거의 감각을 결합하며 새로운 형상을 창조한다. 우리의 일은 그 새로운 무언가를 이용해 현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