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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욕망'이라는 이름의 건축 An Architecture Named ‘Formative Desire’

프롤로그

한국 건축에서 일반적으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근대건축적 사고가 지배적이다. 형태는 종속변수이고 공간과 구조의 결과물이지 지나치게 형태 중심적 건축을 추구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여겨지는 편이다. 학생 시절 일본에서 인턴을 하며 건축가 신 다카마츠의 작품이 흥미로워 이를 보기 위해 1990년경 일본 오사카의 난바 지역과 교토 등을 돌아다니며 그가 만든 기린플라자 오사카와 옥상층의 작은 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호기롭게 현대건축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은빛 금속과 어두운 색 계열의 재료 마감을 주로 사용했던 그는 과감한 형태 사용과 장식적 재료 마감 등으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 유행하던 당시 형태와 표면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우리 건축에서도 김중업의 주한 프랑스대사관(1961), 차운기(아꼴건축연구소 대표)의 택형이네 집(1996), 우혁이네 집(1998) 등이 한국적 형태 요소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형태의 건축 작업으로 당시 건축가들은 물론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건축 형태를 통한 대중 건축시장의 생성 가능성

물론 형태는 로마의 비트루비우스 『건축십서』 이래 미, 구조, 기능이라는 건축의 3대 요소 중 핵심 요소이다. 그렇다면 새삼 오늘에 이르러 건축 형태 요소가 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생각해보면 우선 인스타그램 등 SNS에 친숙한 MZ세대들이 미장센 위주의 이미지 사진을 검색하면서 이를 공유하고 애호가나, 인플루언서 그리고 미래의 건축주들이 사진을 보며 재검색과 재공유가 이루어지는 ‘시각 중심'의 시대가 원인인 듯하다. 실제로 최근 많은 건축가들이 이미지와 웹페이지의 검색을 확인한 건축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최신 건축 작업들 중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의 베스트7을 비롯한 다른 건축상을 살펴보면 카페나 스테이 건축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의 경우 아파트 거주 비율이 50%를 넘어서면서 평천장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던 많은 가족들이 모처럼 여행과 같은 비일상의 체험을 위해 혹은 주변의 소문난 카페나 테마 명소를 찾아다니며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전국적으로 전망 좋은 카페와 스테이가 자동차라는 이동의 자유와 결합되어, 사람들이 평소 궁금했던 장소를 사진과 후기 등을 통해 검증하고 직접 찾아가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궁금하면 돈이 된다”는 업주들의 속설이 과감한 건축 형태를 통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외관을 만들어내면, “이게 집이야?” 하는 부정적 반응도 불러일으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함을 체험하려는 욕구가 상업적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집 같지 않은 집'을 체험하거나 숙박하기 위해 예약이 몰리고 건축은 비일상의 특별함을 체험하는 공간이 된다. 이미 전 세계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건축을 무수히 체험한 재벌 그룹의 오너 일가나 고위 공무원들의 눈높이인 명품 건축시장과는 결이 다른 한국의 대중 건축시장을 잉태하고, 쇠퇴하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K-건축’ 현상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보인다. 스테이는 ‘낯설음'을 유발하는 비일상의 공간 체험을 통한 ‘매출 중심의 형태 건축'이라는 새로운 조형적 풍경의 공간 기계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등 대형 상업시설 등에서 보여주는 형태와는 또 다른 건축 장치다.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이하 포머티브)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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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R & EDITOR 황용철 Hwang Yongcheol EDITOR-IN-CHIEF 김정은 Kim Jeoungeun (lalart@spacem.org) EDITOR 방유경 Bang Yukyung (thirdroom@spacem.org) 박지윤 Park Jiyoun (space1125@spacem.org) 윤예림 Youn Yaelim (yaelimyoun@spacem.org) 김지아 Kim Jia (lifestremin@spa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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