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냄의 해법
건축은 결국 드러내는 일이다. 건축가는 이를 필연적으로 알고 있다. 표면적이든 내재적이든, 물리적이든 관념적이든, 건축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존재를 희미하게 하는 것도 결국 ‘희미하게 드러내는’ 방식의 하나다. 드러나지 않는 건축은 작동하지 않는 기계와 같다. 건축은 드러냄을 통해 사회와 관계 맺으며, 이 관계 속에서 건축의 의미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인지되지 않는 건축은 죽은 건축이나 다름없다. 우리에게 드러냄이란 건축의 방향을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와 건축을 어떻게 연결할지 질문하는 일이다. 그 해법은 다양하며 여러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를 맺는다. 비일상과 일상의 경계에 건축을 놓는 것, 물질적인 표현 질서를 만드는 것,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드러냄의 해법이다.
형태에서 발현되는 공간
건축의 실체를 결정짓는 형태는 일반적으로 건축가의 사고나 개념, 조건 등에서 비롯된 합리적 결과물로 인식된다. 그러나 형태는 역으로 건축적 사고를 촉발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곤충의 몸이 머리, 가슴, 배로 구분되듯 건축의 형태는 지붕, 벽, 기둥, 바닥, 기초 등으로 구성된다. 곤충의 머리와 가슴을 합친 것을 돌연변이라 부른다면, 건축에서 지붕과 벽을 하나로 합친 것은 돌연변이가 아닌 변종에 가깝다. 관습적 사고에서 탈피한 이러한 변종은 사용자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네모반듯한 형태에서 벗어난 건물, 내외부의 경계가 흐릿한 곳에서 사람들은 공간의 강력한 힘을 경험한다. 이때 사람들이 느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