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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형 도시 체험: 〈라 메르세 데 피카소〉 An Immersive Urban Experience: ‘La Mercé de Picasso’

2023년 9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파블로 피카소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며 전시 〈라 메르세 데 피카소〉가 열렸다. 전시 장소인 바르셀로나 메르세 광장에는 흰 배경의 구조물이 놓여 있을 뿐 아무런 작품도 보이지 않는다. 피카소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 있던 자리지만 건물은 모두 철거됐고, 매년 9월 말이면 떠들썩하게 축제를 벌이지만 평소에는 방치되는 빈 땅. 메르세 광장에는 다양한 층위의 기억이 쌓여 있다. 공공 공간에 대한 집단의 기억이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다고 믿는 다니엘 오(고려대학교 교수)가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이곳에 누적된 기억을 소환하고, 새로운 기억을 주입한다. 증강현실과 몰입형 도시 체험의 기술에서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From the 22th of September to the 1st of October 2023, the exhibition ‘La Mercé de Picasso’ was held to commemorate the 50th anniversary of Pablo Picasso's death. The exhibition venue, located in Barcelona's Plaça de la Mercé, featured a structure with a white background, yet no artworks were visible. The site once housed the house where Picasso spent his early adulthood, but the buildings have since been demolished. A lively festival takes place every year at the end of September, but during regular times, the vacant land is left neglected. Plaça de la Mercé holds a variety of layered memories. Daniel Oh (professor, Korea University) believes that the collective memory of public spaces can connect communities, using AR (augmented reality) technology to summon accumulated memories and inject new ones. SPACE explores his story, delving into the new possibilities of architecture through the technology of AR and immersive urban experiences.

잃어버린 집단기억의 발견

오늘날 메르세 광장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축제인 ‘라 메르세’가 열리는 광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라 메르세에는 매년 200만 명의 방문객이 모여든다. 그러나 축제 기간 외에 광장은 대부분 비어 있거나 방치된 듯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저녁 시간대의 메르세 광장은 불법 활동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장소가 됐다.

이러한 메르세 광장에 대한 나의 인식은 이곳의 오랜 거주자의 이야기 한마디로 바뀌었다. 메르세 광장은 1981년,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아지자 절실해진 공공 공간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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