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순간 이동해왔다. 우리는 늘 미래를 가늠해보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가져온 미래는 너무나도 빠르고 강력하다. 한반도 여름 폭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기상이변은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이 이전의 질서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점을 각인해준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된 환경에서 맞이한 전염병에 인류는 비교적 잘 견뎌냈다. 그래서인지 기후위기의 위중함에 비해 자각과 대처는 미약하다. 환경과 밀접하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건설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은 해묵은 주제지만, 건축 생산의 근원은 그대로 둔 채 재생에너지 기술을 ‘덧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윤리적 차원을 포함한 건축 생산의 근원적인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기술적 장치에만 의존하는 도구적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단열과 기밀로 단절된 공간에 에어컨, 열교환 시스템을 설치한 패시브하우스에서의 거주는 환경과 교감을 상실한 고립된 객체일 뿐이다.
오늘날 도시를 이루는 현상은 매우 복잡해졌고, 건축은 방대한 영역의 지식과 견해에 둘러싸여 있어 체계적으로 다루기가 어렵다. 거장의 시대 이후, 현대건축의 다양한 양상들은 우리로 하여금 ‘홀로서기'가 대세인 듯 느끼게 하지만 본래 개체화된 존재는 정착이 어렵다. 독창성이라는 이름으로 건축을 자유롭게 하려는 태도가 자칫 건축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환경적 책무와는 무관하게 개인적 사변에 빠질 우려를 낳는다. 팬데믹 상황은 기후와 환경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객체화된 현대인들을 공동성의 영역으로 초대하는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