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고려대학교 교수)은 지난 「SPACE(공간)」 662호(2023년 1월호)에서 보화각의 건축가가 박길룡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정인하(한양대학교 교수)는 「SPACE」 667호(2023년 6월호)에서 박길룡이라 판단되는 논거를 제시했다. 박길룡의 다른 작업과 보화각 사이에 드러나는 평면, 설비, 구조, 디테일의 유사성을 밝힌 것이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다시, 김현섭이 정인하의 주장을 논박한다. 그는 정인하가 든 논거 중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 지점들을 집어내며, 여전히 보화각의 건축가가 박길룡이라 확증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말한다.
In SPACE No. 662 (Jan. 2023), Hyon-Sob Kim (professor, Korea University) raised a question mark over whether the architect of Bohwagak might not in fact be Park Kilyong. In response, Inha Jung (professor, Hanyang University) presented arguments in SPACE No. 667 (June 2023) that show Park designed the building. He revealed the similarities in the plan, equipment, structure, and details between Bohwagak and other projects by Park. In this report, Kim again refutes Jung’s thesis, pointing out the facts in his argument that cause him to reserve judgment, and concludes that it is still difficult to confirm that the architect of Bohwagak is Park Kilyong, but concedes it has become more likely.
‘보화각의 건축가가 박길룡이 아니라면? 「SPACE」라는 물증, 혹은 미스터리’라는 필자의 글(「SPACE」 662호 참고)에 대해 정인하가 최근 ‘박길룡의 건축을 찾아서’(「SPACE」 667호 참고)라는 제목의 글로 응답해왔다. 글이 출판된 후 이러저러한 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정인하의 경우 정리된 글로 공식적 대응을 한 셈이니 반갑다 하지 않을 수 없다.▼1
김수근과 김중업에 관한 연구를 시작으로 한국 현대건축사를 폭넓게 탐색해온 그의 관심사가 여기서도 여실히 나타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글의 부제목 ‘‘보화각의 건축가가 박길룡이 아니라면?’에 대한 반론’이 말하는 것처럼 정인하의 대응이 정말 필자의 글에 대한 ‘반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는 앞의 글에서 보화각(1938)의 건축가가 박길룡(1898~1943)이라는 ‘1차 자료’나 뚜렷한 ‘물증’이 부재함을 지적하며,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사안에 대해 열어놓고 함께 답을 찾을 것을 제안했었다. 그러하니 당시 정황과 사후적 해석을 바탕으로 박길룡이 그 설계자임을 내세운 정인하의 글은, 반론이라기보다 필자의 문제제기에 대한 하나의 진지한 응답으로 볼 수 있겠다. 비록 이 글이 보화각뿐만 아니라 박노수 가옥(1939)의 건축가도 박길룡임을 논증하느라 본래의 초점을 다소 흐렸지만 말이다.
보화각의 건축가가 박길룡일 수밖에 없다는 정인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