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오늘의 건축가 I AM AN ARCHITECT

꿈결에 길을 내는: 이병엽

CARVING OUT A PATH TO DREAMS: LEE BYUNGYEOB

안개 속을 걸을지라도

윤예림(윤): 바이아키텍쳐의 시작이 궁금해요. 이전에 대 학 동기인 박지현, 조성학 소장님과 함께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셨잖아요.

이병엽(이): 대학 때 셋이 가장 친했거든요. 졸업 후 우연한 기회로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를 계기로 사무소를 열게 됐어요. 그리고 2년 남짓을 같이 운영하다가 바이아키텍쳐를 개소해 독립했죠.

윤: 이른 시기에 두 번의 독립을 하셨네요.

이: 겁이 없었어요. 건축사사무소라는 것이 저의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한다는 걸 느꼈거든요. 대부분의 사무소는 주어진 기획을 이행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건축물이 완성되면 역할이 끝나잖아요. 저는 물리적인 건축뿐만 아니라 기획부터 운영까지 온전히 관여해 매만지는 일에 관심이 있었어요.

윤: 건축가가 건물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흔히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니까요.

이: 아무래도 그렇죠. 한편으론 오래오래 재미있게 건축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지금의 건축사사무소 생태계에서는 힘들겠다고 판단했어요. 공간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모델을 별도로 구축하고 클라이언트 기반의 건축에서는 좀 더 심도있게 작업하고 싶었달까요? 그러면 ‘나만의 생태계를 구축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 짜놓은 판 위에서 움직이기보다, 희미하고 안개 속에 있더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판을 스스로 짜보자고요. 시행착오도 겪고요. 그러기 위해선 가벼운 상태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싶어 홀로서기를 했죠.

여정을 함께하는

윤: 바이아키텍쳐의 첫 프로젝트인 서울방학(2017)이 그 결심을 잘 보여주네요. 건축도 건축이지만 기획과 운영에 힘을 쏟은 프로젝트죠.

이: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공간을 설계해주면서 정작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좋은지 의문이 들었을 때 서울방학으로 실마리를 찾았어요. 2층짜리 양옥을 집이자 스테이로 리모델링해 저와 가족에게는 서울 도심의 마당 있는 집을, 여행자에게는 따뜻한 할머니 댁에서 보내는 방학 같은 시간을 선물한 프로젝트예요.

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소장님에게 의미 있는 작업 같아요.

이: 진한 흔적을 남겼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저는 경험주의자인데요. 설계에 있어서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는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서울방학 이후로 집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능적인 이유를 넘어 본질적인 이유를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그전에는 건축가로서 나의 생각과 개성을 어떻게 주택에서도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은데,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윤: 서울방학의 경험을 발판 삼아 취향관(2018)도 운영하셨고요.

이: 서울방학을 통해 나의 주거환경을 개선했다면 그 이후, 여가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던 것 같아요. 취향관에서는 집에 관한 워크숍을 여러 번 진행하며 깨달음을 많이 얻었어요.

윤: 최근 집을 주제로 새로 기획한 워크숍이 있다고 들었는데 비슷한 건가요?

이: 지금의 워크숍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것이라 다른 방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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