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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로부터 경로를 더듬는: 카펫뉴스 SEEKING A PATH VIA REFERENCES: CARPET NEWS

지난해 7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전달하는 카펫뉴스의 첫 오프라인 공간이 대구 도심에 문을 열었다. 내부 공간의 디자인은 워크먼트와 말프가 함께 맡았다. 카펫뉴스가 큐레이팅하는 여섯 가지 브랜드를 위한 300평 남짓한 공간, 각 매장의 개성을 살리는 해법으로 이들은 패치워크를 제안했다. 서로 다른 소재와 색깔의 조각을 하나의 보로 꿰매어가는 과정은 어쩐지 워크먼트와 말프가 지금껏 행적을 쌓아온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건축을 하고 싶다’는 단순하지만 집요한 열망을 연료 삼아 경로를 탐색하고 재탐색하기를 반복하는 조준우(워크먼트 대표), 송승엽, 조유환(말프 공동대표). 그들의 궤적을 따라가보았다.

윤예림: 세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해 줄곧 전시와 공모전, 인테리어 등의 작업을 함께 해왔다. 워크먼트와 말프는 무엇을 하는 팀이며, 어떤 관계인가?

조유환: 같은 시기에 대학 생활을 했다. 작업실에서 동고동락하며 설계 작업이나 공모전 제안을 꾸준히 했다. 졸업 후 각자 대학원을 다니거나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졌다가 오랜만에 송승엽을 만났는데, 둘 다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차 있는 상태였다. 작더라도 제도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각을 담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송승엽: 그렇게 둘이 말프라는 이름의 프로젝트팀을 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공간을 만지고 싶은데 기회가 없으니 만들어야 했고, 사업성도 있어야 했다. 그때 찾은 답이 에어비앤비였다. 다가구 건물의 꼭대기 두 개 층을 구해 연습 무대로 삼았다. 그런데 팬데믹이 닥친 거다. 의도대로 풀리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 작은 공간에서 건축을 이야기해보자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이후의 공모전, 인테리어 작업들도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대단한 철학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움직였다기보다는 건축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이런 식으로 직조된 DNA로 건축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끊임없이 있었다. 조준우와의 만남도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이어졌다.

조준우: 나의 경우 학부를 졸업하기 전부터 다른 친구와 공동으로 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인테리어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가 그만두게 되면서 사업체명을 워크먼트로 바꿨고, 조금 더 건축적인 작업을 해보고자 마음먹은 시기에 말프를 만났다. 당시 꽤 큰 건축 작업의 의뢰가 들어왔는데 혼자서 해내기엔 무리였던 참이었다. 송승엽, 조유환과는 학부 시절부터 작업 방향이 잘 맞았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에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참고로 협업의 계기가 됐던 그 건축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윤예림: 시류를 따라 흐르면서 나름의 칼을 갈고 있는 듯하다. 세 사람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작업 방향에 대해 듣고 싶다.

조준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론에 관심이 많다. 특히 미술 분야의 생산방식을 건축에 가져와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스터디를 굉장히 많이 한다. 그리고 인테리어 작업일지라도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당위성이 있는 디자인을 하려 한다. 이를 주로 기존 공간이 가지는 맥락에서 찾는다.

조유환: 그래서 철거되는 공간을 유심히 본다. 건축이란 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양의 속성을 가지는 반면 철거는 해체되고 분해되는 음의 속성을 가진다. 음의 속성에서부터 디자인을 도출할 때 일반적인 건축 어법과는 다른 지점을 느끼고 거기서 얻는 희열이 있다.

정리하면 세 개의 축으로 나뉜다. 먼저 공간의 철거다. 인테리어는 보통 임대 주기에 맞춰 반복적으로 철거된다. 이때 나오는 물질들에 관심을 가진다. 건축에서 대지 분석을 하고 지형의 맥락을 고려하듯 인테리어도 기존의 물질과 맥락을 연결해 시간성을 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얻어진 디지털 이미지를 건축에 접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거된 공간에 남아 있던 기둥의 패턴을 촬영하고, 포토샵으로 디지털 이미지화한 후 이를 다시 인쇄해 건축 디자인으로 이용하는 거다. 거칠었던 질감이 인쇄 기법을 거치며 납작해지고, 새로운 건축 재료와 만나면서 생기는 감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은 레퍼런스 기반의 아카이브를 어떻게 우리 식으로 변형해 이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건축은 물론 현대미술과 가구, 패션 같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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